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돌, 그리고 한국 건축 문명 - 동과 서, 과거와 현재를 횡단하는 건축 교양 강의
전봉희 지음 / 21세기북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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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어딘가를 여행할 때, 가장 많이 보는 것은 '건축물'이다. 물론 힐링을 위한 여행에서 자연의 위대함을 느끼고 올 수도 있지만 우리의 첫인상을 좌우하는 많은 것들이 그 지역의 건축물이 아닐까? 여행지를 선택할 때 우리의 눈을 호강시켜줄 자연과, 스릴을 만끽할 레저도 고려 대상이지만 어디서 짐을 풀고 휴식을 취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숙소 선정도 아주 중요하다.

뿐만 아니라 우리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장소 역시 건축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축에 대해 혹은 건축물에 대해 우리가 알고 있는 사실은 그다지 많지 않다. 이 책은 그렇게 한국 건축물의 특징을 찾아 나선다.

"종합적인 교양과 전문 지식을 두루 갖춘 건축가의 직능을 이해한 서구에 비해, 동아시아에서 건축가는 19세기 발, 20세기 중반에야 비로소 등장한다."(p.14)

이 책에서는 우리의 건축이 목조건축이어서 갖는 특성과 온돌로 형성한 공간 이용에 대해 설명한다. 크게 4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다음과 같다.

1부 건축 문명의 동과 서, 나무 건축과 돌 건축

2부 전통 건축, 단조로움 속의 차이를 발견하다

3부 한옥에서 아파트까지, 가장 일상적이고 친밀한 건축의 진화

4부 세계와 만나는 한국 건축 문명

저자는 건축적 교양을 기르기 위해 초중등 교육과정에서 건축을 다룰 필요가 있다고 전한다. 의무 교육이 사회에서 자립할 수 있는 생활인을 양성해야 한다면 적어도 자기에게 알맞은 집을 고를 능력, 거대한 실내에서 재빨리 피난처를 찾는 법, 도시 문명의 형성 이해, 정치 공략으로 휘둘리는 도시 프로젝트의 평가를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건축물 또한 상품이라고 봤을 때 이 상품의 수준은 소비자의 안목과 구매력에 의해 결정된다. 여기서 안목은 경제력 뿐만 아니라 교양과 경험을 필요로 하므로 시간이 필요하다. 우리가 교육을 통해 이런 것을 배우지는 못했지만 우리 사회에 불고 있는 '부동산 광풍'에 휩쓸리지 않으려면 이런 교양이 필요하지 않을까?

건축은 자연조건에 의해서도 달라진다. 우리나라는 조선 후기부터 모내기를 하는 논농사가 보급되어 자연스럽게 낮고 평평한 지역은 논으로, 그 주변은 주거지가 되었다. 그 외의 활동은 산에서 일어났는데 조상의 산소, 서원이나 향교, 절과 성황당, 산신각이 들어서는 신앙의 공간이 그곳에서 자리를 잡았다. 그래서 지금도 주말이면 사람들이 산을 오르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우리의 전통이라는 것이 조선 후기에 머물러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 문화의 시기별 다양성과 시간적 변화를 이해하는 것은 그래서 필요하다. 건축은 디자인 뿐만 아니라 산업, 사회, 자연 환경이 복합된 결과물이다. 우리와 가장 가까운 시기, 그래서 많은 것들이 남아서 눈에 보이기 때문에 우리는 조선 후기의 그것을 전통이라고 생각한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음을 알았다.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우리 사회를 옭아매고 있는 것도 얼마나 많았던가? 지금의 산업, 사회, 자연 환경은 그때와는 분명히 다르기 때문에 바뀌어야 할 것도 분명 많을 것이다.

"건축은 안이 비었기 때문에 쓸모 있고, 우리는 그 빈 공간을 사용하는 것이다. 건축과 토목이 갈라지는 지점이다. 건축은 빈 곳을 이용하는 것이고 토목은 구조물을 이용한다. 피라미드가 가로, 세로, 높이가 각각 1미터씩 되는 돌을 수백만 개 쌓아 그 안쪽의 조그만 틈을 사용하는 것이라면, 판테온은 하늘을 닮은 둥근 공간을 만들기 위해 최대한 얇은 껍데기로 둘러싼 것이다."(p.34)

건축의 목적이 내부 공간을 만들어내는 것이라면 관건은 지붕을 덮는 일이다. 이때 사용되는 기본 구조는 아치 구조(조적식)와 기둥-보 구조(가구식 구조)이다. 돌은 기둥 재료로는 적합하지만, 보로는 부적합이다. 그러나 돌은 내구성이 강하기 때문에 종교 건축이나 귄위 건축에 사용되었다. 기념비적 건축 또는 기념비라고 하는 것이 대부분 석조인 것은 이 때문이다. 나무는 가공성이 좋아 건축물로 쓰기에 좋아서 일반적으로 많이 사용되었다. 굳이 건축 문명을 돌 조적식과 나무 가구식으로 나눈다면 그것은 최고급 기념비적 건축물을 무엇으로 지었는가 하는 것을 기준으로 한다. 중국 건축 문화권에서는 궁전, 사찰도 모두 나무로 지었다.

