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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암에게 글쓰기를 배우다
박현찬, 설흔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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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치고는 절묘하게도 난 이 책을 집기 전, 형암 이덕무의 산문집을 들추었다. 이미 사놓은 책이라 빌린 책만큼 빨리 봐지지 않았기에 여유롭게 생각해 책장에 꽂아둔 채 여러 날이 지났다. 그러다 도서관에서 이 책을 빌리게 되었다. 의도하지 않았으나 연암은 박지원의 호이며 박지원은 이덕무와 막역한 사이였다. 내가 책장에 꽂아둔 이덕무의 책에도 책머리에 박지원이 쓴 글이 실렸다. 참 재미있는 인연이었다. 이 책에도 연암에게 글을 배우려는 가상의 인물 지문이 나오는데 박제가가 지문을 보며 이덕무와 닮았다 칭하는 부분이 있기에 나는 더욱 이덕무와 박지원의 인연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무엇보다 '열하일기'를 남긴 박지원의 글은 오랫동안 사람들에게 회자되고 있으니 그런 문인에게 글쓰기의 소양을 배운다는건 얼마나 설레는 일인가.

 연암 박지원이 돌아가신지 8년이 되던해 어느날 그의 아들인 종채에게 의문의 사나이가 책을 한 권 전해준다. 돌아가신 뒤에도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며 심지어 제자의 글을 베꼈다는 소문까지 귀에 들어오게 되니 여간 심란하지 않았던 종채는 사나이가 전해준 책을 읽으며 소문의 진실에 접근하게 된다. 아들이 알고 있는 아버지의 시간 중 유일하게 오리무중에 빠진 연암협에서의 시간이 책에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바로 연암이 아끼던 제자 지문을 가르치던 시간이었다. 지문은 입신하지 않는 아버지와 반목하며 과거에 응시할 날만 기다리고 있었다. 사서삼경등 고서를 꿰뚫고 있으며 자신의 실력을 자만했던 지문은 아버지의 서가에서 우연히 '연암선집'을 읽고 큰 충격을 받게 된다. 그리고 연암의 글을 보며 자신이 기존에 읽어왔던 어떤 서책과도 비교할 수 없는 매력에 빠지게 된다. 과거에 뜻을 둔 지문에게 연암은 과거에 응하지 않겠다는 조건으로 그를 제자로 받아들이겠다고 말한다. 지문은 연암의 제자가 되어 그가 내주는 문제를 풀어가면서 글쓰기의 기본기를 하나씩 익혀간다.

처음에 이 책의 제목만 보고 단순히 글쓰기를 가르치는 인문교양서일 것이라 생각했다. 그랬다면 나는 분명 책장을 제대로 넘기지 못하고 지루해 결국 끝까지 보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역사적 사실에 상상력을 덧붙인 팩션(Faction)의 형식을 빌어 소설적 흥미와 이론적 접근을 절묘하게 섞어놓아 한 번 책을 잡으면 손에서 놓을 수 없을 정도로 글쓰기의 기본을 매우 설득력있게 그려놓았다. 물론 그 밑바탕에는 역사적 인물인 박지원과 이덕무등 당대의 인물과 시대상까지, 꼼꼼하고 치밀한 사전조사가 이루어졌을 것이다. 독서와 글쓰기등 객관적 사실로만 전달되지 않는 것들을 매우 절묘하게 그려놓은 이 책을 통해 박지원과 박제가,이덕무등 당대의 문인들에 대한 궁금증이 커져갔다. 또한 정조시대 문체반정(文體反正)으로 박지원의 글과 같이 기존의 질서를 뒤흔드는 소설이나 소품집을 금서로 규정해 규탄했던 역사적 사건도 글의 배후에 등장해 흥미를 더한다.

