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하늘을 그려, 나는 땅을 그릴게 - 김정호와 최한기의 지도 이야기 토토 역사 속의 만남
설흔 지음, 김홍모 그림, 전국초등사회교과 모임 감수 / 토토북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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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아픈 책을 읽다가, 잠깐 쉬어갈겸 이 책을 펼쳤다. 처음에 제목만 보고, 무슨 연애시 모음집인 줄 알았다. 거기에 부제인 김정호와 최한기의 지도 이야기를 보고서야 아, 지도에 관한 책이구나. 했다. 설흔 작가가 쓴 책들이 역사를 바탕으로 한 재미난 이야기가 많았던 기억이 있어 잠깐 펼쳐들었는데, 끝까지 쭉 읽게 되었다.


이 책에는 세 명의 주요 인물이 등장한다. 오주 이규경, 혜강 최한기, 고산자 김정호이다. 아, 미안하다. 친절한 작가님도 종종 등장한다. 세 분다 어느 정도는 알고 있는 인물이었는데, 이렇게 하나의 이야기 구조 속에서 만나니 그들의 관계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오주 선생이 이야기를 끌어가지만, 가끔 친절한 작가가 끼어들기도 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오주선생은 이규경으로 1788년에 태어났다. 그는 유명한 이득무의 손자이기도 하다.


 

 


오주선생은 책방에 갔다가 김정호와 최한기를 만난다. 이규경과 최한기, 김정호가 서로 교류를 하였고, 영향을 주고 받았다는 것은 역사적 사실이나 그들이 이렇게 처음 만났다는 것은 이야기로 지어낸 것이라 생각된다. (역사소설을 읽을 때 역사적 사실과 이야기로서의 허구를 구분해야 하는데 사실 쉽지 않은 일이다.)


오주선생은 한기와 정호에게 가르침을 주는데 그 내용들이 지금의 아이들에게도 도움이 될 듯하다. '걸어다니는 책'이라 불리는 오주선생도 서얼출신이라 관직에 나서지 못하고 재야에서 학문을 하며 지낸다.


"그것 또한 이 나라의 문제요. 책은 돌고 돌아 여러 사람의 손때가 묻어야 가치를 발휘하는 법이라오. 그런데도 모두들 제 책장에 꽂아 놓고 야지중지하는 것만 미덕으로 알고 있으니. 책은 양반만 읽는 물건 또한 아니라오. 양반이건, 농민이건, 상인이건, 노비이건 간에 손에서 결코 놓지 말아야 할 것이 바로 책이라오. 책을 통해 더 나은 삶을 살 방법을 얻을 수 있다오. 그러려면 책방이 잘 되어야 할 텐데 현실은 그렇지 않으니, 원..." (p.53)


예나 지금이나 ^^


오주선생은 한기와 정호를 불러다 앉히고 이렇게 당부한다.

"내가 당부하고픈 건 세가지다. 첫째는 호기심이다. 매사에 호기심을 가지라는 거다. 궁금하지 않은 사람은 배울 필요가 없다."

"둘째는 열린 마음이다. 자신의 생각과 달라도 받아들일 줄 알라는 말이다."

"마지막은 이 서재에서 공부하는 시간만큼은 양반도 평민도 없다는 거다. 그저 함께, 공부하는 사람들, 즉 동학일 뿐인 거다." (p.77~78)


우리 아이들에게도 꼭 필요한 말이 아닐까? 억지로 하는 공부만큼 재미없고 지루한 것도 없다. 그러나 매사에 호기심을 갖고 궁금한 것을 알고자 한다면 학교 공부도 신나고 재미난 공부가 될 것이다. 열린 마음을 갖는 것 또한 중요하다. 현대사회에서는 더더욱 그러하여,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에 대하여 폄하하는 일이 잦다. 그리고 배움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공평한 기회가 되어야 한다.

 

 

 

 

 

 

이 책에서는 당연히 지도에 관한 설명이 많다. 김정호가 최한기의 집에서 지도작업을 했다는 역사적 사실도 있다. 이 두 사람은 지도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었다. 성격도 다르고 신분도 다르지만, 서로 통하는 것이 있었으니 그게 바로 지도이다.


글 속에 가끔 등장하는 친절한 작가는 지도에 대한 정보를 알려준다. 때로는 오주선생에 대한 정보를, 때로는 주인공들이 모르는 뒷이야기를 전달하기도 한다.


조선 시대 지도 발달을 한눈에 볼 수 있게 정리하기도 하고, 조선에서 지도가 발달할 수 있었던 이유를 알게 되기도 한다. 책을 읽으면서 이규경과 최한기, 그리고 김정호에 대해 알아가는 재미도 있고, 지도에 대한 지식 정보를 얻을 수도 있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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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놀 2015-06-22 1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 시대를 함께 살던 사람들은
어떤 꿈으로 이 나라를 가꾸고 싶었을까 하고
생각에 잠겨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