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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만합창단 - 세상을 바꾸는 불만쟁이들의 유쾌한 반란
김이혜연, 곽현지 지음 / 시대의창 / 2010년 1월
평점 :
[불만합창단]을 조직하고 불만합창 페스티벌을 열기까지의 과정을 조목조목 설명하고 그 결과를 담아낸 활동보고서로서의 내용이 책의 전반적인 내용이다. 이 책의 목적이 희망제작소의 활동 중 [불만합창단]을 조직과 과정, 그리고 성과를 정리하고 기록으로 남기고자 한 것이든, 시민활동을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어떤 자극을 주기 위한 것이든, 아니면 희망제작소가 하는 일을 홍보하고자 한 것이든 간에 이 책을 읽은 한 개인으로서의 감상은, 시민단체의 역할과 개인의 불만을 드러내고 표출하는 하나의 방법을 알게 한 책이었다.
나는 시민단체가 하는 일이 무엇인지, 아니 시민단체란 것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누가 하는 것인지 잘 모른다. ‘시민’이라는 말에 많은 것이 담겨있지만, 내가 그 ‘시민’ 중 하나인지도 모호할 때가 많다. 수많은 시민단체들 중 나와 의견을 같이 하는 단체를 찾는 것도 드물고, 그것을 굳이 찾을 생각도 없고, 또 내가 그들 중 한 명이어야 한다는 의식도 없기 때문이다. 한 국가, 도시의 구성원으로서의 ‘시민’이기는 하지만, 나의 정치적 권리를 제대로 누리고 산 것 같지도 않다. 그래서 가끔 이슈가 되곤 하는 일에 시민단체 관계자들의 발언이나 행동을 보면서도 나의 일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 점에서 보자면, [불만합창단]은 ‘사회창안’의 가장 기초단위라 할 수 있는 개인의 불만과 고민을 노래로 풀어낸 작업이므로 나와 같은 사람도 쉽게 다가갈 수 있다는 동기를 부여한다. 개인적인 취향이나 배부른 소리 같은 나의 사소한 불만도 다른 사람들과 함께 공유될 수 있다는 사실은 여러 가지 의미를 가진다. 개인적인 것의 표출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때 점차 사회적 문제에 부딪혀서도 남의 일이 아닌 나의 일리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희망제작소의 이름은 익히 들어왔고, 박원순 씨에 대해서도 조금은 알고 있었는데, 그 단체가 하는 일에 대해서는 잘 몰랐다. 희망제작소의 그들은 ‘소셜디자이너’이기를 원한다. 그들이 정의한 ‘소셜디자이너’란 ‘더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보다 좋은 생각을 하려고 노력하고 고민하는 사람’(p.35)이라고 한다. ‘불만합창단’은 그런 그들이 ‘사회’가 아닌 ‘사회를 구성하는 개인’에 관심을 돌린 결과라고 생각한다.
이 책을 통해 유럽의 작은 시민단체를 둘러보면서 ‘시민단체’의 역할과 목적에 대해서 조금은 알게 된 것 같다. ‘시민 제안은 대의민주주의가 가진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적 활동이다. 더 많은 사람이 정책 결정에 참여하는 것, 실생활에 영향을 주는 시민이 직접 개입하면서 직접 민주주의를 실험하고 실천하는 것, 이것이 진정한 의미의 사회창안이다’(p.47)라고 한다. 그렇다면 ‘불만합창단’의 조직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불만합창이란 것이 단순히 모여서 노래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합의와 토론에서 비롯해야 의미가 있다’(p.59)는 현지 씨의 깨달음은 나에게도 공감되는 것이었다.
불만합창단은 어떤 사람이든 참여할 수 있고, 어떤 불만이든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미리 정해진 주제를 가지고 무엇인가를 바꾸겠다는 것이 아니라 서로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동안 나와는 상관없다고 생각한 문제를 자기 문제로 받아들이고 그 불만에 진심으로 마음을 담아 노래를 부르는 과정이다. (p.65요약)
이 책의 중간 중간에는 시민단체의 활동을 하는 두 사람의 생각들이 메모처럼 적혀있다. ‘불만합창단’을 조직하고 행사를 치루기 위해 준비하는 과정에서 두 사람은 조금 다른 생각을 하는 듯하다. 그러한 두 사람의 생각을 좀 더 자세히 들어볼 수 있는 지면이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아주 친한 친구 사이에도 ‘불평, 불만’이 많은 친구가 이야기를 할 때는 ‘좀 그만 했으면’하는 마음이 들 때가 많다. 왜일까? 그것은 ‘우리’의 일이 아니라 ‘그’의 일일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불만합창은 그러한 ‘그’의 일을 ‘우리’의 일로 만들어 주는 것 같다. 노래와 합창이라는 결과물 이전에 함께 이야기하고 ‘우리’의 문제로 인식하게 되는 과정. 불만합창은 그 과정을 경험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