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할 시간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 문학에서 찾은 사랑해야 하는 이유 아우름 2
장영희 지음 / 샘터사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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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숲을 거닐다》를 읽었었고, 장영희 선생에 대한 이야기는 몇몇 글을 통해 알고 있어서 이 책을 읽어보기로 하였다. 그렇지만 개인적으로 영시나 영미문학에 그닥 관심이 없다보니 몰입도는 낮은 편이었다. 특히 詩는 한국 시인들의 시에서도 영감을 잘 못느끼는 감성이라, 영시는 더 하면 더했지 덜 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심 있게 읽은 두 명의 시인과 그들의 시에 대한 글이 있으니​ 바로 에밀리 디킨슨과 예이츠이다.


에밀리 디킨슨 (Emily Dickinson, 1830~1886)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거의 없었다. 19세기의 미국의 대표 시인인 에밀리 디킨슨은 일생 동안 독신으로 살면서 자기 집 대문 밖도 나가지 않고 살았다고 한다. 거기에다 30대 후반 무렵부터 죽을 때까지 흰색 옷을 입었다고 하니 평범하지만은 않은 사람이었던 듯하다. 장영희는 "사랑으로 인해 그녀는 시적 삶으로 새롭게 탄생했고, 시의 세계야말로 디킨슨에게 삶의 궁극적인 의미를 주는 비상구"(p.52~53)였다고 말한다. "그녀의 세계는 집과 뜰, 책, 가까운 친구와 친척에 국한되어 있었지만 그녀의 시에는 끝없는 열정"(p.53)이 담겨있었다.


우리가 보통 집안에 틀어박혀 있거나 인간관계나 사회생활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이야기할 때 떠올릴 수 있는 것들과는 달랐던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그녀의 좁은 세계 속의 사소한 일상 하나하나가 시적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촉매제로 기능하기 때문이다. 또한 "풍부한 상상력과 독서"는 무궁무진한 넓은 세계로 초대한다.


넓은 평원을 만들려면 클로버 한 개와 벌 한 마리,

클로버 한 개, 그리고 벌 한 마리,

그리고 상상만 있으면 됩니다.

벌이 드물면

상상만 있어도 되지요.

머나먼 세계로 우리를 싣고 가는 데는

책만 한 배가 없지요.


To make a prairie it takes a clover and one bee,

One clover, and a bee,

And revery.

When bees are few,

Only revery will do.


There is no Frigate like a Book

To take us Lands away.


그녀가 살았던 19세기에는 시인으로 알려지지도 않았지만, 그녀가 죽은 후 2,000여 편의 시가 세상에 니왔다. 그녀는 집 밖을 나오지 않고 살았지만, 시를 통해 세상을 향해 이야기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가하면 이름은 익히 아는, 그러나 제대로 알고 있는 시는 없는 예이츠에 대한 이야기이다. (비단 예이츠만이 그러할까? 나는 대부분의 영미시인들의 이름만 알지 그들의 시는 거의 모른다. 부끄럽지만)

예이츠는 어렸을 때 글을 깨치는 것도 다른 학생들에 비해 뒤떨어졌고, 저능아로까지 여겨진 적도 있다고 한다. 그래도 글 좀 쓴다 하는 사람들은 어렸을 때부터 두각을 드러내거나 비범한 가정에서 특별하게 자라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이건 좀 심하다 싶었다. 그러나 예이츠는 "나는 애 생각보다 재미없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 어려웠기 때문에 가르치기 힘든 아이었다"(p.59)라고 말한다. 즉, 예이츠 자기 생각이 가장 재미있었으니 학교에서 배우는 것이나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제대로 들었을 리가 없다. 거기에 그의 아버지는 통학을 하는 기차에서 역대 시인들의 이야기를 자주 해주었다고 한다. 이를 통해 예이츠의 관심이 문학으로 옮아가게 된다.


디킨슨도 그렇고 예이츠도 그렇고, 둘 다 평범하지 않은 삶을 살았다. (이 책에 실린 대부분의 시인들이 그러하다. 개인적(또는 사회적)인 시련과 고난이 없으면 치열하게 마음을 움직이는 시가 나올 수 없는 것일끼?) 그러나 두 사람에게는 공통점이 있는데, 디킨슨은 독서를 통해 세상을 보는 눈을 키웠고, 예이츠는 시인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문학에 관심을갖게 되었다는 것이다. 사실 나의 모든 관심이 이쪽이다보니, 어떤 책을 읽어도 이 부분이 더 크게 다가온다.


디킨슨과 예이츠의 시를 읽으면서 나는 오늘 영미시에 한 발자국 다가가본다. 시만 읽었을 때는 별 감흥도 없더니 그래도 시인들의 생과 삶을 통해 들여다보니 나름대로 의미가 느껴진다.


* 이 리뷰는 샘터 물방울서평단 활동으로 받은 책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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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찬샘 2015-01-11 07: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인들에 관한 이야기를 함께 들으면서 학생들은 문학의 세계에 한 발 다가섰겠어요. 장영희 교수님 책 2권 읽었는데, 참 좋았고, 또 슬펐어요.

하양물감 2015-01-11 11:39   좋아요 0 | URL
장영희 선생님 글 읽으면서 내게는 미지의 영역인 영시의 세계를 보았습니다.
사실 번역된 시는 가슴에 와닿게 감동하기는 어려웠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