붓은 칼보다 강하다는 말이 있다. 글을 씀에 있어 이토록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사람을 살릴수도 죽일수도 있는 글의 힘을 얕게 보았던 나의 어리석음을 이 책을 통해 되새긴다. 연암이 지문에게 가르치는 글쓰기의 덕목을 들여다보니 첫째, 사물과 부러 거리를 두어 객관적으로 접근하는 약(約)과 넓게 보고 깊게 파헤치는 과정을 이야기하는 오(梧)의 이치가 그것이오. 둘째, 옛것을 모범으로 삼되 변통할 줄 알아야 한다는 '법고이지변(法古而知變)'의 이치다. 셋째, 양쪽을 고려하되 반드시 새롭고 유용한 시각을 창출해야한다는 간(間)의 이치이다. 연암의 가르침을 통해 지문은 예전의 자신과 전혀 다른 사람이 된다. 그저 옛것을 고집하며 깊이를 헤아리기보다 겉만 핧았던 자신의 과오와 자만을 뉘우친 그는 글쓰기의 새로운 방법을 모색한다. 이 책의 저자 역시 지문과 같이 집필동안 연암에게 글쓰기를 배웠다고 하며 스스로 연암에 대한 오마주라고 밝힌다. 글을 쓴다는 것은 때론 많은 인내와 용기를 필요로 하는 것이다. 과연 책 속에서 박제가가 지문에게 말했던 아래의 대사는 글을 쓰기 전 각오를 다지게 만든다. 글을 쓴다는 것만큼 책임감이 뒤따르는 일은 없는 것이다. 너무도 뜨끔하게 정곡을 찌르는 말이었다, 글쓰는 이라면 자고로 아래 말을 되새겨 봐야 할 것이다.

"붓 끝을 도끼 삼아 거짓된 것들을 찍어버릴 각오로 글을 쓰게나. 알겠나?"    -P.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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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잉 메시지 - 지구와 인류를 살리려는 동물들의
개와 돼지 외 지음 / 수선재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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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들어 닭이나 돼지, 꿀벌등 각종 곤충이나 동물들이 집단폐사하는 기사를 자주 접할 수 있다. 기사들을 자세히 읽다보면 동물이나 곤충들의 죽음뒤에 가려진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 그 진실로 인해 지구 전체의 위기가 표면적으로 떠올르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난 그런 위기의식으로 인해 이 책을 꼭 읽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물들이 죽음으로서 인간에게 경고하는 무언의 메시지를 더 이상 무시할 수만은 없었다. 또한 뉴질랜드를 비롯해 가장 최근 일어난 일본 센다이현의 지진이나 쓰나미 현상등 크고 작은 지진과 해일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는 일이었다. 아직까지도 여파를 헤어나오지 못하는 돼지 구제역이나 조류독감은 우리가 먹거리로만 취급했던 동물들이 우리에게 외치는 마지막 비명같은 것이다.

 자연과 더불어 살고 자연의 소중함을 누구보다 잘 알았기에 지키려고 노력했던 옛선조들의 모습과 달리 현재의 인류는 자연을 정복의 대상으로 일삼았다. 무분별한 개발과 남획으로 자연을 훼손했고 생태계의 순환을 역행시켰다. 무책임한 개발에 병들대로 병들어간 지구가 이제 살기 위해 발버둥친다고 이 책에서는 말하고 있다. 동물들의 다잉메시지는 자신들을 이용했던 인간들에게 마지막으로 전해주는 사태의 심각성이다. 이 책의 저자는 그래서 개와 돼지, 꿀벌과 뱀, 북극곰, 고래와 아마존이다. 

