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으로 읽는 세계사 - 10가지 빵 속에 담긴 인류 역사 이야기
이영숙 지음 / 스몰빅인사이트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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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에 관해서 잘은 모르지만, 빵을 먹는데에는 진심인 나여서 [빵으로 읽는 세계사] 책을 '빵'에 방점을 찍은 채 읽게 되었다. 누군가는 이 책을 '세계사'로 볼 것이고, 누군가는 나처럼 '빵'의 역사로 볼 것이다. 또 누군가에게 '빵'은 '세계사'를 이해하는데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소재로 쓰일 지도 모른다.

이 책은 서두에 컬러로 빵 사진을 보여준다. 플랫브레드, 샤워도우, 피자, 마카롱, 에그타르트, 카스텔라, 판데살, 토르티야, 베이글, 흑빵이다. 아쉬운 점은 빵 사진이 이것뿐이라는 사실이다. 사실 빵을 입으로만 먹는 게 아니지 않은가? 눈으로 보는 즐거움이 적다는 것은 많이 아쉽다.


앞서 말한 10가지의 빵 중에서 익숙한 것도 있지만, 이름만으로는 꽤 낯선 빵도 있다. 빵의 역사는 꽤 길다. 세계 최초의 도시라는 우르에도 기록이 남아 있다. 비옥한 초승달 지역에 속하는 요르단이 최초로 빵을 먹은 곳으로 꼽힌다. 고대의 빵은 지금의 빵과는 달리 납작하게 직화로 구워낸 것이었다. 고대 빵의 흔적은 성경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발효되지 않은 무교병이 그것이다. 야생밀의 원산지로 꼽히는 트랜스 코카서스에 해당하는 국가에서는 밀로 만든 빵 문화에 관한 공통점이 많다. 이 지역에는 동네 사람들이 모여서 함께 플랫브레드를 만드는 '라바시'라는 문화가 있다. 이 문화는 세계무형문화유산으로 등록되었다.

납작빵하면 인도와 그 이웃 나라에서 먹는 '난'이나 '차파티'도 있다. 플랫브레드는 밀가루를 반죽하여 굽는 빵인데 '난'은 이스트를 넣어 발효시키고, '차파티'는 효모나 이스트를 사용하지 않는다. 비슷하게 생긴 '파라타'는 정제한 버터 '기'를 발라 발효시키지 않고 페이스트리처럼 여러겹으로 층이 생기게 하여 굽는다. 작은 공 모양의 '푸리'라는 빵도 있다.

인도 북부에서 먹는 빵과 파키스탄, 방글라데시의 빵이 거의 비슷한 데는 이유가 있다. 바로 그 세 나라가 인도라는 하나의 나라를 이루고 수천년을 살아왔기 때문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 독립을 하게 되는데 힌두교와 이슬람교로 나누어져 혼돈을 겪다가 세 나라로 나뉘게 된다. 식민 지배를 받다가 독립을 하면서 종교, 인종, 언어 등의 요인과 함께 국제정세로 인해 복잡하게 얽혀있는 셈이다.

'사워도우'는 천연발효종을 사용하여 반죽을 해서 숙성을 시킨 다음 구운 빵을 말한다. 우유나 달걀, 버터 없닌 밀가루와 소금, 물과 천연발효종만 넣어 만든 사워도우는 고대 이집트시대부터 크게 발전을 했다. 이집트의 피라미드 건설 현장 인근에서는 대규모 빵굼터와 양조장터가 발견된다. 피라미드 건설에 동원된 노동자들은 급여로 빵과 맥주를 받았다고 한다. 한때는 피라미드 건설에 노예가 동원되었다고 알려졌으나 토리노 파피루스 문서가 발견된 이후 람세스 3세 때 빵을 받지 못한 노동자가 모여 파업을 했다는 기록이 발견되었다. 그러나 발효빵을 먹는 것과 발효의 구조를 아는 것은 별개의 문제였다. 1800년대 후반에서야 인류는 효모나 박테리아 때문에 빵 반죽이 부풀어오른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이스트를 사용해 간단하게 빵을 만들 수 있게 된 것은 19세기가 되어서였다. 발효의 원리는 프랑스의 화학자 겸 미생물학자인 루이 파스퇴르에 의해서였다.

