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끝날 때까지 아직 10억 년 열린책들 세계문학 52
A.스뜨루가쯔키 외 지음 / 열린책들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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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힘들과 저항력들이 방향을 잃고 유실될 때 그것은 일종의 영원한 시간의 지속과도 같은 희비극이 된다. 공포와 두려움은 내면화의 형식으로 하여 삶을 교란하고 실재를 외면하는 얼굴은 타자의 얼굴 속에서 짝패를 만나게 된다. 소콜로프는 어떻게 영화로 만들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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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부산에도 눈이 내린다.

 

아이는 아침부터 무언가 집중하여 놀다가

"잠깐만 눈 좀 보고" 라고 말할 만큼 시선을 빼앗긴다.

 

다시 놀이로 돌아온다.

 

눈을 맞은 우산과 머플러가 젖었다.

 

눈길 위에서 전화를 걸었다.

 

"아빠 육교 아래 있는데 보이니...검은 우산 쓰고...지금 멈춰서 등 돌린...어 그 사람"

"네...그게 아빠에요"

 

아이의 목소리가 전화기를 통해서 들리는 것이 아니라  작은 창문을 넘어

눈 사이를 헤집고 귓가를 직접 울리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크고 힘차며 무척 상기된 목소리다. 

 

아이는 멀리 인형보다 작은  형체가 아빠라는 사실이, 그리고 그가 잠시 멈춰 자기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는 사실이 매우 신기한 것 같았다.

 

눈길 위에서  손을 들어 커다랗게 하트를 그려주려고 했으나 우산과 가방때문에 여의치 않았다.

 

우산과 가방을 던져야 했다. 그렇게 했어야 하는데...

삶이란 늘 늦게 내리는 첫 눈같다. 

기다리다 포기할 때 쯤 짧게 내리고 그리고 이내 사라진다.

 

그래도 지금 창 밖으로는 흰 눈이 펄펄 내린다.

창문을 칠하는 느리고 유연한 하얀 붓질. 

 

 

2. 지난 주 몸이 좋지 않아. 맥주를 마시지 못하고 음악만 들었다.

 퀘퀘하고 눅진한 맥주냄새가 찌든 학교 앞 음악카페에서 아주 크게 듣고 싶었다.

 하지만 그냥 음악만 들었다.

곡과 아티스트 이야기는 하지 않을 셈이다. 찾아보면 다 나온다. 노래가 맘에 들면

찾아 보시길...

 

3. 루더 앨리슨

 

 

4. 데이브 반 롱크

 

5. 던컨 브라운

 

 

6. 테리 칼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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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의 고딕 스타일
캐서린 스푸너 지음, 곽재은 옮김 / 사문난적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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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딕의 기원부터 현대적 변용까지 폭넓게 이야기한다. 고딕의 특징을 포스트모던의 혼종성,시뮬라크르,수행성 등을 빌어와서 설명한다. <해리포터>,<퍼시잭슨>,<브래이킹 던> 등의 영화현상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다크컬쳐>의 재판인 샘인데 제목을 바꾸었다. 이건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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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 클랩튼 - 음악으로 굴곡진 삶을 관통한 뮤지션의 자서전 마음산책 뮤지션 시리즈 1
에릭 클랩튼 지음, 장호연 옮김, 윤병주 감수 / 마음산책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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락 음악의 최고 전성기는 분명 60-70년대였다는데 별 이견을 달고 싶지 않다. 시대적인 분위기도 한 몫했다. 최소한 에릭 클립튼의 60년대는 그랬고, 동 시대의 다른 이들도 음악 자체에 좀 더 집중했던 시절임에는 틀림없다. 요즘 음악하는 이들도 분명 그러할 것이지만, 글로벌한 시장을 대상으로 하는  음악 비지니스업계의 힘과 압력은 아티스트들에게 기회이자 또한 제약이 되기도 한다. 물론 음악 비지니스는 새로운 똘끼로 뭉친 아이들의 음악을 포장하여 늘 새로운 것을 쫓아다니는 시장에 내놓기도 한다. 의외로 그런 상품들은 히트를 치고 하나의 트렌드를 만들기도 한다. 대중문화 상품이 자본주의에서 유통되는 방식들은  논의하기 이미 너무 진부한 주제이다.   

