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강의
랜디 포시.제프리 재슬로 지음, 심은우 옮김 / 살림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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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어온 책들은 대부분 책 속의 책을 통해 만난 경우가 많다. 간혹 신문이나 타인의 추천으로 만나기도 하지만 이 책은 내가 좋아하지 않는 타입의 한 고객으로부터 처음 듣게 되었다. 난 책에 있어서는 뒷북을 치는 경향이 있다. 남들이 한참 베스트셀러라며 읽을 때 난 혼자서 베스트셀러를 비켜가있다. 한 작가의 책만 파는 습관때문일 것이다. 명찰에 적혀있던 '내 취미는 독서입니다'라는 구절을 눈여겨보던 그 고객은 그럼 이 책은 읽어봤냐며 묻는 것이었다. 난 모른다고 했다. 그의 얼굴 만면에 떠오른 비웃음이란. 마치, 이 책을 안 읽어봤으면 말을 마세요.라는(개콘에서 달인 김병만의 말투) 듯한 표정이었다. 꼭 읽어보라며 두 번 세번 강조했었다. 솔직히 무시하고 싶었지만 그가 가고 난 후 바로 인터넷서점에 들어가 검색해 보았다. 칭찬이 자자했다.  그 이 후 몇 개월이 지나 이 책을 손에 넣었지만 그 당시의 모멸감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주인공 랜디포시의 자전적 이야기인 마지막 강의는 그가 췌장암으로 6개월의 시한부판정을 받은 시점에서 자신이 일하던 카네기멜론 대학의 강단에서 한 마지막 강의내용이다.  솔직히 누구나 이 사실을 알고 첫 장을 펼치며 나처럼 약간의 동정심, 혹은 측은함을 가지고 읽었을 것이라 본다. 시한부선고를 받은 남자의 마지막 강의라니. 참담하지 않을까 싶었다. 게다가 그 앞에 마지막이라는 단서까지 붙여놓고 보니 죽음을 목전에 둔 남자는 감정이 격해지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그러나 책의 내용은 조금 뜻밖이었다. 책을 덮고나서 곰곰 생각해보니 그는 누구보다 열정적이고 긍정적이었다. 

 
그는 강의에서 1시간이라는 짧은 시간동안 자신의 삶을 반추하는데 그 주제가 '당신의 어릴 적 꿈을 이루라'였다. 나는 그 주제를 보자 그가 얼마나 행복한 사람이었는가 추측하게 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마지막 강의에서 그런 주제를 택한 것이 아니었을까. 자신의 어릴 적 꿈과 목표를 이루었기에 그 과정을 통해 조언을 해주는 것이었다.

만약 살아오면서 내가 느꼈던 열정을 사람들에게 제대로 전할 수만 있다면, 내 강의는 그들의 꿈을 이루는 길을 찾는데 도움이 될 것이었다.   -p.25


시작은 아주 작고 사소한 것이었지만 그의 꿈은 일관적이었기에 가능했던 것 같다. 컴퓨터공학도였지만 그는 자신의 상상을 현실로 이루기위해 노력하는, 그리고 창조하는 예술가였다. 그가 동경하던 디즈니사의 이매지니어가 되는 부분에서는 행운아라고 느꼈으나 그것 또한 아니었다. 그는 성공에 대한 욕심이 아닌 자신의 꿈을 이루기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현실적 몽상가였던 것이다.

행운이란 정말로 준비가 기회를 만나는 지점에 있는 것이다.(로마의 철학자 세네카)    -p.163

준비를 생활하하는 다른 방법은 모든 상황을 부정적으로 생각해보는 것이다.    -p.219
 

그는 자신의 말처럼 누구보다 성실하게 노력하는 사람이었다. 아마 성공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보이는 모습이 아닐까 싶었다. 그의 말에 100%공감하는 나를 본다.

성실함은 너무나 과소평가되고 있다. 멋은 관심을 끌기 위해 겉으로만 노력하는 것이지만, 성실함은 마음 밑바닥에서 온다.    -p.181

그리고 그의 긍정적인 생각은 저자 자신의 인생 전반을 끊임없이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해주었다.

자신이 췌장암 말기의 6개월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은 사람이었지만 늘 완치될 수 있다는 5%의 희망을 놓지 않은 그는 정말 대단한 열정을 지녔다. 그리고 자신의 상황을 좋은 쪽으로 해석하는 것도 타고난 것 같았다. 부모의 교육이 큰 역활을 차지했던건 두말할 나위 없을 것이다. 어릴 적 그가 보였던 엉뚱한 행동들을 전적으로 지지해주었으며 스스로 판단하도록 이끌어주었던 랜디의 부모야말로 그의 가장 큰 스승일 것이다.

'행운'이란 단어는 지금 나의 상황과는 좀 어울리지 않겠지만 한편으로는 내가 버스에 치여 죽지 않았다는 것이 정말 행운처럼 여겨지는 것도 사실이다. 암은 나에게 만약 내 운명이 심장마비나 교통사고였다면 불가능했을, 재이와 중요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을 주었다.     -p.273


그리고 나는 그가 카네기멜론대학의 교수로 재직하며 수업하는 방식이나 자신의 제자를 위해 학장과 맞서는 모습을 보면서 그가 얼마나 훌륭한 멘토였는지 알게 되었다. 평생 자신을 옳은 방향으로 이끌어준 멘토들의 조언을 잊지 않고 간직하며 그 충고를 아낌없이 자신의 제자들에게도 나누어주는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자신이 꿈을 이루었으나 자만하지 않고 제자들이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끊임없이 베풀었기에 그는 최악인 자신의 상황에서도 행복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결국에는 그들의 좋은 면을 보여줄 거에요.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만의 장점을 가졌지요. 기다려줘요. 그러면 드러날 겁니다.    -p.19


그가 이 책을 국내에 발표하고 1달이 지난지 얼마안되어 사망했다는 것을 알았다. 자신의 아이들에게 아버지의 빈자리를 느끼지 않게 하기 위해 마지막 강의를 동영상으로 녹화하고 이 책까지 썼다는 그에게 경외심을 품었다.충분히 공경받아 마땅하지 않을까. 그리고 그의 자식들은 평생 아버지를 자랑스러워할 것이다. 그의 사랑을 이토록 진하게 느낄 수는 없을테니 말이다.


많은 사람들은 지름길을 원한다. 나는 최고의 지름길은 돌아가는 길이라 생각한다.
간단히 말해 묵묵히 최선을 다하라는 것이다.    -p.213


그가 췌장암 말기의 온갖 화학요법과 치료에도 굴하지 않고 열정적인 강의를 통해 말하고자 하는 바가 역시나 최선을 다하라는 자기계발서들의 뻔한 결론일지라도 그의 강의는 특별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할 것 같다. 최고가 아닌 최선을 다하라는 명언처럼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면 언젠가 자신이 어릴 적 꾸었던 꿈에 조금은 가까이 다가가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어릴적 꿈만큼 자주 바뀌는 게 없다.  타인이 인정해주는 직업을 가져 꿈을 이루는 것이 아니라 랜디처럼 자신이 어릴적 하고 싶었던 사소한 것들을 잊지 않고 시도하다보면 자신의 삶에 대해 긍정적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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