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고소진 이벤트에 참가할 책들은 아닙니다. 저로서는 오래 보관할 책이니 탐내지 마세요.^^
올해 저는 판소리 듣고 읽었습니다. 그 동안 몇 몇 눈대목들을 교양 과목 강의처럼 건성으로 듣다가 좀 더 애정을 가지고 듣게 되었습니다. 이제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언젠가 이야기 했던 판소리에 대한 페이퍼를 하나 올리려고 합니다. 제가 저랑 한 약속을 지키는 의미도 있고, 또 판소리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이 있다면 조금 도움이 되고자 하는 마음에서 입니다. 실제로 아직 판소리의 깊은 속내를 읽었다고 하기엔 이른 감이 있습니다. 숭늉 한 사발의 첫 구수한 맛 정도만 느꼇지 그 안에 담긴 어머니의 지극한 맛까지 도달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첫 돌 하나를 놓은 것은 또 다른 가능성의 길도 열어놓는 것이라 생각하고 느긋한 마음을 가집니다. 저로서는 책과 관련된 올해 마지막 페이퍼가 될 듯 합니다.
먼저 사진 한장 올립니다.
제가 올해 본 판소리 관련 책들입니다. 이것 말고도 두 권이 더 있는데 그 책은 읽지 않았고 또 그다지 추천하고 싶은 마음도 들지 않습니다. 이건 나중에 이야기하겠습니다. 참고로 제가 알라딘 상품으로 넣지 않고 이렇게 사진으로 올린 것은 '불매' 하고는 상관이 없습니다. 이 책 중에는 서재 이미지가 없는 헌책들이 상당부분 있습니다. 그래서 하나 하나 찾기가 귀찮다는 실용적 이유때문에 사진을 찍었습니다.
전 올해 알라딘과 헌책방(인터넷 헌책방포함), 오프라인 서점을 거의 3분의 1씩 이용했습니다. 특히 판소리 관련된 책은 거의 온오프라인 헌책방을 이용했습니다. 14권의 책 중 왼쪽 두권만 새 책입니다. 판소리 책을 사면서 보수동 헌책방 골목에 가서 덜 뻘쭘하게 되었습니다. 헌책방에 가면 주인 아저씨들이 꼭 이렇게 묻습니다. "손님, 무슨 찾으시는 책 있으세요?' 사실 저는 특별한 책을 몇 권 적어가기도 하지만 대개는 둘러보다가 눈에 드는 것을 찾는 편입니다. 그리고 대개 어떤 책의 제목을 이야기해도 헌책방 주인은 그게 있는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오프라인 헌책방은 데이터 정리가 정말 아날로그적이기 때문이지요. 대개는 주인의 기억력에 의존하는 듯 합니다. 그런데 판소리 책을 사기로 하고 나서는 항상 돌아오는 질문에 '네..혹시 판소리 관련된 책 좀 있나요'라고 답합니다. 그럼 좀 헌책방 주인과 이야기를 더 나눌 수있게 됩니다. "옛날에는 판소리 책이 좀 있었는데...<창악대강> 표지 없는 걸 얼마전에 팔았는데..얼마였더라...하여간 싸게" 뭐 이런식으로 말입니다.
<판소리 이야기>는 군산대 최동현 교수의 책입니다. 최교수는 학술적 논문과 대중적 에세이를 넘나들면서 판소리를 전하고 계시는 이 쪽에서는 꽤나 유명한 분입니다. <판소리이야기>는 제목처럼 판소리에 관심을 갖는 평범한 독자들을 위해 판소리의 전체적인 모습을 쉽게 쉽게 써내려간 글입니다. 판소리에 대한 개괄에 이어서 판소리와 관련된 뒷이야기, 야사,전설같은 이야기들을 배치하여 호기심을 풀어줍니다. 예를 들자면 '득음을 하기 위해 명창들은 정말 똥물을 먹었는가?' 이런 것들 말입니다. 마지막 장에는 최교수가 만났던 명창들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김소희,강도근 명창같은분들도 있지만 지역의 숨은 고수들의 이야기도 있습니다. 더불어 이 책은 판소리 눈대목 CD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일주,정권진,강도근 명창의 장기들을 들을 수 있습니다.
<판소리의 세계>는 판소리 학회의 학술논문을 모아놓은 책입니다. 우측 두번째에 있는 <판소리의 바탕과 아름다움>이 80년대 나온 학술논문들의 모음이라면 <판소리의 세계>는 좀 더 최근 것입니다. 다양한 필자들이 참여했기 때문에 글의 스타일, 주제의식 등이 다릅니다. 하지만 편집과정에서 판소리의 전반적 이해를 필두로 판소리계에서 다루어지는 주제들을 구분해 놓았기 때문에 길을 잃지는 않을 것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정병헌선생의 <판소리의 미학적 성격>과 3부에 해당하는 김현주 선생의 <판소리의 장르교섭양상>, 박일용 선생의 <판소리의 작시원리>, 김병국 선생의 <판소리 사설의 문체>등을 유익하게 읽었습니다.