아인슈타인은 '꿀벌이 사라진다면 인류는 4년안에 멸종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다. 세계 곳곳에서 나타나는 꿀벌들의 집단폐사로 지구위기가 한걸음 앞으로 다가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면역체계가 다른 곤충의 반밖에 없기 때문에 벌들은 환경오염의 척도를 나타내는 바로미터라는 것이다. 또한 우리가 사용하는 휴대폰의 전자파로 인해 꿀벌들이 방향감각을 잃고 집으로 돌아오지 못해 헤매다 죽고, 고래들의 떼죽음 역시 전자파와 같은 소음으로 방향을 잃고 먹이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북극곰의 감소 역시 빠른 속도로 녹아내리는 북극의 얼음때문에 살 곳을 잃었기 때문이다. 북극의 얼음같은 경우 지구 곳곳에서 야기되는 대홍수로 현재도 인류에게 엄청난 재앙을 가져오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우리가 안락한 생활을 누리기 위해 훼손된 자연이 일차적으로 말못하는 동물과 곤충들을 위협하고 있다. 바로 다음은 인간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우리의 작은 습관과 자연을 대하는 태도를 개선하려는 노력이 절실해보인다. 책에서 중간 중간 픽션으로 꾸며진 자연재해의 피해사례는 아주 구체적인 현실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하기에 사실 소름이 끼칠만큼 무서웠다. 구제역으로 인해 생매장된 전국의 수많은 돼지들로 인해 생매장지역 주변은 제 2차 환경오염이 예상되고, 그로 인해 돼지공급이 어려워져 그동안 값싼 음식으로 여겨왔던 삼겹살의 가격은 두 배가 올랐다. 값이 오른 돼지고기는 물론이고 꿀벌들이 사라진 자리를 매우지 못해 열매맺지 못한 많은 과일들은 소비자인 우리들에게 직접적인 시장경제의 혼란을 가져왔다. 이 모든 일이 결자해지, 인과응보라는 사실을 알고 인간들이 자연을 보호하고 더불어 살려는 노력과 실천이 없다면 우리에게 닥칠 재앙을 피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에 보면 이런 구절이 나온다. 인간과 동물, 모두 진화를 위한 존재라는 말이다. 그런데 그저 욕망과 안락함에 자신들외 모든 것을 희생양으로 삼는 인간들에게 닥친 불행은 이제 시작일지도 모른다. 하루 빨리 그 사실을 깨닫고 자연에 폐를 끼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이 지구를 바꾸는 것은 바로 나 하나에서부터 시작합니다.
나 하나부터 자연에 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 쉬운 것부터 실천하는 것이지요.
가전제품의 사용을 줄이고 휴대폰 사용을 최소화하고, 쓰레기를 최소한도로 줄이려고 노력하며 물을 아끼는 마음을 갖고 실천하는 것입니다.
바로 이러한 자연을 위하는 마음과 실천이 주변을 변화시킵니다.    -p.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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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해도 괜찮아 - 영화보다 재미있는 인권 이야기
김두식 지음 / 창비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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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일단 읽어보길 잘했다는 생각이 절로 드는 책이었다. 책의 제목을 보고선 가난은 불행한게 아니라 불편할 뿐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불편하다는 말은 바꿔말하면 남들이 누구나 겪고 싶어하지 않아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자신있게 불편해도 괜찮다고 말하는 이 책의 정체와 가치는 미처 깊이 생각해보지 못한, 혹은 불편해서 외면했던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국민으로서 당연히 누려야 할 인권에 대해 깊이 고민해보게 만드는 것이었다. 우리사회의 분명한 약자들이 관습처럼 굳어진 고질적 병폐, 냉대와 차가운 시선에 맞서는 현실을 보여주는 영화와 드라마들은 너무 현실적이라 우리에게 불편함을 안겨준다. 그들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과 약자와 소수자들의 입장을 통해 대변되는 우리 시대의 단면은 '다름'을 인정하지 못하는 분위기 속에서 왜곡되어왔던 것 같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은 다양함이 존재한다. 누구나 나와 똑같은 생각을 할 수는 없는 것이다. 하지만 나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자신의 선입견과 편견을 기준으로 그 사람들을 평가하는것 또한 어쩔 수 없는 사람이다. 여성과 장애인, 종교와 인종차별, 성소수자 및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들 우리 현실 속 어디서든 존재하는 사람들이지만 깊이 헤아려본 적 없는 이들을 그린 영화이야기로 풀어나가는 저자의 솜씨가 탁월하다.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영화속의 인권과 소수자의 이야기는, 새로운 접근법으로 익히 보아왔고 남들이 보는 만큼만 볼 수 있었던 시야를 벗어나 재해석하게끔 만들었다. 그 외에도 보지 못한 영화속 인권이야기는 내가 살아가면서 얼마나 많은 것을 편하게 누리면서 살았는지 새삼 깨닫게 했다.

