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의 미술관 - 그림이 즐거워지는 이주헌의 미술 키워드 30 이주헌 미술관 시리즈
이주헌 지음 / 아트북스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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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것이 힘이라는 속담이 있다. 그 속담에 걸맞게 미술작품은 아는 것만큼 보이는 진리가 통한다. 많은 그림을 보고 감각적으로 느껴야 한다고 작가는 말하지만 그림의 배경지식이나 에피소드를 알고 보게 되는 미술은 마치 색다른 경험을 하는 것처럼 신선하게 다가온다. 평소 미술관하면 고상하거나 딱딱하고 부담스러운 장소라고 생각해 특별한 약속을 잡지 않는 이상은 잘 가지 않게 되는 곳인데, 그만큼 가고 싶은 장소이기도 했다. 그 어려운 첫 약속을 이 책과 했다. 작가가 소개하는 미술에 관련된 서른가지 키워드를 통해 쉽고 친근하게 미술에 다가가는 계기가 되어주는 책이었다. 지루하고 난해하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그건 기우였다. 프린팅된 빛바랜 그림을 자세히 볼수록 집안의 어느 곳을 장식하고 있는 그림인 듯 가까이에 있지만 그 진가를 알지 못했던 골동품을 보는 듯 흥미로웠기 때문이다. 그리고 책의 타이틀대로 미술에 대한 풍성한 지식이 가득하다.


흔히 미술을 공간예술이라고 하지만, 이렇듯 미술은 단순히 공간을 시각적 감각에 의지해 파악하고 표현하는 예술이 아니라, 공간과 세계에 대한 총체적 이해를 토대로 그 속에서 벌어지는 갖가지 사건들에 대한 우리의 인식과 사유를 다양한 조형 형식에 의존해 표현하는 예술이라 할 수 있다.   -p.87
 

렘브란트나 고흐, 클림트, 모네등 현대 가장 좋아하는 작가의 그림을 비롯해 18,19세기의 다양한 생활양식과 풍습을 보여주는 독특한 그림들은 미술에 대한 새로운 해석도 가능하게 했다. 주로 보아왔던 인물, 풍경, 추상화외에도 귀족들의 사치나 허영을 보여주는 사냥감, 수집품들을 모아놓고 그린 '쿤스트카머'나 '피나코데카', 사물곁에 실제 존재하는 것처럼 사실적으로 묘사해그린 '트롱프뢰유'그림들은 미술이 이해하기 어려운 장르라는 편견을 깨고 우리 주변의 일상도 얼마든지 미술의 소재가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좋은 예였다. 또한 다양한 주제로 접근한 독특한 그림들은 그 나라의 미술관이나 미술전문서적이 아니면 평소 찾아보기 힘들 것 같다는 생각에 더 자세히 보게 되었다. 그리고 누드하면 여자의 나체를 그린 누드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데 서양미술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그 기원은 남성누드라고 한다. 남성누드 조각상을 통해 드러난 당시의 남성주의 가치관과 성차별적인 미의식은 가히 그런 깊은 뜻이 있는지 미처 몰랐는데 조각들이 새롭게 보였다. 걸작을 본 후 흥분이나 우울증, 호흡곤란, 마비등의 증상을 보이는 '스탕달 신드롬'과 히틀러의 문화적 침략전략을 가능하게 한 제3제국의 미술은 그림의 영향력과 파급력을 제대로 보여주는 듯 했다. 
 

