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가는 마음 창비청소년시선 36
이병일 지음 / 창비교육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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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아동에서 청소년으로 넘어오면서, 엄마의 독서도 변하기 시작했다.

엄마의 의도와 주도로 이끌 수 있었던 아이가

이제는 "자기주도" 혹은 "자기주장"을 내세우는 시기인 것이다.

나의 과거와는 다른 삶을 살고 있는 아이와소통하기 위해 청소년 책을 읽는다.

그래서, 이왕이면 그들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담은 책이면 좋겠다 싶어

이것저것 뒤져보다 이 시집을 보았다.

마스크 유행(인스타그램1)

마스크 쓰고 학교에 간다

코로나19때문에 어쩔 수 없다

마스크는 또 하나의 얼굴이 되었다

마스크 쓰고 여행을 가고

마스크 쓰고 시험을 보고

마스크 쓰고 극장에 가고

마스크 쓰고 졸업을 하게 되었다

마스크 쓴 얼굴보다

초록빛 명찰이 더 잘 보였다

마스크는 얼굴보다 이름을 빛내 주었다

이병일 시집 『처음 가는 마음』 中 「마스크 유행」 전문

코로나로 인해 변해버린 상황을 잘 표현하였다.

마스크 때문에 아이들은 친구 얼굴도 잘 모를 것 같다.

나도, 마스크 쓰고 처음 갔다가 지금까지 단골로 가는 미용실 미용사를

우연히 밖에서 봤는데 못 알아봤다.

사람들은 이제 얼굴이 아니라 이름으로 기억한다.

누가 그랬더라?

시인은 불명확한 것, 추상적인 것을 구체화하여 언어로 정의 내리는 사람이라고.

모호하고 어려운 시(詩)가 아니어서 참 다행이다.

오토바이 사고는 시인으로 하여금 많은 깨달음을 준 듯하다.

누구나 살면서 인생의 터닝포인트를 지나간다.

어떻게 보면 가장 우울하고, 가장 어두운 시기를

위트와 밝은 생각으로 헤쳐나가는 시인의 모습이 보인다.

그래서 나와 참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나는 내 아이가

어둡고 무거운 자기만의 짐을 잘 부려놓길 원한다.

사춘기라는 터널을 씩씩하고, 즐겁게 뛰어나오길 원한다.

"나는 고통에 민감한 소년이고 싶다"(「분홍민달팽기」)거나

"시를 쓰는 흑심고래가 될거다"(「흑심고래를 찾아서」)라거나

"이야기꾼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검은 털 이야기꾼」)는 그는

그렇게 시인이 되었다.

그렇게 뭔가를 하고 싶은 게 많은 아이였으면 좋겠다.

어디인지 모르지만 모르니까 더 행복한 그곳을 향해 가는 아이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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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1-12-09 23: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이제 사춘기를 향해가는군요. 전 아이들이 청소년기에 들어서면서는 더 이상 같은 책을 읽지 않았던거 같아요. 그냥 저는 원래의 독서로 돌아오고 아이들은 아이들이 원하는 책을 읽거나 안읽거나..... ㅎㅎ 그래서 요즘 청소년 소설이나 시집같은것들 본지가 한참 되었네요.

하양물감 2021-12-10 06:55   좋아요 0 | URL
네^^ 저도 제 독서로 돌아온지 꽤 되었어요. 아이가 이제 고등학생이 되는데 사춘기가 시작하려나봐요. 꽤 늦었죠?
나로서는 30년도 더된 과거라 가물가물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