-
-
거짓말 경연대회
이지훈 지음, 송혜선 그림 / 거북이북스 / 2015년 6월
평점 :
거짓말 경연대회가 있다면, 누가 1등을 할까?
굳이 거짓말 경연대회가 아니더라도 우리 사회는 엄청난 거짓말 투성이인데, 이런 건 왜 하나? 하는 생각을 하며 책을 펼쳐보았다. 첫번째 에피소드인 한결이 이야기를 읽고 나니, 아, 탄식이 흘러나왔다.
다른 이야기들은 다 제목 속 아이들이 주인공인 이야기인데, 첫번째 에피소드만 한결이 이야기이면서 힘찬이 이야기이다. 아마도, 힘찬이가 스스로 나서서 자기 이야기를 하는 것보다 제3자의 눈으로 힘찬이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싶다.
민호도, 고운이도, 은수도, 우람이도 모두 기발한 거짓말을 한다. 아이들의 거짓말은 정말 다 만들어낸 허구의 이야기일까? 거짓말 경연대회를 마친 후 각자의 일상을 들여다보며 독자는 그들의 거짓말이 왜 만들어졌는지를 이해하게 된다.
매일 싸움을 하고 지각도 자주 하는 힘찬이네 아빠는 술만 마시고 엄마는 돌아가시고 없는데도 힘찬이는 착한 아빠와 상냥한 엄마가 자기를 예뻐해준다고 거짓말을 한다. 그 사실을 모두 알고 있는 한결이는 힘찬이의 거짓말 속에 담긴 희망을 본다. 힘찬이의 첫번째 거짓말과 선물로 받고 싶은 우루사. 첫번째 에피소드에서 그만 코끝이 찡해졌다.
세상의 학원이 다 망했다는 민호, 아빠가 잠잘 때 코에서 음악에 흘러나온다는 고운이, 하늘에서 돈이 떨어지길 바랐던 은수, 자기 아빠는 가짜라서 진짜 아빠를 찾아갈거라는 우람이 이야기는 참 재미나게도 우리가 어렸을 때 한번 쯤 해봤던 상상이다. 요즘 아이들도 이런 상상을 하나? 싶어서 잠깐 생각을 해봤는데, 아니면 또 어때? 어차피 거짓말경연대회니까.
거짓말이라 하면 남을 속여서 자신의 이익을 취하려고 하는 행위로 인식되기 쉬운데, 아이들이 거짓말에는 남을 해하거나 자신의 이익을 취하기보다는, 사실과 다른 이야기를 함으로써 자신이 원하는 세상, 바라는 현실을 이야기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원에 가기 싫어하는 아이가 학원에 보내는 엄마를 이해할 수 있을까? 민호는 엄마 화장대의 물건들이 하는 이야기를 듣고 엄마의 마음을 이해한다. 매일 늦게 들어오고 코를 골며 잠만 자는 아빠에 대한 불만이 많은 고운이도 아빠 콧속에 들어갔다가 아빠를 이해하게 된다.
현실에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겠지만, 아이들이 이 책을 읽으면서 엄마나 아빠를 이해해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의 상상력은 무궁무진하다. 아이들이 이야기하는 세상이 거짓말이 아니라 진짜였으면 좋겠다. 어린이 동화지만, 어른인 내가 읽어도 유쾌하고 재미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