 

60-70년대 음악은 흔한 말로 '소울'이 있다.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와서 억지 '꾸부리'하는 소울과는 다른 종류의 '소울'이다. 에릭 클립튼이라면 약을 안 빨아서 그렇다고 할 지도 모르겠다. 60년대 대표적인 장르의 락음악은 '사이키델릭락'이다. 지미 헨드릭스나 도어즈, 제퍼슨 에어플레인 등등 당대의 락음악에는 사이키델릭을 표방했거나 그렇지 않았다 하더라도 이 약기운이 스멀거린다. 사이키델릭이란거는 좋게 말해서 몽환적 어쩌구 하는거지 실제 그 음악들은 다 '약빨입빠이 락'인셈이다. 

 

"어머 어머, 우리가 들었던 그 음악이 다 약하고 만든 노래라니" 라고 하며 호들갑 떨 필요는 없다. 그러면 진짜 죽이고 싶어진다. 그럼 도대체 그들이 모두 수녀나 성직자이길 바랬단 말인가. 아니 최소한 아랫 층에 층간 소움 피해 주지 않는 선량한 이웃 정도는 되길 바랬겠지. 이해한다 형제,자매님.  그래서 위층 아저씨는 슬리퍼 갈아신고 위대한 음악가가 되는 대신 김대리 갈구고 계신지도 모르겠다.  

 

60-70년대 서구사회의 문화변동은 가히 혁명적이었다. 그 변혁을 한 마디로 압축한 단어가 68혁명이다. 68혁명은 단순히 당해에 일어난 전 세계적인 변화움직임만을 말하지는 않는다. 최소한 60년대 중반부터 70년대 초반까지 일어난 정치사회문화 전반에 걸친 세계사적 변화를 통칭하는 것이 옳다. 수 년 전에 촛불집회가 일어났을 때, 누군가 서구의 68혁명을 들먹였다. 뭔가 그럴싸한 이름으로 자신들의 행동의 의미를 과장하려는 개풀 뜯어 먹고 트림하는 소리다. 어떤 진보잡지의 기자였는데, 그 이름을 잊어 버렸다. 이런 자도 사실 앞에서 이야기한 " 락 음악은 약이나 빨고 성적으로 문란한 악마의 음악이다. 고 투 헬" 하는 형제자매와 다를바가 하나도 없다. 하여간  당시 음악에는 이 '약빨'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에릭 클립튼의 자서전을 보면 거의 백일하에 드러난다. 약이 음악을 한다. 그러다고 재수 없으면 요절한 천재가 되는 거고 아니면 폐인되어 잊혀진다. 그런면에서 에릭 클립튼은 진짜 운 좋은 사내이다. 살아 남아서 전설이 되었으니 말이다.

 

 

 

 

 

 

 

 

 

 

 

에릭 클립튼의 자서전에서는  약하고, 술 마시고, 연애질한 이야기가  팔할이다. 처음에는 이 무책임하고 철 안드는 남자의 일탈이 흥미롭기도 하다. 대개의 뮤지션들이 걷는 길이기도 하기 때문에 그냥 그런거지 하면서 보게된다. 그래서 그의 분탕질 와중에 조연들이 등장할 때가 가장 즐겁다.  조연들은 좀 빵빵하다. 에릭 클립튼과 함께 음악을 했던 동료들이다. 영국 블루스의 전설 존 메이올, 크림의 멤버들인 잭 브루스와 진저 베이커, 비틀즈의 조지 해리슨, 존 레논, 지미헨드릭스, 밥 딜런, 무디 워터스, 스티브 레이본 등등

 

모래 사장에서 500원 짜리 동전 발견하는 어린이의 심정으로 이 사람들에 대한 에릭 클립튼의 평가같은 것을 읽게 된다. 하지만 늘상 아쉽다. 마약과 술에 쩔어서 기억세포가 모두 죽어버렸는지도 모른다. 너무 오래전 일이어서 그럴 수도 있고, 딱히 더 자세한 기억이 없을 수도 있다. 대개는 무뚝뚝한 영국 남자처럼 짧게 묘사하고 만다. 사실 전설따라 삼천리 좋아하는 팬심에는는 에릭클립튼과 지미 헨드릭스가가 어떻게 잼을 했더라... 듀언 올맨의 슬라이드 기타랑 연주할 때 이랫는데 최근의 데릭 트럭스랑은 또 어떻더라...뭐 이런거 기대하는 건데 말이다. 위대한 연주자들에 대한 감상과 평가는 있지만 팬심을 달랠만큼 극적이거나 아기자기 하지 않다. 사실 구전되는 전설의 대부분은 당사자들은 덤덤한 반면 주변에서 보는 사람들이 더 흥이 나서 만드는 거긴하다. 전설의 16대 1대 다 그렇게 나오는 거다. 

