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찾기의 맛은 역시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발견했을 때가 아닐까?

<왕실 도서관 규장각에서 조선의 보물 찾기/열네 살이 어때서?>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왕실 도서관 규장각에서 조선의 보물찾기 - 조선 시대의 놀라운 기록 문화 ㅣ 책과함께어린이 찾기 시리즈
신병주.이혜숙 지음 / 책과함께어린이 / 2010년 9월

제목은 그다지 끌리지 않았지만(어디에서 보물찾기~시리즈가 연상되기때문이기도 하다) 책과함께어린이출판사에서 펴낸 이전의 책들에 대한 믿음을 깨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하며 이 책을 펼쳐들었다. '규장각'. 이름은 익숙하나 무엇을 하는 곳이었는지는 가물가물한게 이제는 내 머리에도 먼지가 제법 앉았나보다. 

'조선시대의 놀라운 기록문화'라는 부제가 확 눈에 들어왔다. 최근에 읽고 있는 책이 국가기록원에서 의뢰하여 만든 책이어서 '기록'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던 차에 이 책을 만난 것이다. '기록'이 가지는 의미는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것 이상일 것이리라 짐작은 하지만, 그것이 당대에 혹은 후대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는 별로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고, 기록물이 (현대에 비해) 현저하게 적었던 조선시대에 기록으로 남겨진 것들이 그 시대를 이해하는데 얼마나 많은 도움이 되는지 알 수 있었다. 지금이야 어쩌면 기록으로 넘쳐나는 시대기에 그 가치를 잘 느낄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어딘가에서는 지금의 우리 시대를 기록으로 남기고 있다.  

이 책은 역사를 보는 다양한 방법들 중 '기록'을 통해 조선의 역사를 되짚어볼 수 있는 책이다. 목차를 살펴보면 '왕이 쓴 글씨와 기록화, 의궤, 지도와 지리지', 그리고 국제관계를 알아볼 수 있는 자료를 통해 조선의 기록문화를 보여준다. 의궤나 지도 등을 하나의 주제로 다룬 책들도 나와 있으므로 이 책에서 이 부분은 그다지 새로운 느낌을 가질 수는 없었다. 내가 찾은 이 책 속 보물은 의궤나 지도가 아닌 나머지 것들에 있다. 왕과 왕비의 글씨를 보면서 그들의 성품이나 성향을 짐작할 수 있는 게 재미있었고, 사극에서 자주 보았던 왕들의 온천행에 대해 알아볼 수 있어서 좋았다. 또 조선시대에 청계천 준설공사를 한 기록을 보여 준 것도 새로웠다. 저자는 어떤 의도로 이 부분을 넣었는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100년을 내다보고 준설한 청계천과 최근에 복원한 청계천의 의도와 목적은 아주 달라보인다. 그런가하면 왕세자의 성균관 입학식 그림이나 성균관 대사례 같은 것은 최근 보고 있는 드라마와 겹쳐지며 관심있게 읽게 되는 부분이다. 

또한 우리나라의 의궤가 왜 프랑스에 있는지에 대한 설명이나 박제가가 '북학'이라는 새로운 학문을 자리잡게 한 공은 있으나 조선 것은 무조건 좋지 않고 중국 것이면 다 좋다고 생각한 문장을 보여줌으로써 '박제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