고대 로마를 거치면서 빵은 광대한 로마 제국으로 퍼져나가게 된다. 폼페이의 유적에서는 오늘말 화적피자집의 화덕과 비슷한 화덕이 발견되었다. 이탈리아가 화덕의 원리를 알고 있었고 화덕을 이용하여 빵을 대량으로 구웠음을 알 수 있는 유적이 남아있다.

이탈리아는 다른 나라에 비해 패스트푸드가 적다고 한다. 요리를 준비하는데 시간과 정성을 아끼지 않기 때문이다. 피자가 현대인을 위한 패스트푸드로 자리잡은 것은 미국에서였다. 여기에는 미국으로 이민한 이탈리아 사람들의 역할이 컸다고 할 수 있다. 한국에는 미군부대를 통해 들어왔는데 초기에는 호텔이나 레스토랑에서 먹을 수 있었기 때문에 고급음식으로 인식되었다. 피자가 우리나라에 들어와서 정착하는 과정은 얼마 전 tv 프로그램으로 본 적이 있다.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외국음식들이 어떻게 한국에서 정착을 하고 변화해 가는가를 살펴보는 것도 꽤 흥미롭다.

마카롱은 차나 커피와 함께 후식 또는 식사 대용으로 먹는다. 음 나는 한번도 마카롱을 빵이라고 생각했던 적이 없었는데, 과자도 빵의 한 종류인가? 어쨌든 마카롱을 통해 우리는 프랑스 궁중문화를 업그레이드 시킨 메디치 가문을 만나게 된다. 카트린 드 메디치는 마카롱을 비롯한 고자류와 아이스크림, 식사규칙과 예절 등을 프랑스에 전달한다. 마리 앙쿠아네트는 오스트리아의 '크루아상'을, 안나 데 아우스뚜리아는 스페인의 '오야'를, 마리아 테레사는 스페인의 초콜릿 음료와 설탕 과자를 프랑스에 전수한다.

매케니즈 음식의 대표 주자인 에그타르트는 프랑스에서 유래한 타르트에 달걀을 넣어 만들었다. 매케니즈는 동양인들과 포르투갈 혼혈을 말한다. 프로투갈은 빵을 논할 때 자주 언급되는 나라이다. 포르투갈어 '팡'을 우리나라는 '빵'이라 부르고 있다. 브레드가 아닌 빵이라 부르는 나라가 제법 있다고 한다. 포르투갈이 바닷길을 개척하면서 끼친 영향이다.

카스텔라는 포르투갈 선교사가 일본 나가사키에 전한 스페인 빵이다. 스페인과 포르투갈에서는 카스텔라를 만들 때 우유와 버터를 사용했으나, 일본에서는 우유, 버터, 설탕이 귀해서 계란과 물엿을 넣고 솥에서 쪄내기 시작했다. 일본에서는 초기에는 쇼군이나 다이묘처럼 높은 계급을 가진 사람들이 주로 먹었고 외국 사신 접대용으로 내었다. 일본에 의해 우리나라에 전해진 카스텔라는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식 호텔인 손탁호텔에서 소개했다고 한다.

필리핀의 국민빵이라 불리는 판데살. 멕시코 음식인 토르티야, 아슈케나즈 유대인이 먹던 빵이라는 베이글, 러시아의 흑빵에 이르는 다양한 빵의 역사를 살피다보면 세계사의 한 쪽을 훑어보게 된다. 빵에 관한 이야기를 더 집중해서 읽었던 나와 달리 세계사를 중심으로 이 책을 읽는다면 또다른 느낌이 들 것이다.

숫자와 이름과 지명으로 읽어가는 세계사나 역사는 지루할 수밖에 없다. 역사는 문화와 함께 변화 발전한다. 그런 면에서 세계사를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 아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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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1-10-12 00: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빵을 먹는데 진심인 사람 저요. ㅎㅎ 예전에는 이런 빵 이름들을 보면 그냥 머릿속에서 상상만 하면서 군침을 흘렸어야 했는데 요즘은 뭐 다 아는 맛이랄까요? 어쩌면 그래서 이런 책이 더 재밋을거 같네요.

하양물감 2021-10-12 05:52   좋아요 0 | URL
빵 부분만 집중해서 읽고 역사부분을 술렁술렁 넘겨버리는 폐해도 있습니다. ㅎㅎ 그래도 빵을 통해 국제정세를 알게되니 재미는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