 

 

 

 

 

 

 

 

 

 

 

 

굳이 자서전을 보지 않아도 에릭 클립튼의 음악을 이해하고, 듣는데는 아무런 지장이 없다.

클립튼 음악의 뿌리는 본인도 밝혔듯이 블루스다. 60년대는 미국 흑인들의 블루스를 락음악과 결합시키는 작업을 했다. 당시 블루스는 미국 내에서 점점 자리를 잃어가고 있었다. 영화<캐딜락 레코드>를 보면 이 과정에 꽤나 잘 묘사되어 있다. 무디 워터스와 체스 레코드의 레너드 체스가 영화의 중심인물이다. 60년대 척 베리의 자리를 엘비스 프레슬리나 비치 보이스가 위협하면서 체스 레코드도 흔들리게 된다. '락 앤 롤의 황제' 엘비스 프레슬리. 그가 처음 나왔을 때의 평가는 '백인인데 흑인처럼 노래하는 청년'이었다. 미국에서 밀려나는 반면, 물 건너 영국에서는 오히려 백인 청년들이 블루스를 새로운 음악으로 흠모하고 공부하기 시작한다. 이들 중에 바로 에릭 클립튼도 있었던 것이다. 영화<캐딜락 레코드>에서 보면 체스 레코드사 앞에 영국에서 온 일군의 못생긴 청년들이 차에서 내린다. 이 친구들이 무디 워터스를 보더니, 깜짝 놀라며 흥분하여 말을 붙인다. "어...혹시 무디 워터스 선생님.."   이 새파란 영국친구들이 롤링 스톤즈다. 지금 롤링 스톤즈는 백전노장의 신화다.

 

약과 술에 쩔어 절절 거리던 70년대 에릭 클립튼은 <461 오션 블리바드>로 재기에 성공한다. 이후 한동안 블루스 외에 다양한 장르의 음악들을 자기식으로 재해석한다. 80년대 에릭 클립튼 음악은 팝적이 요소가 확연히 강해진다. 필 콜린스의 영향이라는게 자서전에 드러난다.  대히트를 친 <언플러그드>음반 이후 그는 틈틈히 팝적인 음악들을 싱글로 발매하면서도 블루스로의 회귀를 염두해둔 행보를 보인다. 음악은 점 점 더 편안해진다. 2000년대 들어와서는 히트곡을 만드는 것보다는 블루스 음악에 조금 더 몰입한듯 하다. 비비킹과의 협업, 로버트 존슨 트리뷰트음반, 제이 제이 케일과의 공동작업, 크로스로즈 기타 페스티벌 등등이 지난 10년 동안 그의 주요 행보이다.

 

 

  에릭 클립튼의 블루스는 당연히 에릭 클립튼화한 블루스다. 사실 거장이라면 그래야만 마땅하다. 게리 무어가 요즘 잘 나가는 조 보나마스에게 한 말이 딱 그거다. "너의 음악을 해" 에릭 클립튼의의 음악이 다른 블루스 음악들보다 더 쉽게 다가오는 것은 그가 7-80년대 이후 다양한 장르의 뮤지션들과 어울렸던 대중적인 감각이 그의 블루스 음악 저변에 깔려있기 때문이다. 또한 자서전에서도 드러나듯이 나이 60넘어 비로소 자기 자신과 가족에 대해 책임감과 여유를 찾기 시작했기 때문일 지도 모른다. 최근  그의 음반들은 현란한 기타 연주도 공기반 소리반의 가창 테크닉도 없다.  요즘 에릭 클립튼은 과거 무디 워터스가 약물에 쩔어 있던 그에게 "블루스를 부탁하네,에릭"했다는 말에 대한 약속을 지키는려고 애쓰는 듯 보인다. 그가 개최하는 크로스로즈 기타 페스티벌은 알콜중독 치료소 기금을 위한 자선 공연의 의미도 있지만, 수 많은 선후배 블루스 음악인들을 위한 자리이도 하다. 마치 "여기 이사람들을 보라. 블루스의 끈끈한 전통 위에 서있는 이 시대의 블루스맨들이다." 라고 선언하는 것 같다. 공연을 보고 있으면 연주자들 사이의 자긍심과 즐기고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는다. 블루스 연주자들은 사이에는 정의할 수 없는 강한 연대감 같은 것이 있어 보인다.  블루스라는 장르의 역사가 가져다 준 '소울'같은 것일게다. 에릭 클립튼 역시 자서전에서 '그들과 함께 연주하면, 그들의 일원이라는 가족애같은 것이 생겨서 흐뭇하다.'고 적고 있다. 블루스는 이래 저래 정말 매력적인 음악이다.

