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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풍떠는 인터넷
클리포드 스톨 지음 / 세종(세종서적) / 1996년 2월
평점 :
절판
제목 : 허풍떠는 인터넷 Silicon Snake Oil, 1995
저자 : 클리포드 스톨
역자 : 한경훈
출판 : 세종서적
작성 : 2008.09.12.
“당신의 신信은 무엇인가?”
-즉흥 감상-
무슨 책을 읽으면 시간을 알차게 보낼 수 있을까 싶어 학과선정도서를 뒤지던 저는, 본래부터 허풍이 심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인터넷’이라는 세상에 대해 감히 제목을 ‘허풍떠는 인터넷’이라 명명한 책을 발견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거기에 원제목 또한 멋대로 해석해 ‘탄소 녀석-무생물-의 빌어먹을 아첨’이라고 할 수 있을 이번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요. 심심하면 정보의 해일을 일으키는 인터넷이라는 세상에 대한 너무나도 당연한 문제점에 대해 논리적으로 그 심각성을 고발하는 듯 했던 이번 책을 조금 소개해볼까 합니다.
책은 한적한 목장의 밤하늘 아래에서 휴가를 보내고 있는 저자 자신이 그런 황금 같은 휴식의 시간 속에서도 인터넷과의 접촉을 통해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는 탄식에 이어, 현재의 인터넷이 있기까지의 발전사와 실태에 대한 짧은 소개, 그리고 이번 책이 어떤 것을 말하고자 만들어지게 되었다는 식의 간단한 인사인 [들어가는 말]로서 시작의 장을 열게 됩니다.
그렇게 1976년도에 있었던 대학원 생활 때의 일화로 본론으로의 장에 들어가는 내용은, 어드벤처게임으로 ‘동굴탐험’을 하고 있던 저자가 분명 실감나지만 현실과 부합하지 않는 상황에 대해 게임제작자와 함께 동굴 탐험을 하게 되었다는 등의 이야기를 하게 됩니다. 그리고는 컴퓨터들을 서로 연결하는 행위에 대한 사회적 통념과 ‘유토피아’를 말하는 동시에 ‘디스토피아’에 가까운 현실에 대한 인터넷과 관련된 사회현상에 대해서도 말하기 시작하는데요. 그 모든 것이 그저 일상적인 이야기들과 함께 우리가 너무나도 당연하다는 듯이 위험을 감수하고 있음을 고발하게 되는데…….
비록 이번 책이 10여 년 전에 소개된 책이기에 서술되는 기술력과 그로인해 파생될 미래로의 비전이 현재적인 관점에서 약간의 차이를 보이기는 했지만, 수필형식으로 작성된 이 기록은 시대의 흐름 속에서 있었던 통신망의 발전사에 있었던 수많은 이슈들과 전문용어들이 난무하는 동시에도 너무나도 편하고 재미있게 읽어 볼 수 있었으며, 또한 현재가 있기 위한 과거로서의 기반과 당시의 시점에서의 현실을 비판적으로 분석 판단하여 미래에 발생할지 모를 위험성에 대해 고발하는 모습은 2008년인 현재의 시점에서 봐도 많은 생각할 거리를 재공해주는 듯해 즐거운 감상의 시간을 가져 볼 수 있었습니다.
어디보자. 초등학생들부터 시작해 휴대폰은 기본이고 1가정 1컴퓨터가 기본인 현재의 시점에서는 어떻게 생각될지 모르겠으나, 플로피디스크를 사용해 부팅에서부터 프로그램을 사용했던 것을 시작으로 고화질의 영상을 몇 십 편이나 저장하고 있는 대용량의 내장 하드디스크를 사용하는 컴퓨터에, 흑백의 단색 화면에서 천연색도 모자라 고해상도의 화면을 자랑하는 모니터, 전화선과 모뎀을 이용한 텔넷에서 광케이블을 넘어 무선으로의 인터넷을 사용하기시작한 통신망, 각종 프로그램을 이용해 홈페이지를 만들던 것을 시작으로 현재는 포털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블로그를 통해 글도 쓰고 그림도 올리는 등의 나름대로 작가활동(?)을 하는 저에게 있어서는 어느 정도 그런 변화하는 발전사 안에서 많은 이슈들을 수박 겉핥기식이라도 경험해봤다고 말할 수 있겠는데요. 20대 초반이나 그 이전의 세대들이 이 책을 읽게 된다면 어느 정도나 저자의 말을 이해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어버렸습니다.
정말이지 사실적으로 묘사되는 가상의 이미지를 통한 학습 환경, 두껍게만 보이는 백과사전 대신으로 정말이지 빠른 검색에 이은 이용을 가능하게 하는 전자백과사전 등 누구나 손쉽게 글과 그림을 공개해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세상에 대해서는 사실, 도서 ‘디지털은 자본이다, 1996’까지 읽은 상태에서는 10여 년 전에만 해도 환상적인 미래로의 비전이라 말할 수 있는 것들이 대부분 이뤄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게 되었습니다만, 이 책의 제목 마냥 실제 하지 않는 것으로의 맹신에 대해서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는 무엇을 ‘믿고’있는 가에 대해 통찰력의 점검을 실시해봐야 한다 생각해 볼 수 있었던 것입니다.
