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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에, 마음을 놓다 - 다정하게 안아주는 심리치유에세이
이주은 지음 / 앨리스 / 2008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그동안, 그림을 매개로 하여 심리 에세이를 쓴 책을 몇 권 읽었다. 어떤 책은 詩적인 느낌으로, 어떤 책은 아이들을 위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이번에 읽은 책 역시 그림을 통한 심리치유 에세이이다. 그럼에도 이전의 책과 다르게 느껴진 것은 바로 같은 세대의 화자가 느끼는 세상사를 그림을 통해 보았기 때문일 터다.
책 표지 그림인 크리스토퍼 에커스베르의 <거울 앞에 선 여자모델>도 눈을 끈다. 크게는 Part 3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사랑을 두드리다(사랑), 타인에게 말걸기(관계), 잃어버린 나를 찾아서(자아)이다. 사랑과 관계, 자아는 우리가 살면서 가장 많이 부딪치고 고민하는 것들이다. 그래서일까, 그녀가 찾아낸 그림들은 마음에 쏙 쏙 와닿는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혹은 그림을 보면서) 화자의 생각에 많이 동감할 수 있었다. 아마도 비슷한 연배의 화자가 경험한 것들(책 속에 소개되고 있는 사연이나, 언급된 책이나 영화 등)이 나의 경험과 많이 겹치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심리치유 에세이라는 부제가 붙은 만큼 이런 경험의 공유는 동감하기 쉬운 조건을 만들어준다.
"부모와의 관계에서 우리가 아는 것은 오직 은혜와 효도라는 말밖에 없다. 부모이기에 희생하고 자식이기에 복종하면서 서서히 꿈이 말라가고 조금씩 섭섭한 감정을 쌓아가는 것도 은혜이고 효도일까? .....도리를 행하기보다는 서로 많이 사랑해주면 좋겠다."(p.85)는 말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준다. 그런 머리 속 상념을 한번에 풀어주는 그림, 렘브란트의 <돌아온 탕아>을 보고 있노라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이 책에서 눈길을 끈 그림이 몇 가지 있다. 귀스타브 키유보트의 <창가의 남자>와 카스파르 다피트 프리드리히의 <안개바다 위의 방랑자>는 뒤돌아 서 있는 두 남자의 모습이 대조적인 느낌을 주는 그림이다. 또한 마르크 샤갈의 <산책>은 내 기분을 즐겁게 만든다.
이 책에 소개된 많은 작품들이 모두 내 맘에 쏙쏙 들어온 것은 아니지만, 그림 한 점에도 마음을 풀어놓을 수 있는 저자가 부럽게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