  

마지막으로 여담 삼아 장비 이야기 좀 해보자. 에릭 클립튼의 과거 트레이드 마크는 검은 색깔의 메이플 지판을 가진 펜더스트라토 캐스터였다. 이름 하여 '블랙키'

 

 

 이 기타는 경매시장에서 당시 약 12억 정도에 팔렸다.  연주 생활 초기에 제돈 주고 제대로 샀다는 깁슨 ES335모델과 더불어 소장용 기타가 되어 버린 셈이다.  블랙키는 팬더사가 시그내처 모델로 만든 최초의 기타 모델 중 하나이다. 에릭 클립튼을 좋아하는 아마추어 기타리스트들은 이걸 사서 에릭 클립튼의 톤을 흉내낸다. 실력은 나중 문제다. 팬심이 그걸 부추기는 거다. 그러다보면 결국 늘어나는 건 가계부채. 연장 탓하는 목수는 대개 호구가 될 가능성이 높다. ㅎㅎ  크로스로즈 기타 페스티벌을 보면 회색빛의 팬더 스트라토 캐스터를 커스터마이징하여 사용하는 것 같다.

기타리스트 이야기하면서 그들의 애기에 관심이 가는 건 당연한 일이다. <삼국지> 하면 관우 떠오르고, 관우하면 청룡언월도, 장비하면 장팔사모, 여포하면 방천화극

조자룡 하면??? ㅎㅎㅎ 헌 창 .. 뭐 이런거 아닌가?   최근 블루스 기타 리스트 중에 가장 돋보이는-물론 개인적인거지만-데릭 트럭스는 희안하게도 깁슨 SG시리즈를 쓴다. 과문해서 그런지 몰라도 SG쓰는 블루스 기타리스트는 그가 처음이있다. 깁슨 SG는 락키드들에겐 AC/DC의 앵거스 영 트레이드 마트였다. 국내 연주자 중에는 당연히 '사랑과 평화'의 최이철이다. 

 

 에릭 클립튼도 장비 매니아였다고 한다. 다음에 에릭 클립톤 공연 오면 뭔 일이 있어도 꼭 가야겠다. 근데 너무 비싸.  

 

* 중간에 음반은 내가 에릭 클립튼 음반 중에서 특히 좋아하는 음반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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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포털 검색 1위는 역시 개인정보 유출이다. 어제 백화점에 잠시 들렀는데, 카드 담당창구는 정말 바글 바글 했다. 주로 50대 이상의 장년층 및 노년층들이었다. 창구 직원을 붙들고 하소연하는 분부터 직원들에게 화를 내는 분들도 있었다. 창구에서 상담이나 해주던 직원이 왠 봉변인가?  정말 자기랑은 아무 관련도 없는데 연신 굽신 굽신...하도 안돼 보여서 지나가면서 "고생하시네요."라고 위로의 말을 건냈다.

 

주민등록제에 대해 다들 얼마나 관심이 있으신지 모르겠다. 90년대 후반이었던가 주민등록 교체할 때 하도 개겨서 주민등록에 대해 읽고 들은게 있었다. 이번 일로 그게 생각이 났다. 주민등록제도는 박정희 정권 때 본격적으로 시행된 제도이다. 전국민에게 고유식별번호를 부여하여 국가가 개인의 신상을 일목요연하게 수집,관리하는 제도이다. 간첩 및 불순 세력 색출, 범죄로부터 국민의 안전이 주요 관심사였다.

