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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사용후기 - J. 스콧 버거슨의
스콧 버거슨 지음, 안종설 옮김 / 갤리온 / 2007년 4월
평점 :
품절
그에 관한 소문은 예전부터 많이 들었었다. 각종 신문 지면을 통해 그가 예전부터 버그라는 1인잡지를 만들어 판매한다는 얘기부터 단행본 책자들을 통해 우리의 문화를 비평한다는 내용의 기사들을 접했지만 직접 그의 글을 읽어볼 기회가 없던 차에 조금은 기분 나쁜 제목 탓에 이책을 손에 들었다.
그를 배반하고 우롱했다는 그의 여자친구에 대한 개인적인 복수였는지 그여자 친구처럼 처음의 모습과는 다르게 점점 신선함은 떨어지고 천박한 자본주의의 나쁜 모습을 끊임없이 보여주는 대한민국을 풍자한 그의 글들을 보며 애증이 교차한단 말을 이런데 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0편의 한국에 대한 후기와 1편의 자신을 소개하는 셀프 인터뷰를 통해 부끄럽다는 생각이 우선 들었다. 이미 대략 알고 있는 내용이지만 어찌 보면 정체성이 존재하지 않는 것이 지금 이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이 아닌가 하는 느낌이었다.
우리의 근현대사의 영향으로 강대국들의 틈바구니에 끼여 발생했는지는 모를 피해의식으로 인해 과도하게 표출되는 민족주의와 함께 미국을 위시한 소위 선진국의 유행이라면 물불 가리지 않고 닮고 싶어하는 모습, 우리가 당하는 약소국의 설움은 크게 포장하면서 해외에 우리보다 조금은 못 산다는 나라에 가선 여지껏 우리가 욕했던 외국인들의 추태보다 더한 일도 사슴지 않는 모습에 대해 우리의 목소리도 아닌 외국인의 글을 빌려 비판받게 되니 정말 남사스럽다. 우리의 모습이 욕하면서 배워가는 건 아닌지....
버거슨의 전작은 읽어보지 못해 어떠했는지 모르지만 강도높고 신랄한 그의 비판과 비평이 대한민국을 전방위적으로 분석하고 비판했지만 왠지 모르게 허전하고 뭔가가 빠진 느낌이다. 예전엔 그가 대한민국을 그를 떠난 여자친구만큼이나 온마음 다바쳐 사랑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은 애정도 무엇도 남아있지 않아 그런 건 아닐까 하고 느끼는 건 나 혼자만의 생각일까?
"사용후기"라는 제목에서 표현되듯이 소비자의 입장, 사용자의 입장에서 쓰다 마음에 안들면 욕하고 언제든지 다른 걸 가져다 쓸 수 있다는 그의 입장과 위치가 드러난 것 같다. 그가 사용하고 후기를 남기는 비평의 대상 중 하나인 내경우에 이런 상황에선 어떻게 해야할까? 버거슨처럼 신랄하게 비판하고 치부를 드러내며 찌질이 노릇하는 놈들을 망신시키고 하면서도 마지막엔 내가 발딛고 사는 이땅에 대한 사용후기가 아니라 어떻게 좋은 품질의 제품으로 만들고 좋은 기능을 추가할까 하는 생산자나 기술자의 입장이 아닐까?
단순히 아웃사이더로서 바깥에서 비평은 쉽다. 하지만 그 진흙탕 속에서 그 물을 정화해 나가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그가 지금 예전의 애정이 남아 있지 않을진 모르겠지만 한때나마 대한민국을 사랑하고 이렇게 관심을 가져준 건 고마운 일이다. 그리고 그가 비판한 쓰레기같은 현상들을 치워버리고 앞으로 더 나은 대한민국을 만드는 건 우리의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