<조선 최고의 예술 판소리>는 '나의 고전 읽기' 시리즈로 나온 책입니다. 부산대학교 정출헌 선생이 글을 썼습니다. 이 책은 판소리 연구로 보자면 '작품론'에 해당합니다.<판소리의 세계> 4부 역시 그런 작품론으로 이루어져있습니다. 판소리 5마당을 하나씩 분석하여 판소리가 당대 민중과 갖는 관계를 다루고 있습니다. 특히 판소리가 가지 '민중정치적 요소' 등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이 책을 읽다보면-굳이 이 책만이 아니어도 - 내가 도대체 '흥부전' '춘향전'에 대해 알고 있던가 하는 의심이 듭니다. '수궁가'가 얼마나 복잡한 정치 텍스트인지도 알수 있게 됩니다. 특히 이 책은 판소리 사설에 한정 짓지 않고 현존하는 판소리계 소설과 이본들을 비교하여 그 판소리의 의미를 되새기고 있다는 점에서 판소리텍스트의 외연을 넓게 보는 안목을 키워주빈다.
(더 줄여서 써야겠군요..남은 책이...)
<한국의 소리 세상을 깨우다>,<천하명창 임방울>은 제가 리뷰로 정리한 것이기에 더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앞의 것은 판소리를 찾아떠나는 여행문이고 뒤의 것은 최고의 가객으로 손꼽히는 임방울 명창에 대한 평전형식의 에세이입니다.
<판소리 더늠의 시학>은 시인으로도 유명하 정양 선생의 판소리 작품론입니다. 정양 선생은 이 책에서 '판소리의 사설을 닮아가기와 끌어내리기'라는 방식을 통해 강한 민중전통을 읽어냅니다. 놀부와 도깨비의 심술을 비교하고, 가난타령을 통해 천민자본주의를 비판합니다.적벽가의 새타령과 군사설움을 통해 잘못된 군주에 대한 민중들의 통렬한 비판을 긍정합니다. 적벽가의 가장 뛰어난 점이기도 합니다. 판소리계의 논쟁 거리중 하나인 신재효에 대한 평가에 대해 정양선생은 매우 부정적입니다. 그가 판소리의 민중적 건강성을 양반문화와의 타협 속에서 잃어버리게 했다는 것이빈다. 다른 책들에도 신재효이 명과 암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판소리 기원설등과 함께 주요 논쟁중에 하나입니다. 판소리의 해학과 민중적 의미에 관심이 있다면 읽어보면 좋을 책입니다.
<판소리의 이해>는 과거 국문학 전공자들이라면 이 책을 가지고 공부했을 가능성이 높은 책 중에 하나입니다. 한때 가장 유명했던 판소리 개론서 이기때문이지요. 조동일, 김흥규,박헌봉,이보형,정병욱 선생등이 글을 쓰셨고 '창비'에서 모았습니다. 판소리의 개념, 판소리의 작품론, 음악론, 판소리사 등이 순서대로 정리되어 있습니다. 헌책방에 가면 가장 쉽게 구할 수 있는 책이기도 합니다. 앞의 책을 읽었다면 중복되는 내용들을 많이 만나게 됩니다.
정병욱 교수의 <한국의 판소리>입니다. 이 책 역시 개론서로서 일반적인 형태를 갖고 있습니다. 2부 끝에 나오는 '판소리와 더불어'의 글들은 정선생이 각종 발표회나 감상회 등에서 해설하면서 남긴 글입니다. 김소희 명창의 <춘향가><심청가>의 디스크 해설도 여기 실려있습니다. CD를 사면 거기도 그래도 있지요. 3부에 명창론이 있습니다. 그런데 주로 <조선창극사>,<판소리 소사>에 실린 내용들을 요약 발췌하는 형식입니다. 이 책이 81년 나왔을 때는 <조선창극사>를 구하기 어려워서 이렇게 대중들을 위해 재인용한 듯 보입니다. 지금은 <조선창극사>(정노식저. 동문선)을 쉽게 구할 수 있습니다. <조선창극사>는 구한말까지 역대명창들의 이갸기를 정리한 책입니다. 명창들에 대한 기록으로 여러 책에서 자주 인용되는 책입니다. 책은 작은 글씨에 500페이지 분량이지만 이 중 절반은 판소리 다섯마당의 채록 사설입니다. 이걸 문자로 따라 읽을 필요는 없어보입니다.