 

뭔가 좀 수상쩍다 싶으면  "어이 거기 민증 좀 봅시다." 이건데.  당시 군부 출신의 국정 책임자들은 바빠서 영화를 못보셨던 것이다. 스파이 임무의 첫 번째는 "자, 여기 자네 여권과 신분증일세." 이거 아닌가?  결국 간첩 잡는 건 핑계였다. 간첩 중에 주민등록증 미소지로 걸린 사람 있던가?

결국 사회안전이라는 이름의 사회통제가 목적이었다.

 

하여간 90년대 말, 나는 개인의 자유와 권리 그리고 권력의 통제라는 주제에 대단히 깊은 관심이 있었다. 일상적 파시즘론을 비롯하여, 미셀 푸코를 본격적으로 읽기 시작한 것도 그 즈음이다.

 

내 기억에 의하면, 한국의 주민등록제도는 세계 최강이다.  대개의 자유민주주의 국가들 역시 국민들의 정보를 어떤 식으로든 국가가 관리한다. 근대 주권국가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배제/포함을 정치 철학적 근간으로 삼기 때문이다. 대개는 나라마다 다르게 적용되는데 몇 가지 공통적인 방식들이 있다. '개인번호 식별제','거주지 등록제', 그리고 '신체정보 등록제'다. 이중 최강은 맨 마지막에 있는 '신체정보 등록제'이다. 쉽게 말하자면, '지문 날인'이다. 이건 서구권 국가에서는 범죄자들에게만 채취한다. 그러니까 좀 확대해석해서 보면, 전 국민을 예비 범죄자 취급하는 셈이다. 뭐 그렇게 까지 볼 필요가 있겠냐만, 그래도 그런 거긴 하다.

 

 각 나라는 각기 국내 실정에 맞춰 이를 선별적으로 적용한다. 미국은 의료 보험번호나 자동차 등록증 번호로 이를 대체하고 개인 고유번호를 부여하지 않는다. 프랑스는 고유번호가 있지만 거주지를 따로 등록하지 않는다. 동사무소 가서 전입신고 안해도 된다. 대개 국가 권력과 국민의 자유 사이에 침해소지가 국가 초기부터 쟁점시 되었던 나라들이다. 독일이나 북유럽 국가 등 복지제도가 잘 발달되어 있는 나라들은 국가에 의한 주민관리제도가 미국이나 프랑스등에 비해 발달되어 있다. 하지만 다른 관계법령으로 사회복지 이외의 사용을 대단히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는 국가권력과 개인의 자유 사이의 쟁점...뭐 이런거 없다. 그러니까 자유민주주의 국가에 살면서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습니다."에 눈물, 콧물, 감동 비빔밥 3종 세트를 9900원에 모셔도, 절대 저런 건 관심이 없다. 흥미롭지 않은가?

이건 대단히 중요한 문제인데도, 이런거 문제 제기하면 영화<남쪽으로 튀어>의 김윤식 대하듯, 튀는 사람 또는 빨갱이 또는 무정부주의자 ,반정부세력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국가권력과 개인의 자유'는 빨갱이들의 반정부세력의 관심주제가 아니라 자유민주주의 국가라는 미국이나 프랑스 같은 나라 사람들이 키워 낸 문제다. 그러니까 빨갱이의 문제가 아니라 파랭이의 문제라는 거다. 똥과 된장을 구분 못하는 이들이니

 

가장 심각한 문제는 결국 '국가'에 과잉 몰입되어 있는 것이다. 물론 개인이 일부러 '국가'몰입한 거 아니다. 권력은 여러가지 다양한 전술을 통해 개인의 자유 및 신체를 장악한다. 그리고 오랜 권력의 개입 효과를 지우는 방식, 즉 개인이 가장 '자연스러운 상태'로 권력의 개입을 받아들이게하는 방식으로 마감된다. '권력의 내면화'라는 것이다.  푸코의 권력론에서 이 권력은 단순히 정치권력만이 아니다. 착각해서 '난 정치권력 이런거로 부터 자유로운데'하면 안된다. 먼저 정치권력으로 부터 자유로울 수도 없으며, 둘째, 푸코의 권력은 길게 이야기 할 순 없지만 협소한 권력개념을 넘어서는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푸코의 권력/자유에 대한 관심은 '규범권력-생체권력-통치성' 이라는 방법으로 완성된다. 푸코가 70년대 중반 신자유주의적 주체성의 출현을 예기하며 언급했던 '호모 이코노미쿠스'가 현재 우리가 도달해 있는 곳이다.

