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벌레 공부벌레 일벌레 - 초등학교 국어교과서 수록도서 동심원 9
이묘신 지음, 정지현 그림 / 푸른책들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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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레라는 말을 들으면 어떤 기분이 들까? 어렸을 때 들었던 말 중에 기분 나쁜 말이 '식충이, 그러니까 밥벌레'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식량만 축내면서 빈둥거리는 사람들을 뜻했던 것 같다. 사람에게 '벌레'라고 하면 인격모독처럼 들리기 마련이다. 벌레들이 들으면 대성통곡할 일이다. (^^) 벌레들이 사람에게 해를 끼치든 안끼치든 그 생김새를 갖고 지레 겁을 먹거나 무시하는 사람들이 원망스럽기도 할 터이다.

 

이 동시집에 있는 '책벌레, 공부벌레, 일벌레'라는 시를 보면 벌레를 징그럽다하고, 싫어하는 엄마가 아이들에게 "책벌레, 공부벌레, 남편한테는 일벌레'라며 좋아한다. 사실 '벌레'라는 말이 붙으면 좋지 않은 의미가 내표된 듯 들린다. 책벌레도, 공부벌레도, 일벌레도 그렇다. 책은 많이 보지만 그 외의 것은 잘 못하는 사람, 공부만 하지 인간은 덜된 사람, 일만 하고 주변을 돌보지 못하는 사람이라는 느낌이 강하다. 그런데 말의 의미도 쓰는 사람에 따라 달라지나보다. 이 동시의 엄마는, 책벌레나 공부벌레에 대해서는 어머나~ 아이구~ 하며 기분 좋게 느낀다. 다만 에휴~하며 일벌레 남편에게는 조금 안타까움이 느껴지기도 한다. 그 말이 어떻게 쓰이든간에, 개인적으로 나는 애들이나 남편이 그런 벌레는 아니었으면 좋겠다. 벌레들한테는 미안한 말이지만. (^^)

 

이 시집을 읽은 후 전체적인 느낌은 편안하다는 것이었다. 길가에 핀 꽃을 바라보는 꽃가게 아줌마의 시선이, 경운기 뒤에서 꼬리를 물고 따라가는 아빠 차가, 괜찮아 잘했어 기운내 토닥여 주는 엄마가, 열무밭에 무꽃을 피운 시인 아저씨가, 응 그래서? 라고 들어주는 지훈이가 그렇다. 시골 풍경이 드러난 시들도 '노동'보다는 '쉼'을 느낄 수 있어서 그런지 편안하다. (한가롭고 그림같은 시골풍경을 묘사한 글을 보면서 현실인식이 부족하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노동과 여유, 어느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오늘은 그 양면 중 어느 한 면을 본다고 해서 잘못은 아니지 않나 싶다.)

 

그런가하면, 숫자로 시작해서 숫자로 끝나고, 우산을 영어로 말하지 못해서 학원 문을 열지 못하고, 학원 다니고 시험 본 이야기 말고는 할 말이 없는 아이의 일상이 안타깝게 여겨지기도 한다.

 

이 시인의 두번 째 동시집에서는 또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첫번 째 동시집에서 맛본 편안함만은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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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0-08-18 1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책벌레 이야기가 많네요 하지만 이건 시집이니 좀 다르겠지요

하양물감 2010-08-18 13:05   좋아요 0 | URL
네, 책벌레 이야기는 이 시집에 있는 하나의 시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