특히 영화 <방해자>를 통해 등장하는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의 이야기나 <오아시스>의 여주인공을 통해 드러나는 장애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과 편견, <밀양>을 보며 독실한 기독교신자인 자신조차 불편해했던 신자들의 이야기는 영화가 말하려는 것 이상의 비합리적인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듯 했다. 또한 동성애자들의 현실적 사후를 그린 <더 월2>를 통해 이야기하는 성적소수자들의 인권은 당사자가 아니고서는 쉽게 접해볼 수 없는 것이었기에 그들이 왜 커밍아웃을 하고 사회적으로 관계를 인정받으려 하는지 이해하게 되는 대목이었다.

인권을 아주 쉽게 정리한다면 결국 '남에게 대접받고자 하는 대로 남을 대접하라'는 황금률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내가 보장받기를 원하면 그 권리들을 다른 사람들도 보장받도록 하는 것이 민주시민이 가져야 할 올바른 덕목입니다.   -p.88

위에서 저자가 지적한 '남에게 대접받고자 하는 대로 남을 대접하라'는 말은 가슴에 꽂혔다. 내가 가진 것들을 국가라는 테두리안에서도 충분히 보장받을 수 없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이 사회가 얼마나 많은 불평등과 편견으로 가득차있는지 뼈에 사무치도록 절절한 아픔일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약자의 입장이 조금씩 이해되며 우리가 진정 민주주의 사회라고 외치려면 해결해야 할 과제가 얼마나 많은지 느낄 수 밖에 없었다. 책을 보고 난 후 책 속에 나오는 영화 중 <안토니아스 라인>이라는 영화를 찾아보았다. 모계중심의 3대 가족을 매우 담백하게 그린 영화였는데 그 영화를 보며 내가 이런 영화의 내용을 언제까지 부러워하고만 있을 것인가 곰곰히 생각했다. 비슷한 맥락의 우리나라 영화 <가족의 탄생>을 보았을 때도 진정 가족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었지만, 이런 영화적 시도를 통해서 우리는 충분히 변화하기 위해 꿈틀대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나와 '다름'을 '인정'하고 '이해'하려는 태도와 마음가짐을 통해 개개인의 변화, 나아가 사회적 인식의 전환을 가져올 수 있다면 이 책의 가치는 충분히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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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레지스탕스 - 저항하는 인간, 법체계를 전복하다 레지스탕스 총서 1
박경신 외 지음 / 해피스토리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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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하고 조용한 삶, 안정적인 현실을 위해 우린 때로 너무 많은 거짓을 눈감아주고 위선을 애써 외면한다. 혹은 불편하지 않다는 이유로 더이상 깊이 관여하지 않기도 한다. 정작 그 부당함이 나의 일이 되어도 우리는 법이라는 국가의 거대권력앞에 무기력하게 대항할 힘을 잃고 포기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책에는 권력이라 부르는 법앞에, 만인에게 평등하지 않은 법앞에 정의를 호소하며 포기하지 않고 저항해온 혁명가들의 가슴뛰는 이야기로 가득하다. 1심, 2심, 대법원까지 거쳐 승소한 사건들은 고집스런 이 시대도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는 반증이 되어주며 희망의 메세지를 던져준다.

사회, 정치, 경제, 환경, 인권의 문제에 이르기까지 우리사회 전반에 걸쳐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약자들의 반란은 결코 남의 일로 치부할 수 현실의 문제를 되짚고 있다. 특히 몇년새 부쩍 늘어 우리나라 실업난의 가장 큰 핵심으로 대두되고 있는 비정규직 근로자들과 판자촌에서 생계를 꾸려살고 있는 극빈층의 주거문제, 4대강 관련 환경문제, 열린 인터넷 공간에서도 제약받는 언론의 자유등 근래 자주 논의되고 있으며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른 일련의 사건을 예로 들어 신문이나 기사에서 읽지 못한 재판과정과 소송을 둘러싼 다각도의 입장차를 비교적 쉽게 정리해놓았다.

