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한 우주 - 커다란 우주에 대한 작은 생각
엘라 프랜시스 샌더스 지음, 심채경 옮김 / 프시케의숲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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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인 엘라 프랜시스 샌더스는 『마음도 번역이 되나요』(시공사)를 통해 일러스트와 어우러진 짧은 글로 그녀만의 감각을 드러낸 바 있다. 세계 여러 나라의 언어로 다양한 변주를 하던 그녀가 이번에는 '우주'로 나아간다. 과학을 교양의 수준으로 쉽게 풀어주는 책을 잘 읽는 편이다. 이 책도 그런 류가 아닐까 하는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다. 더 솔직히 말하자면 내가 이 책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심채경님이 번역을 했기 때문이다.

I AM MADE FROM CARBON 나는 탄소로 이루어졌다

이 책의 처음은 이렇게 시작한다. 우리 몸은 불타오르던 거대의 별의 잔해로 구성되어 있다. 나라는 존재의 18퍼센트 가량을 차지하는 탄소는 내가 되기 이전에 다른 자연물을 구성했을지도 모른다. 밤하늘에 셀 수 없이 펼쳐져 있는 별들은 압도적이다. 그에 비하면 나의 연약한 몸은 그들의 잔해일 뿐이다. 그러나, 알다시피, 우리는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우리는 우리가 먹는 것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우리 모두는 태양을 먹고 있다. 식물처럼 에너지를 직접 얻을 수는 없지만, 식물을 먹거나 식물을 먹은 동물을 먹음으로써 에너지를 섭취한다. 그러고보니 에너지를 직접 섭취할 수는 없지만 우리 몸이 햇빛을 받아 스스로 만들어낼 수 있는 비타민도 있다. 비타민D가 그것이다.

물론 나는 3개월에 한 번 비타민 D 주사를 맞고 내 몸속 비타민 D 함량을 맞추고 있다. 스스로 만들어내지 못하니(내가 해를 보는 시간은 극히 짧고, 야외에서 운동을 하지도 않으며, 더군다나 햇빛 알레르기마저 있어서 오랜 시간 햇볕에 서 있을 수도 없다.) 그 수밖에 없다. 급격하게 떨어진 면역 지수를 높이기 위해서였는데, 효과적이었다고 생각한다.

HOW TERRIBLY ILLUMINATING 지독하게 빛나는

빛은 우주 속에서 에너지를 다른 공간으로 옮기는 수단이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빛'이라는 단어를 쓸 때는 전체 스펙트럼 가운데 광확 혹은 가시광선이라 불리는 일부분만을 지칭한다. (P.25) 빛은 우리 주변의 모든 사물에 반사되기도 하고, 굴절되기도 한다. 또 회절과 간섭 현상도 보인다. 태양은 방대한 양의 에너지를 내는데, 그중 극히 일부분만이 지구에 있는 우리에게 도달한다. 그럼에도 우리의 일상을 밝히는데 충분하다.

MITOCHONDRIAL EVE 미토콘드리아 이브

"미토콘드리아 이브"라고 알려진 여성 조상을 찾아 모계를 거슬러 올라가는 데 미토콘드리아 DNA가 활용되었다. 이러한 종류의 DNA는 완전히 배타적으로 어머니 쪽으로만 전해지기 때문에 세대가 이어져도 완전히 바뀌지 않은 채 보존된다. 미토콘드리아 이브는 약 20만 년 전에 살았던 것으로 여겨진다. "Y 염색체 아담"이라 불리는 남성 조상은 남성 개체 사이에서 재조합 없이 전달되는 Y 염색체를 통해 추적해냈다. Y염색체 아담은 23만 7,000년 전에서 58만 1,000년 전 사이에 살았던 것으로 생각된다." (P.42)

지구상의 모든 것이 일정 비울의 유전자 동일성을 갖는다고 한다. 사람들끼리는 DNA의 99.9%를 공유하는데 결국 0.1%의 차이로 우리는 다른 사람이 되는 것이다. 침팬지와는 불과 1.3%의 차이이고 고양이와는 90%, 소와는 80%, 닭이나 초파리와는 60%를 닮았고 바나나와도 50%나 닮았다고 한다. 우리가 살면서 나와 남을 얼마나 구분하고 있는지를 생각해보면, 유전적인 관점에서 볼 때 이해가 되지 않는 행동임을 알 수 있다.

이 책은 과학적으로 설명이 필요한 것은 한두 문장으로 깔끔하게 정리한 후 저자의 생각과 이야기를 풀어간다. 또한 관련하여 그려놓은 일러스트는 마음을 이완시켜준다. 태양을 먹고 살지만 식물처럼 스스로 에너지를 만들지 못하는 인간의 모습, 우주적 거리를 계산하느라 여러 가지 방법을 사용하지만 그 안에 살고 있는 '인간'은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를 깨닫는다. 우리는 호흡을 통해 산소, 질소, 그 외 여러가지 요소들을 들이마신다. 숨 쉬는 속도를 바꾸거나 호흡에 덜 혹은 주의를 기울이면 뇌의 다른 영역을 사용하게 된다고 알려져 있다.(P.67) 우리는 동물 중에서 유일하게, 달리기나 휴식, 공포에 대한 반응이 아닌 의지에 따라 의식적으로 호흡을 바꾸고 조절할 수 있다.

인간은 우리가 전부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사실 우리는 아무 것도 아니다.(P.79)

최근에 '잠'과 관련 있는 책을 읽거나 이야기를 자주 들었다. 그만큼 수면의 질이 나빠졌기 때문이리라. 우리는 평균적으로 인생의 3분의 1을 눈을 감은 채 보낸다고 한다. 얕은 수면 단계에서는 잠이 들락말락 하므로 잠에서 쉽게 깨어날 수 있다. 다음 단계에서는 눈의 움직임이 멈추고 뇌파가 느려진다. 점점 뇌파가 느려지고, 눈의 움직임이나 근육 활동이 사라지면 깊은 잠에 들게 된다. 그 다음에 렘 수면 단계로 넘어 간다. 이때는 안구가 움직이며 가볍고 얕고 불규칙한 숨을 쉬지만 자시 근육은 일시적으로 마비상태이다. 이 상태가 전체 주기로 볼 때 매우 중요하고 회복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그리고 기억나는 꿈은 대부분 렘 수면 동안 꾼 꿈이다. 수면 부족은 우리에게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좋은 휴식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끝이 없다.

우주가 담고 있는 모든 것을 다루고 있는 책이었다. 과학적 지식을 전달하는데 있어서는 간결하면서도 알기 쉽게 전달하면서 그 속에 살고 있는 우리, 나의 삶을 돌아보게 한다. 가벼운 과학 에세이로 읽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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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2-02-05 1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과학쪽이라면 일단 기부터 죽고 들어가는 저에게 딱 좋은 책일듯요. 그림도 글도 너무 좋네요. 하양물감님덕분에 좋은 책을 얻어갑니다. 휴일 편한한 날 되세요.

하양물감 2022-02-07 08:47   좋아요 0 | URL
바람돌이님... 어쩌다 이렇게 와도 꼳 들러서 좋은 말씀주시는 바람돌이님.... 감사합니다^^
새해에도 즐거운 독서생활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