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과 예쁜 말 나누는 이 시간,
잠시 창밖을 내다보니 새벽안개가 자욱해요.
오늘은 맑으려나 봐요. 그쵸?

가로등 하나 깨어 있고,
당신은 잠시 딴청을 피우고,
난 당신께 드릴 맘을 적고 있죠.

모두 잠들어 조금의 뒤척임도 누가 될까 조심스럽긴 하지만
그래도 당신과 함께 하는 시간은 마냥 즐겁기만 한 걸요.
하루가 너무 짧아 오늘만은 좀 더 길어졌으면,
아침이 쉬이 밝아오지 말았으면, 하는 바램은 어리석은 거겠죠.

사람들이 로즈데이라 부르는 날이네요.
벌써 며칠 전부터 이날이 맘에 박히더군요.
오랫동안 이런 날들 까맣게 잊고 지냈었는데
그랬는데 꽃집을 지나다 멈칫 멈칫,
그런데 이상도 하지요.
오월에 한창인 카네이션 보다도
로즈데이의 장미꽃 한다발 보다도
튜울립에 더 시선이 머물더군요.
아무래도 장미가 흔해지는 오늘,
튜울립 꿈을 꾸면 행운이 찾아온다는 말 때문일 거예요.

 

나로 인해 웃었으면 좋겠어,
행복해졌음 좋겠어,
아니 그렇게 만들고 싶어.

... 라고 말하신
그날을 잊지 못할 거예요.


어느새 새록새록 잠든 당신,

 


보고 싶어요.

 

 

Photo     TOULEJOUR『그대에게 花을 드립니다』
Music     여행스케치『왠지 느낌이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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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5-14 07: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04-05-14 1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튜우립이 참 예쁘게도 피었네요.^^

김여흔 2004-05-14 1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비로그인 2004-05-14 1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로즈 데이에 튤립이라~
근데요...있잖아요...여흔 님! 실은요...
제가요...저 튤립 꽃밭에서요...튤립 한 송이 몰래 꺾어간다지요~
한 송이 정도는 나눠 주시겠지요? ^^

Laika 2004-05-14 18: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마, 여흔님이 화내실겁니다. 따로 드릴 분이 있는 꽃이라....^^

비로그인 2004-05-14 1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헛..라이카 님의 말씀을 듣고...순간 움찔~
몰래 꺾어간 튤립은 다시 심어 놓고 가요.. 여흔 님! ^^* (헛, 그사이 조금 시들었네..어쩌나~)

김여흔 2004-05-15 15: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따로 드릴 그 분께 여쭤봐야겠네요. ^^

김여흔 2004-05-15 17: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따로 드릴 그 분께서 꺽어 갔다가 다시 심어놓은 거랑 두 송이 드리래요.
어여 가져가세요, 냉열사님. ^^

비로그인 2004-05-15 2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그분께 고맙다고 전해 주세요. 잘 키울게요.^^*

김여흔 2004-05-15 2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마 그 분도 기뻐하실 거예요. ^^

프레이야 2004-08-01 2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흔님, 요렇게 이쁜 튤립을 이제야 봤네요. 소담스럽게 다 가져갈래요. 이거 보고 웃을래요. 제가 좋아하는 사람에게도 선물할래요. 괜찮겠죠.^^

김여흔 2004-08-01 2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혜경님, 송구스럽게.. 이그..
말씀 안하시고 가져가셔도 되어요.
희원이 팔은 어떤지요?

프레이야 2004-08-02 08: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희원인 한 2주는 더 고정하고 있어야한대요. 집에서 책보고 빈둥거리며 잘 보내고 있지요.
맘써주셔서 고마워요. 튤립보고 제 맘이 다 환해졌어요.
 


