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의 괴물>을 리뷰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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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의 괴물 ㅣ 지그재그 4
다니엘르 시마르 지음, 이정주 옮김 / 개암나무 / 2009년 3월
평점 :
절판
이 책의 제목을 보는 순간, 아, 이 친구에게는 수요일마다 뭔가 말 못하는 사정이 생기겠구나. 했다. 표지 그림을 보니, 한없이 연약해 보이는 아이 옆에 괴물같은 친구가 앉아있다. 아마도 이 친구가 수요일의 괴물이겠지?
저학년 아이들에게 권하는 책이어서 그런지, 이 책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저자의 말을 빌어 직접 전달한다. 간결하고 확실한 메시지여서 저학년 아이들에게 적합하다. 저자가 전달하는 메시지는 바로 "친구가 괴롭힌다면 당장 어른에게 말하라"는 것이다.
이런 직접적인 메시지 전달방법은 사실 책읽는 재미를 반감시키는 편이긴 하다. 그렇지만, 저자의 말이 나오기 전까지 우리는 줄리앙 포트뱅의 입장이 되어 책을 읽게 된다. 3주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줄리앙이 왜 선생님이나 부모님, 어른들에게 이야기를 하지 않는지 답답해하기도 하고, 줄리앙에게 감정이입을 하다보면 나 역시 말하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줄리앙은, 반에서 그리 눈에 띄는 아이는 아니다. 물론 본래의 성격 탓도 있겠지만, 눈에 띄지 않고 조용히 지내는 것이야말로 학교생활을 편안하게 할 수 있다는 나름대로의 생각도 가지고 있는 아이다. 줄리앙에게 변화가 생긴 건 바로 악어선생님이 '환상의 짝꿍'놀이가 시작되면서이다.
오딜선생님은 새로운 생각을 해내고 새로운 시도를 하는 선생님이다. 뭔가 새로운 것을 계속 시도하고 변화를 기대하는 선생님의 행동은 어떤 이에게는 힘들지만, 어떤 이에게는 좋은 기회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줄리앙에게는 괴로움의 시작이었다.
줄리앙과 짝이 된 스티브 말레트는, 줄리앙에게 자신의 답안지를 고치게 만든다. 연필이나 컴퍼스로 신체적 위협을 가하기도 하고, 문신을 들이밀며 압묵적인 협박을 하기도 한다. 줄리앙은 말레트때문에 괴롭힘을 당하고 가진 것도 빼앗기지만 어른들에게 도움을 청하지 못한다. 그것은 바로, 말레트의 협박에 의해서기는 하지만, 답안지의 답을 고치는 부정을 저질렀고 그로 인해 자신에 대해 실망을 할 친구들과 부모님, 선생님을 볼 자신이 없는 것이다.
아이들이 괴롭힘을 당하거나 왕따를 당하면서도 누군가에게 손을 내밀지 못하는 첫번째 이유는, 보복이 두려워서기도 하겟지만, 자기혐오의 성격이 짙을 것이라 생각한다. 부당한 대우에 맞서지 못한 자신의 나약함을 먼저 떠올리기 때문일 것이다.
어떤 아이가 왕따를 당하거나 괴롭힘을 당하는 모습을 보면서 가해자가 나쁘다고 말을 하면서도 피해자에게도 뭔가 문제가 있었을 거라는 생각을 하는 세상사람들을 떠올리면 쉬울 것이다. 어쨌든, 줄리앙에게는 다행히도 말이 많은(?) 친구 미카엘이 있었고, 부당한 일을 당하면 참지 못하는 안느마리도 있었다. 그리고 그 일을 지혜롭게 해결할 수 있는 악어선생님이 있었다.
문제가 생겼을 때 혼자 고민하는 일은 더 큰 문제를 일으키기 마련이다. 더군다나 그런 문제가 지속되고 자기자신에 대한 실망이 커지면 커질수록 그렇다. 특히 아직 어린 아이들일수록 그 위험은 더 크다. 주변의 어른들은 아이들이 혹시 털어놓지 못하고 속으로 삼키는 고민이 있지는 않은지 유심히 살피는 배려를 해야 할 터이고, 아이들이 언제든지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는 상대가 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아이들은 누군가와 의논을 하는 일이 결코 어렵지 않은 일임을 알게 해 주어야 할 것이다.
저학년 아이들에게 적합한 책이고, 저학년 아이를 둔 부모가 함께 읽기에도 좋다. 특히, 스티브 말레트의 폭력성과 위협을 그의 옷이나 얼굴 표정의 그림을 통해 간접적으로 드러낸 것도 인상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