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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나그네 소년 장복이 - <열하일기> 박지원과 함께한 청나라 기행 ㅣ 샘터역사동화 4
김종광 지음, 김옥재 그림 / 샘터사 / 2014년 12월
평점 :
『열하일기』, 작년인가? 한 번 읽어보자 생각하고 펼쳤다가 이런저런 이유로 포기를 하고, 『열하일기』를 쉽게 풀어 쓴 고미숙의 책으로 대신했던 적이 있다. 이 열하일기를 어린이 역사동화로 풀어놓은 책이 이 책이다.
일단 이 책은 전반부에서는 작가의 새로운 창작으로 한양에서부터 의주까지의 일야기를 담고 있고 후반부에는 압록강에서 연경까지의 모습을 담았다. 서술자는 박지원이 아니라 장복이라는 종놈이다. 박지원의 눈으로 본 내용이 『열하일기』라면, 박지원의 모습을 타자의 눈으로 보면서 쫓아가고, 함께 그 먼 여행길에 올랐던 종, 경마잡이, 역관 등의 시각을 함께 느껴볼 수 있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거기에 재미난 스토리가 함께 하니 한 권의 책을 읽는데 어려움이 없었다.
요즘 내가 우리 아이와 함께 '천천히 읽기' 혹은 '깊게 읽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초등저학년인 아이와 그렇게 읽을 수 있는 책이 무엇이 있을지 고민하는 중이었다. 이 책도 그렇게 읽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잘 알지 못하는 단어들도 많이 나오고, 길을 떠나 만나는 수많은 것들을 찾아서 깊게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이 책을 읽은 후 아동청소년용 『열하일기』, 그리고 나중에는 진짜 『열하일기』를 한번 더 읽어본다면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될 듯하다.
이 책의 주인공은 장복이다. 쌀 다섯 섬 때문에 아버지를 대신하여 연경으로 떠나는 소년이다. 어린 나이에 그 먼 길을 떠난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으나, 뚱선비와 창대형이 있어서 가능했을 터이다. 함께 여행을 하는 사람이 누군가에 따라 여행의 의미는 많이 달라진다. 양반이지만, 그들과 교감을 나눌 수 있는 마음을 가진 박지원과의 여행은 소년 장복이가 성장하게 한다. 그런가하면 창대형은 열아홉 살 경마잡이 소년이다. 경마를 잡고 가는 이가 경마잡이다. '경마'는 남이 탄 말의 고삐를 잡고 가는 일 또는 그 고삐를 말한다. 박지원은 뚱선비로 나온다. 덩치가 크고 뚱뚱한 마흔네 살의 선비라는 캐릭터를 갖고 있다. 조선에서는 게으르고 한가한 모습을 보여주기에 덩치와 함께 뚱선비라는 별명이 어울린다.
한양에서 의주까지 가는 동안 이 이야기는 여러 가지 모습을 보여준다. 사신단이 가면서 머무는 고을의 모습에서부터, 강을 건너기 위해 모여든 나루터의 모습, 놀이마당의 모습 등 우리 나라의 모습을 잘 보여준다. 후반부에 들어서면 뚱선비가 적극적으로 나서기 시작한다. 그가 보고 싶고 듣고 싶은 것들은 남들과 다르다. 중국의 벽돌집과 수레를 보며 감탄하고, 벽에 쓰여진 이야기를 보고 베껴써오는 모습에서 이후의 박지원이 어떤 삶을 살게 될 지 짐작하게 하기도 한다.
역사동화를 읽는 목적이 있을 것이다. 역사책이 아닌 역사동화를 읽을 때는 주의할 점이 있다. 바로 허구와 사실이 함께 있다는 것.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읽고 박지원이나, 『열하일기』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면 반드시 박지원이나 『열하일기』를 사실적으로 다룬 책을 연이어 읽기를 바란다.
내용으로 보아 초등 중학년 이상이면 읽을 수 있다. 혼자 읽기보다는 함께 읽기를 권하고 싶다. 이야기를 나누며 읽기에 좋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