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의 벚꽃 산 쪽빛그림책 4
마쓰나리 마리코 지음, 고향옥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08년 3월
평점 :
절판


할아버지의 벚꽃산 표지를 보는 순간, 마음이 환해짐을 느꼈다.

우리 동네는 벌써 벚꽃이 떨어지고 있다. 그만큼 봄이 짧아진 것 같다. 벚꽃이 핀 거리는 화려하게 일렁인다. 수줍은 매화나 샛노란 개나리와는 다른 느낌이다. 거기다 바람이라도 불라치면 벚꽃비가 우수수 떨어지니 그 흥취가 더욱 난다.

책을 펼쳐 할아버지 이야기를 읽는다. 할아버지와 함께 산을 올라 놀던 아이의 모습이 정겨워보인다. 우리 아이도 할아버지와 함께 살고 있는데, 이상하게도 아이가 할아버지 곁에 가지 않으려해서 늘 죄송스러운 마음이다. 그런데 책 속의 아이는 늘 할아버지와 함께 논다. 할아버지가 몰래몰래 심은 벚나무가 점점 자라고 있고, 아이는 할아버지와 풀과 나무와 벌레들을 이야기하며 자연 속에서 자란다.

그런 할아버지가 어느날, 몸져 누우시고, 아이는 할아버지와 함께 오르던 산에 홀로 올라 할아버지가 나으시길 기도드린다. 벚꽃이 흐드러지게 핀 어느날 할아버지와 마지막으로 산에 오르는데, 활짝 핀 벚꽃이 오히려 더 슬프게 느껴진다. 벚꽃이 떨어지듯 할아버지도 더이상 일어나지 못하게 되셨지만, 할아버지가 심어 놓은 벚나무는 봄이면 봄마다 사람들을 불러들여 즐거운 놀이마당이 된다.

나무 한그루 한그루를 심던 할아버지, 그 할아버지와 함께 놀던 벚꽃산에서,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함께 즐기는 장소가 되어 빛난다. 할아버지는 돌아가셨지만, 벚꽃산의 즐거움은 여전하다.

요즘은, 특별히 벚꽃놀이를 즐기기 위해 어디를 가지 않더라도 흔하게 볼 수 있는 꽃나무가 되었다. 벚꽃의 화려함은 봄날을 더욱 빛내준다. 개나리가 함께 피어있는 곳은 더욱 그 정취가 좋다. 이 그림책에서도, 겨우내 칙칙하던 산에 환한 벚꽃이 피는 게절이 돌아옴으로써 색의 변화를 느낄 수 있다. 밝은 색이 주는 느낌은 언제나 희망과 연결되어 있다. 할아버지의 죽음은 그걸로 끝이 아니라 새로운 만남으로 연결된다. 한그루 꽃나무를 심는 마음, 내가 아니라 모두를 생각하는 마음이 가득한 책이다.

아쉬운 점은, 일본작가의 그림책이다보니, 마지막 페이지의 벚꽃놀이 풍경이 우리 정서와는 조금 맞지 않아 보인다. 팔고 있는 물건(문어, 금붕어떠올리기, 볶음우동)은 물론이고, 사람들의 복장도 일본 전통복장이다. 그리고 북을 치는 모습도 그렇다. 그렇다고 작가의 그림을 수정했으면 하는 것은 아니다. 이런 종류의 책은 우리나라 작가의 그림책으로도 나왓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따스하고 인간적인 정을 느낄 수 있는 그런 그림책 말이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락방 2008-04-07 17: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정말 표지부터 마음이 환해지는데요!

하양물감 2008-04-07 23:09   좋아요 0 | URL
^^; 내용은 더 따뜻하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