 

국가 권력이 잘 만들어 준 개인정보등록법은 자연스럽게 기업체의 고객정보가 된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또는 아마존 같은데 등록해본 사람은 안다. 한국보다 훨씬 가입 절차가 간단하다. 이미 국가가 포맷을 만들어 놓고 잘 쓰고 있는 정보들이니 기업체도 그 익숙함에 기대어 그걸 요구한다. 울며 겨자 먹기로 신상은 다 넘겨 준다. 최고의 시장 조사 자료가 아닌가. 생년월일 나와 있지, 사는 곳 나와 있지, 핸드폰 번호 있지... 결국 국민은 국가권력의 감시 대상이며 또한 기업체의 밥이 되는 거다. 국가와 기업은 원래 친했고  소비자/국민을 호구로 삼아 앞으로도 잡은 손을 쉽사리 놓치 않을것이다.

 

주민등록제도는 쉽사리 안 바뀐다. 개인의 프라이버시권을 강화 하는 쪽으로 수정되기 보다는 오히려 효율성의 이름으로 점점 강화될 것이다. 생체칩 이런 이야기도 나오는 마당이니 말이다.  정치적 감수성이 개입된 디테일이 살아야 이런 문제에 대해 따지고 자시고 해야 하는 거다. 그런데 당징 그런게 어디있겠나. 시켜서 하고 마지 못해서 하고 불편하니까 한다.

 

일단 현 단계에서는 개인정보 유출의 분노를 밀어부쳐서 기업체의 정보 수집 약관 고치고, 주민번호나 기타 가입 항목도 좀 줄이고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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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은빛 2014-01-22 16: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람을 단 하나의 번호로 치환해버리는 어이없는 시스템이 싫지만,
벗어나서 살 수는 없죠.(벗어나려면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하겠죠.)
말씀하신 것처럼 고유번호를 정했으면,
그 번호를 꽁꽁 숨겨놓고 왠만하면 사용하지 않도록 해야 정상일텐데,
여기나 저기나 무조건 주민번호부터 요구하는 게 현실이니 참 이상합니다.

내 주민번호로 누군가가 어디서 무슨 짓을 하고 있을지 모른다 생각하니 끔찍해요!

드팀전 2014-01-23 09:01   좋아요 0 | URL
오랜만이네요. 잘 지내시죠? 예전에 이런 이야기 아는 사람에게 했더니... "뭐 좀 알면 어때? 남들도 다 그러는데"라며 별 신경 안쓰더군요.

yamoo 2014-01-23 1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그래서 대한민국에 사는 것이 싫습니다. 그런데, 어쩌겠어요...현재의 제 상태로는 죽음 이외에는 피할 방도가 없는데...정권이 바뀌어도 이런 시스템은 아무렇지도 않게 유지되겠지요.
거주지 주소도 그렇고...주소체계를 단번에 바꾸는 나라는 아마도 대한민국밖에 없지 않나...생각이 듭니다. 미국식을 따르면 편할거 같다는 단순한 발상이 불편을 초래하고 있으니...정말 열불납니다..

정말 좋은 글에 추천을 얹고 가지 않을 수 없네요~

드팀전 2014-01-23 13:38   좋아요 0 | URL
잘 지내시지요...예전에 한 번 뵌 것이 벌써 몇 년 전일인 듯 해요
그런게 싫고 짜증나고 답답합니다만 ㅎㅎ 그게 우리의 토대이고 조건이니 그 조건들이 나를 잡아먹어 피폐해지진 않도록 해야겠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1-31 05: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 덧글이 안 보인다 해서 생각해 보니 덧글을 남긴 게 아니라 추천만 누르고 나왔었더군요. ㅎㅎㅎ. 이젠 정말 애국이라는 껍데기에서 좀 벗어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이건 무소불휘의 권력을 행사하니.. 참내....

드팀전 2014-02-02 02:05   좋아요 0 | URL
전 '애국'하는 게 꼭 나쁘다고 생각치는 않아요. 단 자기 방식의 독단적 애국, 남들 끌어들이는 몰개성적 애국, 타자를 비애국자 만드는 배타적 애국, 친권력,친기득권을 애국과 혼동하는 망상적 애국, 건전한 비판을 틀어막는 몰지각한 애국등은 사실 애국이 아니라 '매국'인데 그걸 '애국'이라 생각하니 할 말이 없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