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발론 연대기 1 - 마법사 멀린
장 마르칼 지음, 김정란 옮김 / 북스피어 / 2005년 12월
평점 :
품절


처음 이책에 끌린 건 어릴 때 봤던 "원탁의 기사" 만화영화 때문이었다. "희망이여 빛이여...."로 시작되는 주제가만큼이나 내또래 친구들에게는 잊혀지는 않는 만화였다. 뒤에 아더왕의 이야기를 다룬 많은 영화들을 접했지만 어릴적 봤던 만화영화만큼의 강한 인상을 주진 못했다.

학교다닐 때 "롤랑의 노래"와 함께 세계사 수업시간에서도 잠깐 언급된 아더왕의 전설을 제대로 다룬 책을 읽는다는 생각에 어릴 적 만화영화의 시작을 기다리던 심정으로 책장을 한장씩 넘겨갔다.

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되며 드는 생각은 단순한 기사들의 무용담을 노래한 수준은 아니었다. 8권의 연대기 중 비록 단 한권만 읽은 상태지만 헤브라이즘과 헬레니즘이라는 유럽의 큰 두 문명의 틈바구니에서 자신들의 역사와 문화를 전승하려는 켈트족의 의지가 돋보이는 내용이었다. '할로윈'이라는 어느틈에 세계적인 명절인 된 날을 만든 그 켈트족이 기독교적인 문화와 세계관 속에 숨겨 둔 그들 자신의 역사와 신화가 책에서 소개하는 다양한 에피소드들 속에 녹아들어 있었다.

6세기 전후 실존 인물들인 아더왕과 멀린 등의 인물들을 통해 기독교의 신처럼 전지전능하지 않지만, 그리스 로마의 신들처럼 세련된 모습을 갖추고 있진 않더라도 브리튼의 왕과 제후들의 모습에 자신들이 숭배해 온 신들의 모습을 투영시켜 커다란 무용담의 주인공들을 만들어 내고 기독교 전례들에 자신들의 신화와 전설을 합하여 '성배의 전설'과 같은 아직까지도 많은 판타지 모험 소설들의 주요한 소재를 제공한 켈트족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유럽의 고대나 중세사 관련 책들을 읽을 때마다 느끼는 점이지만 우리가 지나치게 앵글로-색슨계의 기독교 중심의 문화만으로 서구문명을 파악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상대의 문화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통해 우리의 문화도 그들에게 도식화 평면화된 모습이 아니라 풍성하고 입체적인 모습으로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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