<명창의 증언과 자료를 통해 본 판소리의 모습> 이 책은 국악음악박물관장을 하는 노재명씨의 책입니다. 이 분은 국문학자나 음악학자가 아니라 순전히 판소리 음반을 사랑한 아마추어로 시작해서 전문가가 된 그런 분입니다. 고음반연구회 회원인데 이중 또 많이 알려진 분이 정창관선생입니다. 이 분 역시 음악 애호가에서 국내 최대의 국악음반 아카이브를 가진 홈페이지를 운영하시는 분입니다. 이 책은 비매품으로 서점에서는 구할 수 없습니다. 주로 명창론을 다루고 있습니다만 특징은 명창들 또는 후예들의 인터뷰등을 통해서 이야기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여기저기 산재해 있는 증언이나 평가들을 매우 잘 정리했습니다. 판소리에 대해 재미를 느낀다면 아무곳을 펼쳐놓고도 즐겁게 읽을 수 있는 내용들입니다.
박황선생의 <판소리 이백년사>는 판소리 말 그대로 판소리의 역사입니다. 학술적인 내용보다도 판소리의 발생과정부터 시대를 거치며 들고 나는 명창들과 인물들, 새로운 창제들, 그리고 시대적 변화에 따라 판소리가 변화해 오는 과정을 연대기순으로 따라가고 있습니다. 창극단의 이야기에서 그 역사는 일단락됩니다. 87년에 초판이 나온 책입니다.
<판소리연구>는 이국자 선생의 책입니다. 이 책은 그다지 애써 찾아가며 추천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최소한 판소리에 대한 전체적 그림이 있은 후에 보완삼아서 읽으면 좋을 듯 합니다. 이 책에서는 2부에 해당하는 <보성소리 심청가><송판적벽가><박동진의 변강쇠가>등 작품론이 읽을만합니다. 책의 3분의 2가량은 사설을 채록해 놓은 것입니다. 뿌리깊은 나무에서 나온 브리태리커판 판소리 다섯마당의 채록 내용과 중복되는 것도 있습니다. 가장 큰 매력이라면 박동진 선생의 변강쇠가, 숙영낭자전,배비장전,장끼전 등 사라진 판소리로 잘 연주되지 않는 사설이 실려있는 점입니다.
김종철 선생의 <판소리사 연구>는 저 역시 제대로 읽지 못했습니다. 다른 책들도 그렇지만 이 책은 가장 전형적인 논문형식의 글입니다. 주로 판소리의 19세기와 20세기 변모 양상을 중심으로 여러 층위에서의 변화를 다루고 있습니다. 중간에 중간에 자주 인용되는 구한말 한자로된 신문이나 언문일치 이전의 표기법들은 이에 익숙하지 않은 저같은 독자들에게 상당히 큰 불편함을 줍니다.
진옥섭 선생의 <노름마치>는 가장 많이 알려진 책입니다. 이 책은 잊혀진 예인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주로 춤 추는 분들이 많지만 판소리 명인들의 이야기가 한 장을 차지합니다. 이책에 아오는 공옥진 여사가 계약서에 남겼다는 싸인은 TV 프로그램에서 통해서 확인하기도 했습니다.정광수, 한승호,한애순 명창등의 이야기가 이 책에 실려있습니다. 한승호 명창의 예쁜 미소가 눈에 선합니다.
제가 헌책방을 통해 구해 놓고 별로 권하지 않는 책은 유신 선생의 <판소리예술론>, 곽준 선생의 <판소리와 장단>입니다. 앞의 책은 오래전 책이기도 하지만 판소리만 이야기하는 것도 아니고 국악 전체를 다루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어떤 일관적인 흐름으로 쫓아가는 게 아니라 이것 조금 저것 조금 그러다가 흐름을 읽게 만듭니다. <판소리와 장단>은 정말 북장단을 배우는 분들을 위한 책입니다. 책의 주된 내용은 북을 치는 방법이기때문에 판소리를 더 깊이 들어가기 위해 북장단을 전문적으로 공부할 생각이 아니라면 권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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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략 이렇습니다. 판소리도 모르겠고, 국악도 모르겠고, 무얼 들어야 할지도 모르겠다 하시는 분들을 위한 .... 일단 <국악길라잡이>라는 책도 괜찮습니다. 제가 대학 4학년때 입사를 위한 상식공부를 하면서 읽었던 책인데 말그래도 개념어 수준의 정리가 잘되어 있습니다. 진회숙선생의 <나비야 청산가자> 역시 국악과 친숙해 질 수 있는 음악에세이집입니다. 송혜진 선생의 <국악,이렇게 들어보세요>는 일단 국악 음반 살 때 참고할 수 있는 책입니다. 유명한 국악 곡들과 함께 추천하는 음반들이 친절하게 수록되어 있습니다. 과거에 제가 국악음반 살 때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그 외에 추천 사이트는
'고창판소리박물관' www.pansorimuseum.com/
'판소리학회' www.pansori.or.kr/
'정창관의 국악음반세계' www.kukakcd.pe.kr/ ('정창관의 국악이 보인다' 도 참고)
'국립국악원'www.gugak.go.kr/ (국악 FM 도 참고)
이것이 올해 제가 남길 마지막 책관련 페이퍼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