그림을 보는 방법, 창조와 관련된 이야기, 감각적인 그림아이콘, 시대상을 비추는 그림, 그림바깥의 욕망 총 다섯가지 대주제로 나뉜 키워드에는 대부분이 생소한 단어들이었다. 그림외적으로 드러난 작가의 사생활에 관련된 가쉽거리만 빼면 미술이론서가 아닐까 읽기 전부터 지레 겁을 먹은 것도 사실이었지만, 단어들을 풀어놓으며 작가가 독자에게 말하고 싶었던 건 고상한 예술장르로서의 미술이 아니라 알수록 재미있어지는 미술의 매력이 아니었을까 싶었다. 나 역시 읽는 내내 미술이 이렇듯 매력적이라는 걸 몰랐기 때문이었다. 막연히 알고 싶고 느끼고 싶다는 생각만 앞섰지 그림의 배경이나 사전지식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찾아보려는 노력이 없었다는 생각에 반성하게 됐다. 그리고 작가의 충고대로 그림에 대한 감상이나 이해의 방법 대신 많이 보고 느끼며 감각을 벼르는 일이 무엇보다 선행되야 할 것 같다. 사진을 잘 찍기 위한 방법을 고수들에게 물어보면 한결같이 많이 찍어보고 무엇보다 많은 작품을 봐야한다고 말한다. 불편하고 낯선 곳이라 방문하기 꺼려하던 그 곳, 쉬는 날엔 꼭 가까운 미술관에 가봐야겠다. 
 

미술작품은 텍스트로 읽고 이해하는 대상이 아니다. 그것은 음악처럼 감각으로 접하고 느끼는 대상이다. ......(중략) 가장 중요한 것은 경험의 확대를 통해 감각을 예리하게 벼리는 일이다. 감각을 벼리는 일은 오로지 접하는 것을 통해 가능하다. ......(중략) 옛날부터 문자를 숭상해온 우리나라 사람들은 사물을 언어적으로 이해하려는 욕구가 강하다. 예술도 그렇게 이해되기를 원한다. 하지만 감각을 고도화하는 것 말고 예술을 이해하는 다른 지름길은 없다. 감각이 고도화되어야 텍스트를 통한 이해의 노력도 제 빛을 발한다. 미술 감상과 같은 예술 감상이 교육적 측면에서 의미를 갖는 부분이 여기 있다. 감상은 감각을 벼려주고, 벼려진 감각은 재능이 된다.     -p.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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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저리 스티븐 킹 걸작선 10
스티븐 킹 지음, 조재형 옮김 / 황금가지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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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저리하면 영화나 원작보다 먼저 떠오르는 것이 열성팬을 패러디한 많은 유머들이다. 미저리(애니 윌크스)를 그런 식으로 우스꽝스럽게 그린 개그나 유머때문인지 책을 읽으면서 애니가 비정상의 경계를 넘나들고 사이코패스같은 잔인한 모습을 보일 때는 깜짝 놀라기도 했다. 하지만 눈을 찡그리는 잔인함에 몸서리 치면서도 애니에게 감금된 폴이 어떻게 탈출할 것인지, 복수는 하게 될는지 궁금해 쉽게 눈을 뗄 수가 없는 책이었다. 이름만으로도 명성을 짐작할 수 있는 스티븐 킹과의 첫만남을 미저리로 시작했으니 다음 작품은 더욱 기대된다. 
 

미저리는 주인공 폴 셸던이 대중적으로 인정받게 된 베스트셀러의 제목이다. 미저리의 이미지가 워낙 강해 실제 폴을 감금했던 애니의 이름이 미저리일 것이라고 당연하게 여겼던 나의 착각을 여지없이 깨뜨렸다. 그렇지만 폴의 묘사로 생생하게 살아나는 애니의 외양과 섬뜩한 무표정만으로도 미저리의 공포분위기를 조성하는데는 더할 나위가 없다. 집으로 가는 길 폭설에 미끄러진 자동차안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진 사람이 미저리의 작가 폴이라는 걸 확인한 순간 애니는 그를 자신의 집으로 데려와 감금한다. 사고때 다친 다리로 움직이지 못하는 폴에게 어떤 치료도 해주지 않고 -전직이 간호사임에도- 노브릴이라는 진통제만을 주며 그에게 종용한 미저리에서 죽은 미저리를 살려내라고 말한다. 
 