‘존재’란 무엇인가 궁금하였기에 철학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었고 민간신앙을 시작으로 각종 종교와 사상, 그리고 양자물리학에 이르기까지의 과학적 지식 등 다양한 자료들을 되는 데로 접해왔던 저로서는, 존재에 대해 ‘형태를 이루고자하는 의지를 가진 에너지’에 ‘우리는 믿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이해한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면서 그런 것들을 연구하고 기록하는 행위에서 도서관이 만들어졌으며, 그러한 기록문화가 ‘전자’의 형태로 발전할 수 있었음을 알게 되었는데요. 그런 한편, ‘기록’을 만들어가는 과정에 대해 저자는 너무나도 충격적인 사실을 고백하고 있었습니다. 바로, 책의 초반에 나오는 ‘동굴탐험’ 어드벤처 게임의 이야기에서부터 논의 되었던 것이기도 하지만, ‘목성의 구름 구조’를 만들기 위한 조교 자리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그럴싸하게 만들어진 컴퓨터 영상들이 사실은 얼마나 비현실적인가에 대한 이야기를 접하는 순간 영화 ‘매트릭스 The Matrix’를 떠올려볼 수 있었던 것이었는데요. 비록, 이 글이 작성되었을 당시와 현재까지 공개된 기술력에 있어서도 현실을 인식하고 있는 인간의 5대 감각기관에 대한 ‘가상현실’이 완벽하게 완성되지 못했다고는 하나, 인간이 ‘인식’하는 ‘가상현실’의 위험에 대해서 저자는 경고하고 있다고 생각해볼 수 있었습니다.
그런 한편으로는 저자가 이런 변화에 대해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니었을까도 생각해보게 되었는데요. 그것은 바로, 도서관의 목록이 ‘카드’에서 ‘전자’로 바뀌면서 기존의 목록이 폐기되었던 사례에 관한 이야기 때문이었습니다. 전자형태의 정보자원들이 기술의 발전을 통해 버전이나 사용 환경에 따른 사용불능과 그것을 사용가능하도록 변환과정에 따른 막대한 예산문제는 그렇다고 하지만,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살아남으려는 인간의 몸부림(?)에 대해 저자는 너무 과소평과 한 것은 아닐까 생각하게 되었던 것인데요. 물론 요즘도 컴퓨터의 운영체제의 버전 업에 따른 사용 환경의 변화로 인해 기존의 프로그램들이 사용불능이 되거나, 프로그램들의 버전 업에 따른 앞선 저장 파일들의 호완에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었지만, 소프트웨어 쪽의 ‘패치’나 하드웨어 쪽의 ‘복합체’라는 것을 통해 절충안이 계속해서 만들어졌기 때문이었습니다.
또한 꼭 그런 문제가 아니더라도 도서관에 존재하는 장서들일 경우 ‘기록’이라는 과정을 통해 ‘변질’되었을 가능성에 ‘원본’의 존재여부는, 인터넷에서 말해지는 ‘정보의 쓰나미’와 규모와 성질에서 다소 차이가 있을 뿐 비슷한 것임을 생각해본다면, ‘도구의 변화’보다도 그런 ‘도구를 마주하고 있는 이용자들의 마음가짐과 대처방안’에 대해 많은 고민의 시간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볼 수 있었는데요. 거기에 책 등의 형태로 기록된 정보자원이라고 해도 시대의 흐름 속에서 사장되는 언어와 심지어는 외부문화의 유입과 함께 말살되기도 하는 기존의 문화라는 예 또한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기에, 우리는 인류의 역사를 위해서도 어떤 방식으로든 기록을 보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덤으로, 이 부분에서 저자가 말하는 ‘도서관의 중요성’에 대해서만큼은 제가 그쪽 분야로 전공공부를 하고 있어서인지 반가운 기분이 들더군요.
완벽한 이상이란 존재할 수 없습니다. 비록 당장 눈앞에 보이는 것들도 수없이 많은 복제와 변질의 과정을 거친 나머지 믿기 어려운 정보자원들이 되어버렸지만, 그러한 문제에 대해 너 나 할 것 없이 맹신에서 이어지는 광신이 아니라는 점에서 최소한의 철학과 책임감을 가진 정보의 생산자와 보존행위가 있게 된다면, 그것 자체가 하나의 ‘긍정적 나비효과’를 일으킬 수도 있다고 생각에 이어, 어쩌면 이번의 책이 그러한 정신을 가진 정보자원이 아닐까 생각해 볼 수 있었는데요. 바로, 위에서도 짧게 언급했던 도서 ‘디지털은 자본이다’라는 책에서 말하는 긍정적 기대감보다도 좀 더 균형적으로 철학과 도덕, 그리고 양심에 대해 말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아무튼,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단순한 ‘카피캣’일지, 아니면 믿을만한 정보자원을 만들어가는 ‘생산자’일지 생각해봐야 할 것이라는 것을 마지막으로, 이번 기록은 여기서 마쳐보는 바입니다.
Ps. 책의 마지막에 보면 숫자로 이뤄진 암호문이 등장하게 되는데요. 으흠. 덴 브라운 님의 소설 ‘디지털 포트리스 Digital Fortress, 1998’의 마지막 암호문 마냥 원서를 통해서만 해독이 가능 할 것인지, 번역하신 분이 이 부분에서도 도움말을 적어주셨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거기에 저자를 유명하게 만들었던 책인 ‘뻐꾸기의 알 The Cuckoo’s Egg’의 제작과정에 대한 고백이 이번 책의 후반에 등장함에 문제의 책 또한 읽어보고 싶어졌습니다.
TEXT No. 780
[CAFE A.ZaMoNe]
[아.자모네] A.ZaMoNe's 무한오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