무엇보다 내게 현실적으로 와닿았던 사건은 콜트악기의 1300일간의 정리해고와 현대자동차의 사내하청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이야기였다. 88만원 시대를 살고 있는 지금의 2,30대 청년근로자들에게 '비정규직'이란 단어는 매우 익숙하면서 무언가 불이익을 내포하는 부정적인 말이 되었다. 나 역시 비정규직 타이틀로 10년이 넘는 시간동안 노동해오고 있다. 정규직과 분명 같은 공간에서 같은 시간동안 비슷한 강도의 일을 하면서도 매우 다른 처우를 받는 비정규직의 설움은 이제 청년근로자들을 비롯한 우리나라 노동자들의 암울한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그런 불편부당한 현실에 원청회사의 정리해고라는 무시무시한 통보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바람앞에 등불처럼 더욱 위태위태하게 만들고 있다. 그런 그들에게 대기업의 횡포에 맞서 기댈 수 있는 언덕은 역시 법이었다.


직접고용 형태로 업무를 수행하던 기업이 일정 업무를 파견, 도급을 통한 간접고용 형태로 전환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그 중 가장 중요한 이유는 정당한 이유없이는 해고를 할 수 없도록 하는 법률의 제약 없이 쉽게 고용을 조절할 수 있고, 이를 통해 노동자를 통제하고 관리하기 위함이다. 즉 사용자의 고용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면서 비용절감이라는 사용자의 이익만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다. 또한 종국적으로는 노동조합이 있는 정규직에 대한 구조조정까지 쉽게 하려는 이유도 있다. 간접고용을 통해 얼마든지 정규직 노동자를 대체할 수 있기 때문이다.  -p.47


그러나 콜트악기 해고노동자들의 경우 1300일간의 투쟁은 10건의 재판중 3건이 승소했으나 회사의 항소로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라고 한다. 다행히도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경우는 그들을 현대자동차의 도급이 아닌 파견으로 결론내린 진보적인 판결이 나면서 사내하청 근로자들 역시 파견법으로 보호될 수 있는 길을 열었다고 하니,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보호하는 법제정과 개선으로 한줄기 희망의 빛이 되어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들외에도 사회적 이슈가 되었던 미네르바 사건 및 교내 종교자율화를 위해 1인 시위로 유명해진 강의석군의 사연도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법의 손길이 구석구석 미치는 일이었고, 개인의 권리와 자유가 어디까지 침해당하고 침해할 수 있는지에 대한 법적근거를 마련해주는 사건이었다.