사고 직전 2년의 공을 들여 완성한 소설 [과속차량]을 폴의 눈 앞에서 직접 태우게 만든 애니에게 폴은 강한 증오심을 불태운다. 그리고 애니의 강요로 자신이 끔찍히도 벗어나고 싶어했던 미저리의 이야기속으로 끌려들어간다. 폴은 그 과정이 자신이 생각했던 것만큼 힘들지 않다는 사실에 놀라며 빠른 속도로 애니만을 위한 [돌아온 미저리]를 완성해나간다. 그 사이 그에겐 비극적인 일도 일어나며 감금된 방을 벗어날 기회도 주어지지만 치밀한 애니의 눈을 속이기엔 역부족이었던 듯 더 끔찍한 재난이 기다린다. 
 

소설 속에서는 모든 것이 계획대로 움직이지만...... 인생이란 참으로 지랄맞게 난잡한 이야기이다. 인생을 좌지우지하는 중요한 대화가 오갈 때마다 흉한 꼴을 당해야 하는 현실 속에서 고상하고 인간적인 해결책이 나올 수 있을까? 현실을 소설처럼 깔끔하게 장으로 나누기라도 하란 말인가?    -p.539 


조울증으로 극과 극을 오가는 애니의 심리가 감금된 폴의 입장에서 씌었기 때문에 그녀는 더욱 공포스럽고 거대한 존재로 비친다. 소설의 긴 도입부만 읽었을 땐 애니가 이렇게 본색을 드러내며 괴기스럽게 변할 줄 몰랐다. 오히려 폴이 인질범에게 동화되는 스톡홀름 신드롬으로 내적 변화를 일으키는 건 아닌가하는 짐작도 멋대로 해보았는데 나의 추측은 빗나갔고, 애니의 잔인함이 드러나는 순간 그녀에겐 일말의 동정도 줄 수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의 정신이상이나 살인에 어떤 계기나 과거가 설명되지 않는 것도 그녀를 더욱 사악한 살인마로 만들어주었다. 그리고 캐릭터가 주는 공포심도 컸지만 눈 속의 외딴집, 움직일 수 없는 두 다리, 정신병자 살인마가 있는 폐쇄된 공간의 완벽한 배경이 소설의 으슬으슬 두려운 분위기를 한층 고조시켰다. 피튀기는 잔인한 장면이나 디테일한 상황묘사로 자극적인 공포영화에서는 진짜 공포나 재미를 느껴본 적이 없는데, 분위기나 캐릭터만으로 내면의 공포를 불러왔다는 점에서 역시 소설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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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암 완치 설명서 - 위암 수술 세계 1위 노성훈 교수의 연세대 의대 세브란스병원 메디컬 북스 1
세브란스병원 위암클리닉 지음 / 헬스조선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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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인 저자는 말하고 있다. 위암은 불치병이 아니라 치료하는데 인내와 시간이 필요한 난치병이라고. 아마도 많은 위암환자들이 치료하는동안의 고된 항암치료와 음식조절때문에 힘들어하기 때문인 듯하다. 함께 근무하는 여직원이 점심시간에 넌지시 어머니가 아프시다며 근심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꼬치 꼬치 캐묻고보니 위암이란다. 도저히 위로해줄 말이 생각나지 않았다. 그 여직원의 말마따나 내 주변 가까이에서 암에 관계된 사람을 많이 보지 않은 탓인지 남의 일 같았고 믿기지 않기도 했다. TV드라마를 본 것처럼 강건너 불구경으로 나몰라라 할 수도 없었다. 그 친구의 모습이 무기력해지고 병간호로 피곤해하는 걸 곁에서 볼 때면 너무도 안타까웠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책을 보고 여러가지 위로의 말이나 충고를 건넬 수 있었다. 특히 챕터3의 "돌봄의 길"이란 주제에 있는 내용이나 주의사항을 많이 일러주었다. 좀 더 진심어린 대화도 가능하게 되었다. 그 친구도 혼자 끙끙앓던 속마음을 내게는 솔직히 다 말해주었다. 작가가 의사인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환자에게 충고해주는 듯한 책의 세심한 내용이 그 친구에게 미약하나마 힘을 주지 않았을까 싶었다. 5가지의 주제로 구성된 책에는 정말 위암에 대한 의학적 견해나 소견부터 전문적인 부분까지 매우 상세하게 기재되어 있다. 위암이 발생하는 원인이나 경로부터 다양한 수술방법, 항암치료나  약물사용에 관한 부분은 관심정도만 있는 일반인인 내가 보더라도 비교적 쉽게 해석되어 있는 것 같다.(그래도 약이름이나 전문의학용어는 난해하고 생소했다) 동료직원처럼 가족 중에 위암환자가 있다면 위암에 대한 두려움을 떨치고 상황을 현실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하는데 큰 힘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 
 

