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더위 사려! 우리문화그림책 온고지신 10
박수현 지음, 권문희 그림 / 책읽는곰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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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도 지나고 이제 곧 대보름이다. 최대 명절이라는 설과 추석마저도 그 의미가 옛날과는 많이 달라진 요즘이기에, 전통명절에 대한 여러가지 생각이 많아진다. 어린 시절 대보름날이면, 둥그렇게 뜬 달님에게 소원도 빌었고, 지신밟기 하는 소리에 동네가 떠들썩하곤 했다. 나 역시도 명절이 쇠퇴하는 시기를 살아온 사람이지만 요즘만 할까? 내 기억에 남아있는 대보름날은, 대학교 때로 거슬러올라간다. 그때가 1학년때였는지, 2학년때였는지는 가물가물하지만, 나는 대보름을 임실필봉굿을 배우기 위해 전수를 가서 맞았었다. 그날은 아침부터 지신밟기가 시작되었고, 임실필봉굿놀이를 하는 어르신들이 아침부터 달이 뜬 밤까지 굿판을 벌이셨다. 그 뒤를 졸졸 쫓아다니며 동네분들이 만들어주신 음식으로 요기를 하고, 임실필봉굿을 제대로 즐겼었다. 그날의 기억은 나로 하여금 대보름에 대한 인상을 다르게 만들었다.

 

그렇지만, 일상으로 돌아온 나는 그 이후로 그때의 감동과 즐거움만한 대보름을 여태껏 만나지 못했다. 한솔이가 좀 더 크면 제대로 된 대보름을 즐기게 해주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지역자치단체의 보여주기식 달집태우기가 아니라, 아침부터 밤까지 이어지던 그 신명나던 한판을 보여주고 싶다.

 

오랜만에 대보름과 관련있는 그림책을 보았다. 책읽는 곰에서 나온 '내 더위 사려'가 그것이다. 대보름날 첫닭이 우는 때부터 이 그림책은 시작한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듯 그저 달이 뜬 밤에 달집을 태우고 달구경을 하는 것이 다가 아니라 이렇게 아침이 밝아오는 새벽부터 대보름의 일과가 시작되는 것이다. 대보름날 아침 첫닭이 우는 소리를 듣고 한해의 농사를 점치고, 동네에서 제일 먼저 우물물을 길어올리며 용알을 뜨고,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더위를 팔며 대보름은 시작된다. 대보름날 더위를 파는 풍습은 내가 어렸을 적 재미난 놀이로 기억된다. 그리고 오곡밥과 부럼깨물기는 또하나의 별미였고 귀밝이술 한잔도 기억 속에 남아있다. 요즘 아이들은 이런 기분을 알까? 그때의 기억을 되살려 우리 아이에게도 그런 기분을 느끼게 해주고 싶다. 대보름날에는 여러 집에서 밥을 얻어다 먹어야 된다며 이리 저리 밥 얻으러 다녔던 기억도 있다. 요즘처럼 옆집 사람이 누군지, 어떤 사람인지도 잘 모르는 때에 이런 풍습을 행한다면 이웃간에 얼굴도 알고 좋을텐데...

 

지신밟기를 하는 소리는 신이 나는 소리였다. 풍물패들의 신명나는 풍물소리가 하루종일 들려왔었다. 요즘엔 노인정이나 노인회에서 단촐하게 지신밟기를 하기는 하지만, 그때의 맛이 나지를 않는다. 예전에는 생활 속 깊이 들어와 있던 풍습들이 이제는 형식적으로 흉내만 내는데서 그치니 정말 안타깝다. 밤이 되면 둥그런 달이 떠오르고 달집을 태우는 연기가 곳곳에서 피어오르겠지.

 

이 책은 새벽부터 밤까지 대보름날의 하루를 맛깔나게 그려놓았다. 책을 통해 우리가 많은 것을 알 수는 있지만, 그것을 직접 경험하는 것만큼 좋은 게 또 있을까? 한솔이와 함께 대보름날 날릴 연을 만들었다. 대보름날이 지나서도 연을 날리면 상놈이라는 소리를 들었던 것 같다. 묵은 나물을 모두 모아 음식을 해 먹고 연에 한해의 액운을 모아 날려보내고 나면 정말 새해가 시작되는 것이리라.

 

연날리기를 좋아하는 한솔이기에 연만들기를 하는 동안에도 그 누구보다 좋아했다. 기껏 한지도 사고 연을 만들 준비를 했건만, 한솔이 아빠나 나나 이미 잊어비린 기억을 되살려 만들기가 어려워서 문방구에 파는 연만들기 재료를 구입했다. (만드는 법을 열심히 보면서 만들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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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0-02-17 16: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연만들기 어렵지 않니요? 와ㅣ 종류별로. 아빠신가봐요 멋집니다

하양물감 2010-02-17 18:43   좋아요 0 | URL
네, 아빠예요.
이렇게 만든 다음에 방패연 활을 휘느라 고생 좀 했지요. 제일 어려운게 활을 제대로 휘는거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