가장 청렴하고 결백해야할 법이 정작 기득권을 위해서만 존재한다는 걸 느끼게 해준 여럿 사건과 불미스런 뉴스가 횡행했지만, 그래도 끝까지 법의 힘을 믿고 그 힘을 악용하지 않으려는 정의로운 사람들이 있어서 사회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진화한다고 믿게 된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가 권력앞에 당당히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고 비판하는 눈을 길러야한다는 걸 이 책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덮어두기만하면 그들은 우리의 요구를 묵살하고 우습게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저항하고 반발한다면 그들은 고분고분하다고 생각했던 우리를 더이상 얕잡아보지 않을 것이다. 며칠동안 곰곰히 책에 대해 생각하다 문득 카프카의 '소송'에 주인공K가 떠올랐다. 그는 어느날 뜻하지 않은 소송에 휘말리게 되고 법원이라는 거대권력앞에 철저히 유린당하며 인격적 모멸감과 멸시를 당한다. 비운의 결말을 암시하는 이 소설은 무력한 개인의 쓰디쓴 패배감을 맛보게 했다. 그러나 21세기 우리는 주인공K가 겪는 불행보다는 희망적인 시대에 살고 있음을 이 책의 혁명가들은 증명하고 있다.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가.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라고 했다. 피해의 인식은 당연히 사회 발전의 원동력이 된다. 억압을 참는데 익숙해진 사람들은 고난을 피해라 생각하지 않고, 당연히 받아들여야 할 삶의 일부분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피해를 스스로 인식하지 못하면 사회는 발전하지 않는다.    -p.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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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과 무생물 사이
후쿠오카 신이치 지음, 김소연 옮김 / 은행나무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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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이렇게 멋없고 딱딱한 이야기를 논리정연하면서도 알기 쉽게 설명한 과학서도 드물 것 같다. 제목만으로는 원초적 본능을 자극하는 묘한 전개가 기대되기도 했다. 그러나 제목그대로 인간을 구성하는 30억개의 세포, 그 세포의 발견과 역활을 찾아가는 21세기전 과학자들의 발자취를 따라간다. 그 과정이 꽤나 흥미진진하게 전개된다. 무엇보다 저자가 가장 원초적으로 던진 질문인 '생물과 무생물을 구분하는 기준은 무엇인가'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한 과정을 매우 상세하게 기술하고 있다. 실제 생물학자이기도 한 자신의 연구과정을 회상하며 더듬어가는 과거와 지금은 선구자가 되어 널리 알려진 생물과학자들의 연구과정에서 일어난 헤프닝등 다양한 연구실 뒷이야기들도 재미를 더한다. 
 

특별한 구성이나 분리없이 순차적으로 진행되는 이 책은 크게 장을 나누자면 세 장 정도로 나뉠 수 있을 것 같다. 첫째, 단순히 4개의 문자열로 구성되어 있으며 유전정보를 책임지고 있는 DNA의 발견과 DNA의 이중나선구조에 관한 해석이 그것이고, 둘째는 DNA를 구성하는 단백질과 세포분열의 과정, 그리고 셋째는 생명의 본질에 접근할수록 난관에 부딪히는 실험과 연구를 통해 무엇보다 완벽하게 만들어진 생물의 신비에 접근하는 것이다. 저자의 이야기에서 개인의 생각과 과학자들의 이야기를 빼면 완벽한 생물과학서다. 도저히 무슨 말인가 이해하기 힘든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저자는 생물의 신비를 일반인에게도 쉽고 재미있게 설명할 줄 아는 방법을 알고 있는 것 같다.


무엇보다 모양이 다르면 절대 끼워지지 않는 지그소 퍼즐과 쉴 새 없이 새모래를 가지고 같은 형태를 유지하는 바다의 모래성을 예로 들어 세포의 분열과정을 설명하는 부분은 이해가 참 쉬웠다. 과학서라기보다 소설이나 에세이라 할만큼 재미있게 설명된 생물학입문서라고 해도 좋을 듯 하다. 마지막 저자의 에필로그처럼 어릴 적 동네 개울가에서 개구리알을 가져와 직접 키워보거나 애벌래가 변태하는 모습을 한번쯤 보고 자라온 사람들이라면, 분명 생명의 신비라는 거대한 문 앞에서 경외심을 마음속에 품어본 적은 있을 것이다. 이 책에 나온 과학자들 역시 DNA와 세포를 둘러싼 판도라의 상자를 열기 위해 몇날 몇일을 밤새워가며 노력한 흔적이 역력하다. 하지만 끝내 그들도 밝힐 수 없는 생명의 신비는 아직도 많은 과학자들의 연구대상이다. 물론 예전보다 훨씬 좋아진 연구기계나 전자현미경으로 말이다. 


생명의 존엄성은 저자가 설명한 생물의 상보성과 동적평형상태라는 흐름으로 조금은 설명된다. 결코 이론으로 설명할 수 없는 완벽한 질서체계, 그리고 불가역적인 시간의 개념으로 움직이는 우리 한 사람 또는, 작은 생명은 존귀하다는 걸 일깨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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