소시적에 착한 날라리(?)였던 여흔이가 쉬는 시간에 곤한 잠을 청하고 있는데 범생이들이 한쪽에서 수다를 떨다가 한 녀석의 소근거림이 귀를 간질었다. 
" 여흔이가 욕하는 거 한 번도 못봤어 "
그 후로 그 녀석을 이뻐해주었다는 ...
그런 내가, 그렇게 천성적으로 욕이 뭔지도 모르게 살다가도 버럭 욕지거리를 해댈때가 있다. 바로 요런 미국같은 놈들을 볼 때면 그렇다. 극우, 극보수 또는 미 우호주의 집단들에서는 대통령을 탄핵하는 큰 이유 중 하나로 경제 문제를 들먹이지만 좀 더 넓게 상황판단을 해보면 그 이유가 실은 다른 곳에 있음을 알 수 있다. 바로 저런 시대착오적인 고문이나 저지르고도 뻔뻔하기 그지없는 미.국. 이라는 염병할 족속이 근본 원인이라는 게다.  대부분의 아시아 국가들이 경제문제로 골머리를 썩고 있는데 비단 우리나라만, 그것도 대통령이 1년 나라살림을 못해서 그리됐다는 것은 뭔가 시원치 못한 원인분석이라 하겠다. 미국이라는 나라, 곰곰히 생각해보라. 은근히 남북한이 통일이 못되도록 조장하고 쓰잘데 없이 도와주는 척 IMF에 시달리게 하고, 자기 농민들(농민이 아니지, 농민을 가장한 거대기업이지) 잘 살게 하려고 수입개방 압력이나 넣고, 툭 하면 남의 나라 이간질하고, 전쟁이나 일으키고. 정말 쌩쇼하고 있는 거지.
美.國. 이라고 언놈이 애초에 그리 만들었나 무척이나 궁금하다. 그놈부터 죽이고 싶다. 누군가는 이제 쌀 미자를 써서 米.國. 이라고 하자는데 그 보다는 쓰러질 靡 또는 곰팡이 黴를 써서 靡國이나 黴國이라 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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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ugool 2004-05-08 08: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휴우... 정말 드런 놈들... 열받아 죽겠어요...

프레이야 2004-05-08 08: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딸 희원인 미국이 이해 안 된대요. 알래스카에도 유전이 많은데 왜 남의 나라 유전에 욕심 내냐구요.

stella.K 2004-05-08 1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그래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지 않을 겁니다. 지극히 미약할지도 모르죠. 이렇게 미국을 욕해주는 일 정도일테지요.
하지만 강대국의 횡포가 얼마나 오래갈까요? 미국은 저렇게하는 것이 애국하는 것인 양 할지 모르지만 자국의 위상을 깍아 먹는 짓이라는 것을 모르는가 봅니다. 자멸할 날이 오겠죠. 적어도 힘을 잃을 날이 오지 않을까요? 세상은 그리 만만한 곳이 아니라 영원한 강자도 없고 영원한 약자도 없을거라고 봅니다. 미국이 저리 광기를 부리지만 그 광기도 어느 순간 힘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고 또 다른 거대강국에 먹할 날이 오지 않을까요?
힘을 길러야할 것 같습니다. 적어도 힘을 어떻게 기를 수 있을까 그 방법이라도 알고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여흔님이나, 너굴님, 혜경님, 저. 있는 자리에서 최선을 다 하자구요!

다연엉가 2004-05-08 1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흐흐... 여흔님 그럴때 저도 모르게 욕 나오죠.

잉크냄새 2004-05-08 17: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부시를 볼때마다 전쟁이라는 망상에 사로잡힌 개가 아닌가 싶더군요. 광견병을 무기로 아무나 물어버리는 그런 개...
파시즘, 나찌즘, 일본 군국주의와도 맥락이 같은 부시의 광견병이 두렵게 느껴집니다.

2004-05-11 17: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4-05-13 15: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Simberg, Hugo『Dream』1900, 17,4x14,8 cm, paper (A II 968,36)

 

그대의 노래는 내 마음 울립니다.
나는 지금 그대가 보고 싶습니다,
그대 눈빛이 나를 꼼짝 못하게 합니다.
그대는 나를 풀어주는 천사 입니다.

