셜록 홈스를 오랫만에 만났다.

명탐정 셜록 홈스와 얼룩무늬 끈 ㅣ 동화 보물창고 40
아서 코난 도일 지음, 민예령 옮김, 시드니 에드워드 파젯 그림 / 보물창고 / 2011년 12월

오랫만에 셜록홈스를 만났다. 특별히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장르가 아닌지라 어지간해서는 어린 시절에 읽었던 홈스 이야기를 다시 읽을 일은 없었는데, 이번에 기회가 되어 홈스를 다시 만나게 되었다. '얼룩무늬끈' 이야기는 내가 기억하고 있을 정도의 이야기이니 대표작이긴 한가보다.

 

홈스의 사건해결방식은 세심한 관찰력을 토대로 상상과 추리를 통해 완성된다. 조금의 상상력만 있다면 홈스 식의 추리가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사건의 정황만을 갖고 홈스처럼 추리해내기는 조금 무리기는 하지만. (홈스가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이 홈스 자신의 머릿속에서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서 일반독자인 나는 홈스의 설명을 듣고서야 그렇구나 하고 깨닫게 된다. ) 

 

왓슨에 의하면 '돈을 벌기 위해서 일하는 것이 아니라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 자체를 사랑하고 그것을 즐기려고 일할 뿐'이라고 한다. 그러니 자신이 해결한 사건을 통해 뭔가의 이득을 취하려 하지 않으며, 기이하고 재미난 사건일수록 홈스는 눈을 반짝인다.

 

'얼룩무늬끈', '경주마 실버 블레이즈', '너도밤나무 저택의 비밀', '사라진 공격수' 이렇게 4개의 이야기로 구성된 이 책은, 개인이나 가족사와 관련있는 이야기들이다. '얼굴무늬끈'과 '너도밤나무 저택의 비밀'같은 이야기는 나도 기억하고 있는 이야기였다.

 

왓슨은 홈스와 함께 사건을 해결하기 위한 조력자로 등장하지만, 왓슨이 시건에 대해 갖는 의문이나 정황을 통해 생각해낸 추리는 이 이야기를 읽고 있는 독자와 비슷한 수준이다. 그래서 왓슨의 대화나 설명은 내 마음을 대변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경주마 실버 블레이즈'에서 홈스는 '상상력의 가치'에 대해 언급한다. 주어진 정황과 증거들만으로는 부족한 부분을 상상력을 통해 보완하는 것, 그것이 홈스의 추리력이라고 보여진다. '어떤 일이 일어났을 지 상상하고 가설을 따라가'는 것. 역사 속 과학의 발견에서도 '가설'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주어진 환경과 조건에서 세워진 가설이 하나의 이론이 되는 과정에서 상상력은 큰 역할을 한다. 홈스는 자신의 추리과정에서 이러한 상상력을 십분 발휘하는 것이다.

 

'너도밤나무 저택의 비밀'에서 홈스는 왓슨에게 이렇게 말한다. "제일 중요한 건 원인과 추리의 과정과 결과 뿐"이니 "사건의 이야기에만 빠지지 말고 사실과 추리 자체에 조금 더 초점을 맞춰 줬으면 하는 바람이야"라고. 이건 왓슨에게 하는 말이면서 독자에게 하는 말이기도 할 것이다. 그렇지만, 이야기가 있어서 그 과정이 더 재미있고 흥미로운 것은 아닐까? ^^;

 

홈스의 이야기를 읽다보니 그가 흥미로운 사건을 만나지 못할 때 약물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았다. 일상에서 자극을 받지 않으면 새로운 자극을 위해 그러는 것 같지만, 그것이 홈스라는 탐정의 경력에 치명적인 단점이 되는 것이다. 어린이들이 읽는 이야기에 이러한 내용이 들어있다는 것이 충격적이기는 하다. 어린이를 독자로 쓰여진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에 그런 느낌이 드는 것일테지만 조심스럽다. 홈스가 했던 말, 사건의 원인과 추리과정, 결과에 초점을 맞추라는 그 말이 특히 눈에 들어오는 건 그래서일터다.

 

* 이 책은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