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정환이 쓴 탐정소설이라니 처음에는 좀 의아했다. 그제서야 내가 방정환에 대해 알고 있는 게 거의 없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저 어린이날에나 떠올리는 인물이었을 뿐. 이 책은, 방정환이 1925년 잡지 <어린이>에 연재했던 탐정소설이라고 한다. 연재소설인만큼 소제목 아래 글들의 분량이 일정하고 사건의 전개가 빠른 편이다. 주인공인 상호는 동생인 순자를 찾기 위해 일본인인 곡예단 단장을 쫓아간다. 위험에 처하기도 하고 죽을 뻔 하기도 하지만, 위기마다 꾀와 계략으로 모면한다. 나는 이 이야기를 동생을 구출하기 위해 곡예단 단장을 쫓아가는 이야기로만 읽어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했다. 굳이 여기에 시대적인 의미를 덧붙인다면 일본인에 대항하는 어린 영웅의 이야기가 되겠지만. 사실 이야기 내용을 보면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많다. 곡예단의 뛰어난 아이 둘을 보고 자신의 조카라고 단정짓고 찾으러 오는 외삼촌이나, 그 두 아이가 아무 의심없이 자신들을 상호와 순자라고 믿는 것이나, 외삼촌 집 근처에 사는 한기호가 아무런 대가도 없이 그들을 도와주고 중국까지 함께 가서 고생하는 것이나, 거기서 우연히 들어간 조선협회가 상호와 순자의 아버지가 회장으로 있다는 것이나. 뭐 하나 갑작스럽지 않은 것이 없고 황당하지 않은 것이 없지만 그런 걸 암묵적으로 동의하고 읽는다면 별 문제는 없겠으나 이런 걸 따지는 아이들이라면 황당할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이 책이 방정환이 쓴 탐정소설이라는 것 외에는 그다지 흥미롭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