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을 살았으니 웬만한 인간관계형성의 틀은 잡혔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내가 만나고 관계를 맺는 사람들의 범위도 어느 정도 한정이 되었고, 그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점점 많이 든다.  

지금 나의 인간관계는 '아이'를 중심으로 재편되었다. 불과 5-6년 전만해도 '일'을 중심으로 한 관계였는데 어느새 썰물이 되어 쑤욱 빠져나가고 밀물처럼 쑤욱 들어왔다. 그런데 지금의 이 관계가 나는 썩 마음에 들지 않는다. 

아이를 중심으로 재편되었다고는 하지만 그 또한 엄마들의 네트워크에서 파생된 관계이다. 아이는 아이 스스로 친한 동무를 형성해나가기보다 엄마의 네트워크 속에 포함되기 시작했다. 이것이 불편하다. 물론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아이가 스스로의 관계를 다시 만들어가겠지만.  

요즘 들어 '어울림'이 힘들어졌다. 그게 아이와 아이 교육에 대한 관점 차이가 가져온 결과기도 하다. 1년전만해도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졌던 사람이라 해도 그 사람의 생각이 지금도 그대로일 것이라 생각해서는 안된다. 그러니 말이 뚝뚝 끊기고 이어지질 않는다. 말이 끊기기 전에 먼저 생각의 흐름이 끊어진다. 대화 중에도 딴 생각을 하게 되고 자꾸 그 자리를 피하고 싶어진다. 나도 상대도 분명 정답은 아닌데, 어느 순간부터인가 그 간극의 차이가 자꾸 벌어진다. 

가끔 생각한다. 저 사람이 내게서 원하는 것이 뭘까? 내 정보를 가져가기만 하고 되돌아오는 것은 없다. 갑자기 그게 아까워지기 시작했다. 예전엔 그저 주는 게 좋았다. 내가 가진 정보도 나만의 것(내 소유의 지적재산)도 아니다. 그런데 그것조차 아깝게 느껴지다니..  

거리를 두어야 할 때인 것 같다.  그렇지만, 거리두기, 그거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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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1-07-28 2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렵죠...그냥 물 흐르듯 살아야 할듯해요.
하지만 매사 공짜로 살려고 하는 사람은 싫어요~~~

하양물감 2011-07-29 08:17   좋아요 0 | URL
마음수련이 필요한 것 같아요. 나 역시 타인에게 그런 사람으로 비춰지지는 않았는지 반성도 하게 되고요. 착한 얼굴 뒤에 이기적인 마음이 도사리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고나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