특히 수술을 준비하는 자세한 과정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으니 위암환자 본인이 본다면 차분하게 수술을 준비하는 마음가짐을 새기는 데도 도움이 될 것 같았다. 신체 일부를 개복하는 수술이고 보면 맹장수술이라도 겁날텐데 하물며 암을 제거하는 대수술을 준비하는 환자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는 의사입장의 저자가 해주는 충고이고 보니 무한한 신뢰를 보내게 되는 것도 사실이다. 수술직후에 나타나는 통증이나 증상, 수술 후 증후군은 겪지 않고는 이렇듯 자세하게 말해주지는 못할 것이다. 또한 암전문의로서 암을 마지막 남은 한 개까지 죽이고 싶지만 그동안 항암제 투여와 방사선 치료로 정신적, 육체적 고통에 힘들어하는 말기 위암 환자를 위해 제안하는 완화치료는 의사로서의 인간적 고뇌도 느껴진다. 수술이나 항암치료도 힘든 말기위암 환자들에게 조심스럽게 호스피스를 권하는 부분에서는 환자들의 고통을 가까이에서 지켜본 사람이기에 진실한 충고라고 여겨졌다.
 

완화의학은 환자의 증상 완화를 주목적으로 하는 증상 중심적 치료이며, 환자의 의학적 문제뿐만 아니라 정신적.사회적.영적문제까지 해결해주는 환자 중심적 치료를 말한다.    -p.173