나는 그대를 따라 갑니다.
나는 그대를 바라 봅니다.
그리고 그대가 안보이는 곳에서만
그대 향해 이렇게 고백합니다.
사랑해
사랑해
정말 사랑해

너만을
너만을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가끔 그대를 안 만났더라면 하는 생각을 합니다.

하지만 아픔은 사랑의 깃발
나는 아침마다
내 영혼 가장 높은 곳에
그대 이름과 얼굴이 그려진
아픔의 깃발을 올린답니다.

하여
나는 한 줄기 빛같은 노래로 위안 받으며
나는 또,
그대를 그리워합니다.

나의 불빛
내 사랑아

나는 아픔의 깃발이 자랑스럽답니다.
내 사랑이
가장 아름답게 빛납니다.

착하게
당신을 사랑합니다.

 


詩   구자형『나의 빛』
Music   한보람『이별의 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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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rim 2004-05-07 2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별의 그늘... 이 느낌도 참 좋군요.

김여흔 2004-05-07 2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좋지요, 좋아요. ^^
아차, 느림님 서재에 야참 먹으러 가야지 ..

프레이야 2004-05-07 2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별의 그늘, 오랜만에 들어보네요. 다른 목소리로...
그림과 글, 그리고 음악... 늘 님의 서재는 분위기가 좋습니다.^^

김여흔 2004-05-07 2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고고 .. 혜경님 오랜만에 뵙네요. ^^
희원이 운동회 다녀오셨다구요, 훌라후프도 받으시고, 축하드려요.
저도 한 훌라후프 한다는 ..

비로그인 2004-05-08 1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림이 전달해 주는 메시지가 묘하네요...음...
그리고, 윤상이 아닌 다른 목소리로 <이별의 그늘>을 들으니, 정말 다른 느낌이예요...
아, 그리고 여흔 님...훌라후프 잘 하신다구요? 동영상으로 올려서 보여주세요..^^*

Laika 2004-05-08 2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이 왜 Dream 일까 한참 바라봅니다. 더 슬픈 제목이어야할듯도 싶은데.....
오호...훌라후프 동영상... 알라딘에 파문이 일겠는데요.. ^^

김여흔 2004-05-10 1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묘해요. 왜 Dream 일까요?
동영상 파문은 기대도 마세욧. ^^
 


 

나의 마음은 먼지와 같아

견딜 수 있을 때까지 견뎠다가

가루가 되어 부서진 다음에야

그대에게 이를 수 있어

이 세상 끝까지 사소해지고

이 세상 끝까지 가벼워져서

그대 눈 속에 티끌처럼 내려 앉곤 해

단 한 방울의 눈물 속에 담긴 그 마음

눈물보다 작은 그 사랑

메마른 땅 속으로 흔적없이 사라지면

낱낱이 떨어지는 봄

시든 꽃

누구도 볼 수 없는

완벽한 두려움

 

 

詩    황경신
Photo   izzy『민들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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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흔 2004-05-10 19: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누군가에게 다가선다는 것, 누군가를 맞이한다는 것 모두 완벽한 두려움을 안고 있다는 ...
 


 

스님도 웃고 나도 웃고. 햇잎을 따서 말린 우전차라 그런지 목을 넘는 찻물이 쓰지 않다. 오늘 이발 하셨나봐요? 왜 눈이 부셔 차마 눈을 들 수가 없는가? 툭툭 뱉는 말 한마디 한 마디가 엉겨붙은 마음 골에 따스하게 와 닿는다. 이렇게 몇 일만 더 살면 나도 해동하겠다. 속절없이 울음만 가득 담은 마음으로도 웃을 수 있겠다. 저도 여기와 살까봐요. 이그, 그럼 안되지 나랑 눈맞아 신방이라도 차리게 되면 어쩌누. 사는 게 왜 이렇게 힘들까요. 이 茶라는 게 말이야 마음 수양하는데 또 한몫 거들거든 사람의 생각은 말과 행동으로 나타나지 행동이 반복되면 습관이 되고 습관이 반복되면 품성이 쌓이고 그렇게 품성이 쌓이면 또 德이 된다 이 말씀이거든 이 茶라는 게 그렇거든 내장을 다스리는데 아주 선수라구 변비치료에다 해독작용에다 피로회복에도 효과가 있대요

