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신령 학교 1 - 꼬마 산신령들 샘터어린이문고 43
류은 지음, 안재선 그림 / 샘터사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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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신령학교를 펼치자, 학교사람들 소개가 나온다. 산신령 가문 중 가장 역사가 오래 되고, 대대로 훌륭한 산신령이 많이 나온 집안에서 태어난 꼬마 산신령 귀선, 스스로 태어난 고아 산신령 장군, 선녀와 나무꾼 사이에서 태어난 두레, 빼빼 마른 모습때문에 빼빼라고 불리는 빼빼, 눈도 얼굴도 몸도 둥그스름해서 동글이라고 불리는 동굴이, 환웅과 웅녀 사이에서 태어난 단군교장선생님, 부엌에 사는 조왕할머니, 가장 무섭고 엄한 변신술선생님, 그리고 식물학선생님까지. 이 캐릭터들을 보는 순간, 나는 한솔이가 보는 애니메이션 '꼬마신선 타오'가 생각났다.

 

아마도 꼬마신선 타오를 본 사람이라면 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까? 캐릭터를 대치해보자면, 귀선은 슈잉, 장군은 타오, 두레는 샤오밍, 빼빼는 홀펭, 동글이는 똥펭, 단군교장선생님은 대신선 라오, 조왕할머니는 부엉할머니 등등. 게다가 신선학교와 산신령학교니 많은 부분이 겹쳐진다.

 

그렇다면,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가는가하는 데서 차이를 찾아야 할 터이다. 가장 큰 차이라면, 꼬마신선 타오가 중국을 배경으로 하고 이름도 그런 느낌이라면 산신령학교는 우리 나라를 무대로, 우리의 옛 이야기와 설화를 담고 있다는 점이다. 연오랑 세오녀가 나온다던가, 선녀와 나무꾼의 딸이 나온다는 식으로.

1권에서는 당연히 이 이야기를 끌고 갈 인물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귀선이가 달봉이가 된 사연, 꼬마 산신령들이 학교 생활을 하는 동안 만나게 될 선생님들, 그리고 연오랑 세오녀를 통해 한국만이 아니라 이웃나라인 일본까지 진출한다. 연오랑 세오녀가 있는 일본에서의 모습은 앞으로의 이야기 전개를 위해 이야기를 아껴둔 것 같기도 하다. (아, 만약 그 이야기가 계속 나오지 않는다면, 이 에피소드는 정말 뜬금없는 이야기가 될 것이다)

 

벌거숭이(산삼)와 도깨비들의 등장 등 이야기 곳곳에 관심을 끄는 캐릭터들이 존재한다. 변신술을 통해 힘겨루기를 했던 꼬마산신령들의 이야기는 막힘없이 술술 익히는 장점도 있다. 빼빼와 동굴이의 역할은 달봉이, 장군, 두레에 비해 미미하다. 그렇지만, 학교라는 공간에서 그들이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할지도 궁금하게 만든다. 자신의 능력과 힘이 아니라 선대의 배경으로 큰소리쳤던 달봉이가 친구들을 만나 어떻게 변화할지, 가진 것 없는 장군이가 산신령학교에서 어떻게 자신만의 장점을 키워갈지, 인간과 선녀 사이에서 태어나 산신령학교에 간 두레가 그 이질감을 어떻게 극복해갈지도 기대하게 만드는 책이다.

 

이들의 모습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 모습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이 책이 우리나라의 전래동화나 설화를 충분히 잘 녹여내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고, 이웃나라와의 관계도 억지스럽지 않게 풀어갔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그리고 등장인물들이 쑥쑥 성장해가는 모습을 긍정적으로 그려나갔으면 한다.

 

아이는 책을 재미있어했다. 내용이 조금 익숙해서이기도 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타오이야기랑 비슷해서이기도 하다. 익숙한 것은 아이를 이야기에 쉽게 몰입될 수 있게 만든다. 그러나 그 익숙함이 익숙함에 그치지 않고 반짝이는 에피소드로 생명을 얻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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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4-02-04 1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스로 태어난 아이가 '고아'라고 나온다면...
좀 거석하네요.

우리 옛이야기도 무척 넓고 깊으니
하양물감 님 말씀처럼
그 넓고 깊은 품을 고이 안아서
아이들이 즐겁게 누릴 수 있으면 좋겠어요.

하양물감 2014-02-04 20:34   좋아요 0 | URL
아, 고아라는 단어가 느낌이 그렇긴한데요. 어쨌든 부모가 없다는 의미로 사용된 것 같아요. 자연에서 스스로 태어난 아이거든요.
댓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