위암은 특히 수술 후 2년이내 재발이 많고 5년까지는 언제 어디서 재발할지 예측할 수 없다고 한다. 사람은 다른 어떤 욕망은 참을 수 있어도 식욕은 참기 어렵다고 하는데 위암 수술 후 치료보다 더 힘든 고통은 먹고 싶은 음식을 마음껏 먹을 수 없는 고통이 아닐까. 2년에서 5년은 그로 인한 스트레스를 극복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식욕을 이겨내고 식습관을 바꾸고 입으로 들어가는 모든 음식을 통제하며 괴로워하기보다 그동안은 내 마음이 즐거웠으니 수술 후에는 내 몸이 좋아하는 음식이라 생각하고 밝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먹고 치료에 임한다면 재발이란 없을 것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그리고 동료직원과 그의 어머니가 힘든 고비를 넘기며 오랫동안 행복하길 바래본다. 건강은 건강할 때 지키라는 말처럼 건강할 때 더 잘 보살펴야하는 가장 중요한 기관이 바로 위라고 생각한다. 말기까지 증상이 잘 나타나지 않거나 단순한 소화불량으로 우습게 넘기다 위암을 키우는 사례가 많다고하니 몸이 보내는 신호에 귀기울이고 자세하게 소개된 위암예방을 위한 식습관이나 운동으로 건강을 지켜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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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자궁
이유명호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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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감히 이 책을 통해 진짜 여자로 거듭났다고 느낄 수 있었다. 30년동안 각종 유언비어와 근거없는 낭설로 내 몸을 바로보지 못했다고 자각하게 되었다. 한의사라는 입장보다 여자의 입장에서 솔직하고 가감없이 쓴 책에는 보약같은 이야기가 가득하다. 책 뒷편 한비야의 추천사대로 이 땅의 모든 여성들에게 권해주고 싶은 건강지도서 혹은 필독서로 꼭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그만큼 좋은 정보와 여자로서 자긍심을 키울 수 있게 만드는 든든한 엄마같은 책이었다. 원래 도서관에서 빌려보고 말려했던 책이었는데 10페이지정도 읽은 후 이 책은 반드시 소장해야겠다싶은 생각에 주저없이 구매했다. 구구절절 옳은 말이었고 공감이 갔다.  값진 충고와 올바른 정보를 접하자 내가 그토록 기다려온 책이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총 3부로 구성되었으며 1부는 여자임을 증명하는 몸의 가장 중요한 장기인 자궁에 관한 이야기가 담겨있고, 2부에는 여자몸을 지키는 다양한 방법과 좋은 음식이 소개되었다. 3부에서는 완경(폐경을 더 좋은 말로 순화한 명칭) 후 건강하게 살기 위한 다양한 노하우와 성인병 예방에 관한 이야기가 실려있다. 정말 솔직한 담론과 한의사로서의 처방 및 직접 환자들을 치료하며 겪은 경험담이 실려있어 더욱 공감하고 신뢰하게 된다. 나는 매월 생리통이 심해 진통제도 끼고 살고 몸에 좋다는 한약과 운동등 여러가지를 해보았지만 효과가 없어 매번 실망하고 생리 일주일전부터 초조하고 불안해지는 생리증후군까지 끌어안고 있었다. 그런데 이 책을 본 후 나쁜 생활습관 및 음식까지 생활전반을 고쳐야 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변비나 다리꼬기, 오래 서있거나 오래 앉아있는 행동들이 자궁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에도 새삼 놀랄 수 밖에 없었다. 그만큼 몸에 대해 무지했다는 생각에 반성하게 되었다.


내 몸을 무시하거나 조종하지 말고 자연스러운 그들의 의지에 맡겨보세요. 스트레스를 없앨 수는 없고 마음을 다치지 않게 그대를 지키세요. 그대들은 강하고 훌륭하고 능력 있는 여성임을 잊지 마시고 당당하게 나가세요. 자궁 돌보기를 하시면서 휴식과 사랑을 보내며 늘 감사하시면 보답이 있을 겁니다.    -p.69


그리고 우리가 성(性)에 알고 있는 상식이나 지식이 남성들의 기준이나 편리대로 해석되었기에 올바로 정정해야 한다는 부분에서는, 여자로서 자부심이 마구 솟아나는 기분이 들어 용기백배해졌다. 예를 들면 난자와 정자가 만나는 수정과정에 대한 해석도 우리가 의례 알고 있는 상식과는 많이 달랐다. 정자가 난자와 만나기 위해서는 자신의 몸의 100배나 두꺼운 난막을 뚫어야 하고 난자의 표피를 뚫기 위해서는 순간마다 패스워드를 바꾸는 난막의 생식 단백질 암호를 뚫어야 한다고 한다. 그저 수동적으로 난자가 정자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무수한 정자 중에서 '암호 테스트'로 똑똑한 정자를 고른다는 것이다. 수정은 난자와 정자의 협동작전으로 이루어진다는 해석에 새삼 학창시절 받아온 성교육이 얼마나 성의없이 이루어졌는가 알 수 있었다. 그 때 뿌리박힌 성교육으로 아직까지 여자를 깔보는 많은 남자들에 대해 알 수 없는 우월감이 생기기까지 했다. 온전한 생명체로 세상에 자신을 낳아준 이 땅의 모든 어머니의 존재에 남자들은 감사해야 하는 것이다. 
 