중국 문명권이 가장 크게 뒤지는 분야가 조형 예술 분야이다. 돌을 쓸 줄 몰라서 못 쓴 것이 아니라 안 쓴 것이다. 왜냐면, 서양과는 다른 '영원'에 대한 생각 차이 때문이다. 유형한 것은 유한하고, 영원은 형식이 아니라 내용에 있다, 즉 신체가 아니라 정신에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이것은 동전 주조의 차이에서도 확인할 수 있고, 동상이나 조각 대신 비석을 세우는 것에서도 알 수 있다.

"세계적으로 보면 우리는 매우 한정된 지역에 국한된 특수한 문명권에 자리하고 있다. 또 형식보다는 내용을 숭상하고, 기념비보다는 의례 행위, 조형보다는 문자, 높이보다는 깊이를 강조하는 경향을 보였다."(p.87)

2부에서는 집짓기의 설계, 풍수, 기둥 세우기, 보와 도리, 지붕에 대해 설명한다. 전통 목조 건축을 구성하는 핵심 요소에 '지붕, 기둥, 공포, 기단과 계단'이 있고 단청과 세부 장식, 문과 창의 형식 등으로 건물의 격식과 상징적인 의미를 드러내기도 하였다. 우리나라 건축의 특징이 가장 분명하게 드러나는 것은 바닥 형식이다. 크게 땅 바닥과 뜬 바닥으로 나뉘는데, 흙바닥을 그냥 다져 사용하거나 전돌을 까는 것이 땅 바닥식이고, 온돌이나 마루를 깔아 실내 바닥을 한 단 높게 올린 것이 뜬 바닥식이다. 즉 신발을 신고 사용하는 공간은 땅 바닥식, 신발을 벗는 공간은 뜬 바닥식이다.

'한옥'이라는 말은 모두가 한옥에 살 때는 필요가 없던 말이니 한옥이 아닌 것이 등장했을 때 쓰이게 된 말이다. 한옥이라는 말이 사용되기 전에는 재료와 외양에 따라 와가, 초가, 용도를 기준으로 궁실, 사우, 관아, 주택이면 인가, 주가로 불리었다. 민가라는 말은 조선시대 문서에는 거의 없다. 민가는 일본에서 사용하던 말이다. 조선시대의 양반과 상인은 신분이라기보다는 계층에 가까웠기 때문에 반가와 민가로 구분할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온돌은 전통 한옥에는 반드시 있고 또 전통 한옥에만 있는 것이어서, 전통 한옥을 대표하는 요소라고 할 수 있다. 또 온돌은 단지 방 모습을 바꾼 것이 아니라 이와 연결된 부엌과 마루 모습도 바꾸었기 때문에 전통 한옥의 모습을 만든 가장 중요한 요소이기도 하다. 한 마디로 한국 주택은 '온돌을 사용하는 집'이라고 해도 좋다."(p.197)

온전한 온돌은 한반도에서만 발견된다고 한다. 온돌은 유지 비용이 많이 드는 비싼 장치라서 온돌 비중이 크지는 않다. 온돌은 바닥을 데우는 것이기 때문에 생활 양식에도 변화가 생겼다고 한다. 대표적인 것이 바닥을 깨끗하게 유지하는 좌식생활을 하게 된 것이다. 온돌은 공간을 이용하는 다른 유형의 건축물에도 영향을 끼쳤고 크게는 토지 이용 계획과 미학에도 변화를 가져왔다고 한다.

요즘은 많은 사람들이 유튜브에서 많은 정보를 얻는다. 그런데 한국적 전통이나 현상 등을 설명하면서 우리의 것이 무조건 좋은 것이라고 주장하는 내용이 많다. 우리의 전통이어서 좋은 것이 아니라 우리의 산업, 사회, 자연 환경에 맞게 개발되고 이용되어졌기 때문에 그 효과나 효능이 뛰어난 것이다. 무조건 우리 것이 좋은 것이야...가 아니라 왜 이러한 것을 사용했는지, 왜 이런 구조와 형식으로 발전을 하게 되었는지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그렇게 조금 넓은 시야로 보면 각자의 위치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삶을 꾸려가기 위한 건축물을 만들어왔음을 알 수 있다.


** 출판사로부터 제공된 책을 읽고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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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9-19 12: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하양 물감님,
추석 연휴 동안 가족과 행복한 시간 보내세요
해피 추석~


∧,,,∧
( ̳• · • ̳)
/ づ🌖

하양물감 2021-09-19 23:10   좋아요 1 | URL
고맙습니다^^ scott님도 풍성하고 넉넉한 한가위 되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