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찾은 할아버지
한태희 글.그림 / 한림출판사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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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그림책은 처음부터 정말 좋아! 라고 생각하는 그림책이 있는가하면, 어쩌다 다시 꺼내어 읽었는데 어, 정말 괜찮은데? 하는 그림책이 있다. 물론 처음에도 좋았고, 다시 봐도 좋은 그림책일 수도 있다.

봄이 왔다. 지금 내가 사는 곳은 벌써 벚꽃이 피기 시작하였다. 봄이 드러나는 그림책을 찾다보니 예전에 읽었던 이 책이 생각나서 다시 펼쳤다. 한태희 작가님으로부터 2013년 가을에 싸인을 받아둔 책이다. 아, 알겠다. 내가 이 그림책을 처음에 그리 주의깊게 보지 않았던 이유를. 가을이었던 것이다. 그러니 봄 풍경이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던 것이다.

그림책 표지는 붉은 매화 그림으로 굉장히 강렬하다. 그러나 표지를 넘기면 나오는 장면은 눈 내린 겨울 풍경이다. 게다가 산 속에 덩그러니 있는 초가집 한 채. 쓸쓸하고, 심심하고, 조용한 겨울날이다.

 

 

 

 

집 안에는 인자하게 생긴 할아버지, 할머니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집 안에 있는 물건들이 정겹다. 할아버지는 짚신을 삼고, 할머니는 겨울눈이 붙어 있는 나뭇가지를 꺾어다 화병에 꽂아놓는다. 족자에 걸린 봄 그림이 눈길을 끈다.

겨울은 두 어른들에게는 지루한 일상이다. 얼른 봄이 왔으면 좋겠다는 할머니 말을 들은 할아버지가 봄을 찾아 떠나기로 한다. 봄을 찾아 떠나겠다는 할아버지를 보니 참 대책없는 남편이라는 생각이 들다가도, 할머니가 보고 싶어하는 봄을 찾아 떠나는 무모함이 귀여워보이기도 한다. 앉아서 기다려도 절로 오는 것이 봄이라지만, 빨리 찾아보고 싶은 할아버지 마음이다.


 

 

봄은어디에 있을까? 할아버지는 봄이 오는 것을 가장 먼저 알 것이라 짐작되는 개울물을 찾아간다. 봄이 오면 제일 먼저 무엇이 변하는가를 생각한다. 아이와 함께 그림책을 읽을 때 함께 이야기하며 읽어도 좋을 만하다.

할아버지는 "봄이 오면 제일 먼저 냇물이 졸졸 소리 내며 흐르지!" 라며 개울로 내려간다. 하지만 아직 얼음이 얼어있다. 얼음으로 뒤덮인 속을 보면 개구리도 뱀도 겨울잠을 자고 있다.


 

 

 

짐승들이라면 알 수 있을까 하던 할아버지는 곰을 찾아간다. 하지만 곰도 아직은 겨울잠을 자고 있다. 다음에는 꿩에게 물어본다. 할아버지는 짐승들에게 물어볼 때 꼭 주먹밥을 하나씩 주면서 물어본다.

겨울이 되니 먹을 것이 없는 짐승들에게 할아버지가 주는 주먹밥은 귀한 먹거리가 되었을 것이다.

 

 

 

애타게 봄을 찾는 할아버지의 바람과는 달리 봄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가 없다. 지쳐 쓰러진 할아버지 위로 꽃송이 같은 눈이 내리고, 어디선가 꽃향기가 풍겨온다.

 

 

 
 

 

눈 속에 쓰러져 있던 할아버지 앞에 나타난 것, 작은 아이이다. 할아버지는 짐승들에게 주먹밥을 주었듯이, 이 아이가 추운 겨울에 혼자 있다는 사실에 걱정부터 한다. 자신도 지쳐 쓰러져 있었지만, 아이를 사는 곳으로 데려다주기 위해 힘을 낸다. 할아버지의 인성이 묻어나는 장면이다. 아마도 그런 할아버지이기때문에 요 작은 아이가 눈앞에 나타난 것일지도 모른다.

 

아이를 데려다주려고 했지만 오히려 아이 손에 이끌려 가는 할아버지. 할아버지 눈앞에 보인 것은 매화꽃 한줄기. 봄이 오면 가장 먼저 봄 소식을 알려주는 매화꽃이다.

 

내가 아는 매화는 이렇게 하려하지 않았지만(^^) 그게 무슨 대수인가. 어찌되었건, 할아버지는 매화꽃이 만개한 매화나무 앞에 선다. 봄을 찾은 것이다. 그때 누군가의 목소리. "어머, 당신 이제 오셨어요?"


할아버지가 고생하며 봄을 찾아다녔건만, 정작 봄은 자기 집 앞마당에 와있었던 것이다. 물론, 봄은 기다리면 오는 것이지만, 봄을 찾아다닌 할아버지가 헛고생을 한 것은 아니다. 봄을 찾아 다니면서 겨울을 견디고 있는 생명들과 만나고, 그들에게 먹을 것을 주었다. 고생은 하였지만, 봄이 오니 그 고생도 즐거운 추억이 되지 않는가.

게다가 봄이 와서 벚꽃 피고, 개나리, 산수유 핀 할아버지네 집 주변에는 할아버지가 겨울동안 만났던 살아있는 것들이 나와 움직이기 시작한다. 춥고 긴 겨울을 견뎌내고 맞는 봄이기에 더욱 반갑고 화려한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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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놀 2015-03-29 08: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깊은 멧골 할머니 할아버지 집은 `기와집`일 수 없고,
`풀로 이은 집`이었을 텐데,
아무튼, 이야기가 따스해서 아이들이
틈틈이 꺼내어 다시 읽는 예쁜 그림책이에요.

작가와 출판사가
조금 더 마음을 썼다면
이 그림책은 아주 멋있었으리라 느껴요.
그림을 보면 군데군데 `멧골살이와 안 맞는 모습`이 드러나거든요.
요즘 흔히 보는 `시골 새마을운동 뒤끝 살림집` 모습을 그렸다고 할까요..

옛날 집에는 대문이 있을 수 없는데, 대문을 그린 대목도
좀 안 맞는다고 할 수 있어요.
그리고, 마당에 선 나무도 `줄기가 저렇게 구불구불`할 수 없어요.
마당에 나무를 심어서 손수 가꾸어 보면
이쯤은 아주 잘 알 수 있답니다~

구시렁구시렁거리는 댓글만 남기는데...
그만큼
이 그림책 이야기가 사랑스러웠기에
그림이 좀 아쉬웠어요.

하양물감 2015-03-29 09:28   좋아요 0 | URL
아^^ 감사합니다.
그런 부분까지는 제가 알수없는 것이었는데 역시 그림책의 그림은 허투루 볼 수 없는것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