난자가 능동적으로 선택해서 인도하지 않고서는 수정이란 불가능할 것 같다. 여남간에 어떤 것도 일방적이지 않다는 것을 수정은 보여준다. 수정은 서로 당겨주고 끌어주는 난자와 정자의 협동작전으로 이루어진다. 남자가 삽입하면 여자는 흡입해서 반쪽 씨를 투자하는 합자(合子)회사를 만들어내는 셈이다.    -p.51


책 속에 소개된 쉽고 다양한 애무법도 큰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생리통을 치유하는 애무법에 소개된 팥찜질은 실제로 아픔을 덜어주어 웅크린 채 힘겹게 잠들었던 나의 생리 첫 날 밤을 고통없이 숙면할 수 있게 해주었다. 그 밖에 자궁질환을 이기는 애무법, 뭉친 가슴을 풀어주는 애무법, 골반튼튼 프로젝트, 고혈압 예방 애무법은 꾸준히 한다면 효과를 볼 수 있을 듯 했다. 임신과 수유, 육아로 여성들이 가장 많이 걸리는 골다공증에 관한 좋은 음식이나 운동등은 우리 엄마에게 적극 권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서 얘기했듯이 여성들이 보면 가장 좋은 책이지만, 그보다 더 남자들이 먼저 봐야하는 필독서로 추천하고 싶다. 지금 사랑하는 여성이 있다면 그녀를 더욱 사랑하고 그녀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방법이 이 책 안에 고스란히 들어있으니 이보다 더 고마운 책은 없다고 느낄 것이다. 중간 중간 삽입된 그림과 직설적인 제목에 버스안에서 읽으며 남들이 보고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을까하는 소심한 마음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었지만, 경험에서 우러난 작가의 솔직하고 재치있는 말솜씨에 감탄하고 긍정하며 정말 재미있게 볼 수 있었다. 무엇보다 이 책의 값진 충고를 받아들여 실천하지 않는다면 아무리 좋은 책이라도 무용지물일 수 밖에 없다. 작가의 말대로 다가올 미래를 막연한 걱정으로 지새지말고 지금 이 순간, 현재의 내 몸을 아끼고 사랑한다면 나쁜 습관부터 바로 잡고 몸에 좋은 음식은 남보다 내가 먼저 먹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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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로비오틱 밥상 - 자연을 통째로 먹는
이와사키 유카 지음 / 비타북스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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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용(庸)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고등학교 윤리시간에 배운 철학의 한 개념이다. 당시 그에 관한 수업을 들으며 매우 선명한 인상을 받은 기억이 난다. 그런 중용은 마크로비오틱 전체를 아우르는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마크로비오틱의 4대원칙이라고 하는 신토불이나 일물전체, 자연생활, 음양조화는 이런 중용을 실천함으로 몸이 음과 양,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균형잡힌 건강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상차림이었다. 현재 우리가 건강을 위해 외치는 친환경이나 유기농보다 먼저 선행되야할 식생활 개선프로젝트였다. 재료들을 통째로 먹기만 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그 단순한 논리안에 심오한 철학적 개념이 녹아있다는 걸 알게 된 순간 나의 식생활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는 책이었다. 

 
마크로비오틱에서는 특별히 먹으면 안 된다고 제한하는 음식은 없다. 다만 고기나 생선 같은 동물성 식품은 밸런스를 맞춰서 먹고, 채소 중에서도 감자, 가지, 토마토 등은 계절이나 함께 먹는 식품의 궁합을 보고 선택하라고 한다. 이런 점 때문에 마크로비오틱은 "까다롭다"라는 인상을 받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실제로 마크로비오틱의 세세한 이론을 너무 고집하면 음식을 현명하게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까다롭게 가려먹게 된다.    -P.87


