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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하늘 맥주
모리사와 아키오 지음, 이수미 옮김 / 샘터사 / 2014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오랫만에 경쾌한 에세이를 읽었다.
푸른하늘 맥주라는 독특한 제목 스타일은 확실히 일본스타일이다.
딱 여름이라는 계절과 어울리는 표지그림이 특히 눈길을 끈다.
여행에세이라는 걸 알고 읽었음에도, 나는 내내 단편소설 하나 하나를 읽고 있는 느낌이었다.
떠나고 싶은대로 떠날 수 있는 자유가 부럽기도 했고, 그렇게 떠난 여행을 온전히 나의 여행으로 기억할 수 있는 에피소드들을 가질 수
있었다는 것도 부러웠다. 이렇게 내내 부러워만 하는 걸 보면, 나도 여행에 목말라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여름을 앞두고 새롭고도 큰일을 맡아 정신없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그런 와중에 틈틈히 읽은 이 책은 나에게 하나의 청량음료같은
느낌이었다. 이 정도는 놀아야 젊은이의 여름이라는 광고문구를 보지 않더라도, 그저 떠날 수 있는 자유와, 여유가 바로 젊은이의 특권이 아닐까
생각한다.
나는, 불쑥 떠난 여행에서 어지간해서는 만날 수 없는 장면들과 조우한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한다면, 젊음이라는 것도 누려본 사람만이
젊음을 이야기할 수 있다. 나의 젊은 시절을 떠올려 보면, 책 속의 나만큼은 아니지만 제법 많은 곳을 돌아다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 속의
'나'가 만났던 장면들과 마주치기 힘들었던 것을 생각하면 나는 그저 관광지를 돌아다녔을 뿐이었다.
아직 늦지 않았다면, 나도 자연 속으로, 관광지가 아닌 나만의 여행지로의 여행을 하고 싶다. 마침 어제 지인이 중국으로 여행을 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참 마음 느긋하게 떠났을 것이다. 나도, 언젠가는 그런 여행을 꿈꾼다. 함께 여행을 했던 친구들과의
오랜 우정도!!
모리사와 아키오의 추억과는 비교가 안되겠지만, 나에게도 그런 기억이 하나 있다. 대학 2학년 때 친구들과 떠났던 일주일간의 여행.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그 추억이 그래도 가장 오래 기억에 남아있는 걸 보니 역시 여행이란 그러한 의도하지 않은 상황과 마주하거나, 가슴에 탁
들어오는 풍광을 만나거나 예기치 않게 맞닥뜨린 위기에서 재치있게 빠져나오는 과정에서 느끼는 카타르시스때문에 기억되고 추억되는 것이
아닐까싶다.
모처럼
나도 푸른하늘을 담은 맥주를 한잔 마시고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