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소소설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선희 옮김 / 바움 / 2007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히가시노 게이고의 단편소설집이다. '흑소'가 뭔가..했더니.. 블랙코미디를 이르는 말인듯하다. 가끔 이런 식의 제목은 좀 당황스럽다.

 

어쨌거나 히가시노 게이고 식의 블랙코미디는 어떨까? 『최종심사』, 『과거의 사람』, 『불꽃놀이』,『심사위원』 은 단편이지만 연결된다. 작가이기에 느낄 수 있는 것들이 아닐까 싶다. 겉을 드러내보이지 않는 그들의 속내가 쓴웃음을 유발시킨다. 한해에도 수없이 쏟아지는 작가지망생들의 글, 몇 년째 문단의 언저리에서 떠나지 못하는 작가들의 마음, 그들을 바라보는 편집자들의 반응이 얽혀들어간다.

 

어제 모 TV프로그램에서 '국민가요'가 사라져가는 현실에 대한 방송을 하였다. 과거에는 국민들이 모두 알고 따라부르는 노래가 있었지만, 이제는 그런 가요가 없다는 것, 올해의 국민가요를 꼽는다면 무엇이 있을까를 묻는 질문에 다들 고개를 갸웃거리며 없는 것 같다고 말하는 시민들. 예전에는 듣는 이를 공감하게 만들고 잘 들어달라는 노래를 만들었다면, 요즘은 그들이 하고 싶은 노래만 한다는 이야기가 제법 와닿았다.

 

앞서 언급한 네 개의 단편과 어제의 방송이 묘하게 나의 감정을 하나의 연장선에 놓았다. 이미 출간된 지 3~4년이 지난 글이지만 그게 비단 문학계의 현실로만 한정될까? 우리가 향유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문화 전반에 걸친 이야기가 아닐까? 수없이 쏟아지는 결과물 중에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건 한정되어 있고, 그 한정된 영광 역시 그 순간에 머물고 마는 현실. 어쩌면 이것이 이 시대의 특징일지 모르나, 그렇기 때문에 지금의 우리 시대는 풍요 속의 빈곤이 아닐까.

 

『신데렐라 백야행』은 신데렐라 이야기의 변형으로, 돈이 가치를 결정짓는 지금의 현실이 그대로 그려진 듯하다. 우리가 아무리 아니라고 부정한들 '돈'의 영향력은 엄청나다. 이 소설을 읽는 내가 '돈'이라는 것때문에 고민을 하고 '돈'이 전부는 아니지만 '돈'이 없이는 엄청 불편하다는 사실을 절실하게 깨닫고 있기에 신데렐라의 선택에 공감할 수 밖에 없었다. 그 공감이 나를 씁쓸하게 만들었다고나 할까?

 

『임계가족』은 부모라면 공감할 이야기이다. 호로링 볼이나 뾰로롱봉과 같은 것들이 없으면 아이들 사이에서도 어울려 놀기가 힘들다. 분명 그 캐릭터에는 주인공도 있고 주변인물도 있어서 이야기가 완성되지만, 아이들 세상에서는 주인공만 있어도 된다. 그러니 주인공이 가진 것은 아이들도 모두 가져야한다. 어떤 캐릭터 시리즈는 크리스마스 선물을 하기 위해 여름부터 미리 사두어야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렇게 어렵게 구한 캐릭터 상품도 곧이어 출시되는 다른 상품을 또 구매하지 않으면 안되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내가 만약 아이가 없다면 그들의 이야기가 극성스러운 부모들이라고 치부해버릴 수 있지만 나 역시 그런 일을 겪었다. 그래서, 캐릭터 상품 담당자들이 출시된 상품을 살만한 사람은 다 샀다는 판단이 들 때 새로운 상품을 내놓는 모습이 그저 황당하게 들리지만은 않는다.

 

블랙코미디라는 것이 자신의 상황과 경험에 따라 공감을 이끌어낼 수도 있고, 그렇지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거대유방 망상증후군』이나 『임포그라』처럼 내가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들도 있지만, 나의 상황과 연결되는 이야기에서는 씁쓸한 웃음을 자아낼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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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1-10-20 1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제목이 특이하네요 신데렐라 변형이야기는 참 많은 것같아요

하양물감 2011-10-21 18:38   좋아요 0 | URL
제목을 보고 몇몇 생각을 했어요. 흑소, 괴소, 독소라는 일본어를 한자어 그대로 읽은 소설제목이 그다지 매력적이지는 않은 것 같아요. 번역과정에서 다르게 번역되었더라면 또 어땠을까하는 생각도 들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