거창한 이름과 달리 요리법이 단순하고 간결했다. 요리순서를 설명하는 자세한 레시피나 사진이 부족했던 점이 아쉬웠지만 마크로비오틱에 대한 작가의 생각에는 깊이 공감했다. 그리고 밋밋한 재료들을 발상의 전환으로 경험해보지 못한 독특한 요리로 선보일 때는 감탄이 절로 났다. 반찬으로밖에는 전혀 상상도 할 수 없었던 무말랭이를 차로 끓인다던지, 두부로 요거트를 만들고, 날로만 먹는 묵을 기름에 지지는 도토리묵구이, 채소를 그릴에 굽거나 찌는 간단한 요리들은 왠지 까다로울 거라는 마크로비오틱에 대한 편견을 날려버린다. 음식과정을 머리속으로 그리며 요리과정을 더듬어가다보니 어느새 내 몸도 가벼워지고 건강해진 것 같은 기분이 되었다. 의심스러운 조리과정에도 일주일에 꼭 한 번은 하게 되는 외식과 자극적인 야식으로 혹사당한 나의 몸이 조만간 신호를 보내오기 전에, 이 책을 통해 배운 마크로비오틱의 기본을 충실히 실천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흔한 재료와 단순한 조리법에도 선뜻 요리하기가 꺼려졌다. 설탕과 우유, 계란등 어떠한 음식에도 사용하지 않으면 한계에 부딪혀버릴 것 같은 기본 재료들을 넣지 않고 하려니 맛을 볼 엄두가 안 났기 때문이었다. 그동안 우리가 정제된 조미료와 동물성 식품에 얼마나 의존하며 사는지 알게 되는 대목이었다. 우리 땅에서 나는 제철음식만큼 좋은 게 없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실천하지 못한다. 오랜 시간 길들여져 굳어버린 잘못된 식습관 탓이다. 쉽지 않겠지만 나 역시 생활에서 작은 것부터 고쳐나가고 있다. 
 

그리고 이 책을 통해 마크로비오틱의 재료해석에 새삼 놀랐게 됐다. 생선을 좋아하는 일본인이 입이 두드러지게 나왔다거나 돼지고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돼지처럼 콧김이 세지고, 닭고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닭처럼 수선스러워진다고 한다. 게다가 쌀을 주식으로 하는 한국이나 일본, 중국인들은 벼이삭처럼 고개를 숙이고, 밀을 주식으로 먹는 미국인들은 보리처럼 허리를 꼿꼿히 세운다. 음식이 그만큼 사람의 신체 정신에 영향을 끼치고 있으니 음식의 선택은 매우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음식물의 모양을 사람의 몸에 비유해 나타나는 효과를 설명하는 부분도 새롭고 신기했다. 미역이 머리카락에 영양분을 공급하고, 신장과 비슷하게 생긴 팥이 신장기능에 좋으며, 야채껍질이 피부미용에 좋다는 건 설득력있다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식재료가 가진 음양의 기운을 파악하면 웰빙라이프를 실천할 수 있다니 얼마나 지당한 얘기인가. 
 

또한 식사를 하기 전 "잘 먹겠습니다"와 "잘 먹었습니다"라는 인사를 통해 생명체에게 감사를 표시하는 부분에서는 일본인 특유의 세심한 배려가 돋보였다. 몇 달 전 읽은 구본형씨의 책에서 발견한 비슷한 구절도 떠올랐다. 살기 위해 살아있는 것을 죽여 먹는 것이 바로 밥벌이니, 밥벌이가 치열할 수 밖에 없고, 죽음을 먹고 삶이 이어지는 것이니 대충 살 수 없다고 말이다. 모든 음식과 재료에 감사한 마음이 절로 생긴다. 그렇게 소중한 생명을 이어온 음식을 함부로 희생시키지 말고, 재료 본연이 가진 생명력을 소생시킬 수 있는 요리법, 그것이 바로 마크로비오틱인 것이다. 땅의 기운을 빌어 이 땅 위에 우뚝 섰으니, 우리는 땅에게 감사해야하고, 땅에서 나는 모든 것들을 버리지 않고 먹을 줄 아는 지혜를 발휘한다면 건강을 지키는 방법은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걸 실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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