난 그렇더라구 따뜻하게 뎁혀진 찻잔을 쥐고 한 모금씩 들이킬 때마다 참선하는 마음이 들거든 자판기에서 커피 뽑아 마실 땐 후루룩 쩝쩝 하고 말면 그뿐이지만 이건 그렇지가 않거든 찻물이 옳게 끓을 때까지 기다려야 하고 숙우에서 적당히 물이 식을 때를 참아야 하고 다관에서 적당히 차가 우러날 때까지 조급함을 눌러야 하거든 적당한 온도라야 차의 제맛이 나지 너무 급하게 따르면 차가 싱겁고 너무 오래 두고 있으면 또 너무 써진단 말이야 차향도 마셔야 하지 찻잔에서 전해지는 온기도 느껴야 하지 혀끝에서 느껴지는 쌉쌀한 맛과 울대를 타고 넘어가면서 내는 물소리도 들어야 하거든 세상만사가 다 그 안에 있는 게야 그렇게 온 몸으로 온 마음으로 기다리고 느껴야 하는 게야 그리고 삼키는 거지 그 뒤는 생각할 필요가 없어요 다 저 알아서 정화를 해 주거든 자, 茶나 마시자구. 고두례를 올리고 대나무 발을 걷고 나서니 이미 비는 그쳐 있었다. 도량에 퍼지는 목탁 소리. 은은하다. 하늘 가득 날리는 찻잎.

마녀물고기님의 글 『茶』中

 

 

 

 

벌써부터 방 한 켠에 찻상을 마련해
온갖 다기며 물주전자, 커피메이커까지 갖추어 놓고도
다건, 숙우, 다관에는 쉽게 손이 가질 않았었다.
차를 마시는 법을 작년 풀씨네 식구에게 정식으로 배우긴 했어도
따라주는 잔에만 익숙했었던 거였다.

오늘 물끄러미 다기들을 보고 있노라니
왠지 요놈들이 처연해 보여
다건을 깔고 가부좌를 틀면서 물주전자의 전원 버튼을 눌렀다.

등을 꼿꼿이 펴고 명상이라도 하듯
조심스레 배운대로 적당히 물을 식히고 두 잔에 몇 번을 나누어 따르고.
하지만 영 어색하기만 했다.
숙우에 채워진 물의 양이 다관과 두 잔에 꼭 들어 맞는다.
신기하기도 하지, 도예가의 정성이 그대로 묻어나는 듯 하다.

낯설고 어색하고 내게 맞지않는 듯 하지만
차츰 내 것이 되겠지.
그러면서 애지중지 하게 될지도 모를 일이야.

 
 
 
 

Photo  PUDOG EE『한국적 미』
Write  김여흔
Music  Keren Ann『Not Going Anywhe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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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4-05-06 0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 잔의 찻 속에 인생이, 우주의 섭리가 깃들여 있단 소릴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 말의 뜻, 다시 한 번 진하게 느끼고 갑니다......

김여흔 2004-05-06 0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온 마음으로 기다리고 느끼며 마시는 차맛이 역시 좋네요.
냉열사님도 찻잔을 기울이고 계시는 거 다 보여요.

stella.K 2004-05-06 06: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에 여흔님의 맑은 녹차같은 글 읽을 수 있어 좋네요. 퍼갈께요^^

김여흔 2004-05-06 07: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텔라님, 이른 아침부터 오셨네요. ^^
녹차같은 글이라 ... 채 우러나지도 않은 글이거늘 ...
좋은 날 되세요, 님.

Laika 2004-05-06 15: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흔님 글을 읽으니, 제가 차를 마신듯 마음이 맑아지네요.. ^^

김여흔 2004-05-06 18: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 라이카님, 오늘도 업무에 지쳐 계실텐데 잠깐 차 한잔 하시면서 여유를 찾으시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