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가루 백년 식당
모리사와 아키오 지음, 이수미 옮김 / 샘터사 / 2014년 1월
평점 :
품절


눈이 잘 내리지 않는 부산에서도 눈이 하루종일 내렸다. 그럼에도 쌓이지는 않았지만.. 눈이 날리는 걸 보면서 이 책 [쓰가루 백년 식당]을 보니 표지 그림이 마치 눈 쌓인 나무 같다. 벚꽃이 흩날릴 땐 벚꽃비보다는 벚꽃눈이 날린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 것 같다.

 

쓰가루 백년 식당의 가장 큰 행사는 바로 벚꽃축제가 열리는 기간에 열린다. 일본의 벚꽃놀이는 우리의 상상을 초월하는 것 같다. 이제 우리 나라에서도 봄이 되면 벚꽃축제라는 이름으로 많은 행사가 열리긴 하지만, 일본에서 벚꽃축제란, 사람들에게 추억은 물론이고 현재진행형의 기억을 남기는 듯하다.

 

그동안 매스컴이나 기타 자료를 통해 일본에는 백년 이상 된 가게들이 여전히 성업중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우리 나라가 상업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고, 자신이 한 고생을 자식에게는 물려주지 않겠다는 인식이 강했기 때문에 대를 이어 물려주는 곳이 그리 많지는 않은 것 같다. 그래도 요즘은 가게마다 원조니, 몇대째니 하는 간판을 거는 걸 보면 자본주의 세상에서 '돈'이 주는 가치가 얼마나 달라졌는가를 보여준다.

 

쓰가루 백년 식당의 비결은, 맛있는 국물과 음식을 손님에게 팔겠다는 생각, 그것이 아닌가 싶다. 데쓰오가 아들 유이치에게 식당을 물려주지 않겠다는 생각을 하는 건, 아들이 자신처럼 고생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지만, 어쩌면, 이 식당을 물려받아 운영하는 데 있어서 마음가짐을 다시 하라는 뜻도 있었던 것 같다. 선대가 물려주신 식당을 그 명성만 믿고 안이하게 운영을 하다가는 망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가게를 이어온 그들만의 정신, 돈을 벌겠다는 장삿속이 아니라 뼈속까지 손님을 생각하는 마음, 좋은 음식을 만들겠다는 마음이 없다면 의미가 없는 것이리라.

 

유이치는 쓰가루를 떠나 도쿄에서 풍선아트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살아가는 청년이다. 그의 모습은 현재의 우리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다. 제대로 된 취업을 하지 못한 채 시간을 보내며, 자기보다 어린 후배들이 차고 올라가는 모습을 바라보아야 하는 청년이다. 그에게 꿈이 없었을까? 그의 꿈은 아버지의 가게를 물려받아 일본최고의 가게로 만드는 것이었다. 도시로, 도시로 떠나 자신의 자리를 찾지 못한 채 방황하는 청년들이 어디 한둘이겠나? 풍선아트를 하는 것은 정식직장이기부다 아르바이트에 불과하다. 그가 우연히 만난 나나미는 같은 고향 사람이면서 사진작가라는 자신의 꿈을 찾아 노력하고 있는 여성이다.

 

유이치와 나나미의 관계는 현실 속의 우리 모습을 보는 것 같다. 그들의 만남과 대조적으로 식당의 창업자인 겐지와 도요의 관계가 펼쳐진다. 겐지는 발가락이 없는 장애를 갖고 태어났지만, 자신의 삶을 개척해나가는 인물이다. 그에게는 그를 늘 특별한 장애가 있는 사람이 아니라 남들과 다른 사람으로 인정하고 응원해준 어머니가 있었다. 또한 겐지 주변에는 멋진 친구들이 함께 했다. 겐지가 도요와 결혼을 하고, 식당을 차리고 하는 과정에서 친구들의 역할은 크다. 주변에 어떤 사람을 두는가 하는 것은 자신의 몫이며, 그들에 의해 성장할 수 있는 것도 자신의 몫이다. 겐지가 도요를 만나 사랑을 이루는 것도 그러하다. 용기있는 자가 성취한다.

 

유이치와 나나미의 관계는 현대 젊은이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다. 자신이 정작 하고 싶은 일을 모른 채 아르바이트로 살아가던 유이치에게 나나미는 자신의 꿈을 좇아 노력하는 여성이다. 그들이 서로에게 호감을 가지고 꿈을 이루어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읽으면서 내내 나의 모습을 생각하게 되었고, 아직도 이루지 못한 나의 꿈은 무엇일까 고민하게 되었다. 괜찮은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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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4-02-11 1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루지 못한 꿈이라면
곧 이룰 꿈이 될 테지요.
벚꽃이 눈처럼 날리는 일본처럼
한국에서도 매화꽃이 눈처럼 날리는
봄이 코앞이네요.

하양물감 2014-02-12 06:39   좋아요 0 | URL
네 그렇네요. 봄을 앞두고 계속 눈이 내리니 그것도 걱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