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읽는 일리아스
호메로스 외 지음, 마이클 J. 앤더슨 엮음, 김성은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6년 3월
평점 :
절판


고전 중의 고전인 책이다. 누구나 한번쯤은 들어보고 읽어 본 얘기일 것이다. 내경우엔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 를 묶어 편집한 동화를 어릴 적 보고 트로이 전쟁에 관련된 몇편의 영화를 봤지만 정작 제대로 된 걸 책으로 읽어보지 못했었다. <일리아스>를 읽고 있으니 동양의 대표적인 고전 <삼국지>가 떠올랐다. 이야기의 분량, 등장인물, 전쟁의 수준 등을 비교하면 삼국지가 훨씬 뛰어나게 보이지만 <일리아스>도 나름 유럽의 역사와 문화에 깊은 영향을 주었으니 그 영향력에 있어서는 쉽게 비교하기가 힘들었다.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면 은연 중 삼국지가 유비를 중심으로 한 촉을 우리편으로 생각한다면 일리아스의 전쟁에서도 그리스를 우리편이라고 했었다. 그런데 이책을 읽어나가며 꼭 내가 그리스인들의 편만 드는게 아니라 객관적인 시각으로 그리스와 트로이아를 바라보게 되었다. 어린 시절 축약된 트로이 이야기들을 보며 안타까워 하고 정의롭게 보이던 아킬레우스, 아가멤논, 오디세우스 등 그리스 영웅들의 모습과 안타까운 사연들만 내기억에 남아 있었는데 이번엔 오히려 어찌보면 패자로 남은 헥토르에게 내 관심이 쏠렸고 트로이아 쪽으로도 애정을 가진 시선을 보내게 되었다.-내가 제우스가 아니니 전쟁에 어떠한 영향도 미칠 순 없었지만...- 그가 죽어가며 지키고자 했던 조국 트로이아와 가족들에 대한 책임감과 헌신 그리고 운명에 맞서 싸우는 용기는 어린 시절 잘못한 나쁜편 트로이의 얄미운 장군의 모습은 더이상 아니었다.

24권 1만5천여字의 방대한 서사시가 2000년이 넘는 세월 전해져 내려오면 인류에게 알리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 독일의 슐리만이 터키에서 트로이의 옛유적을 발견했다곤 하지만 사실 이러한 전쟁이 정말 일어났던 일인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그리고 구술로만 전해져 내려오던 이이야기가 정말 호메로스의 이야기인지도 알기 어렵다. 하지만 지금까지 전해져 오며 유럽을 중심으로한 서구문명에 커다란 영향을 끼친 점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점이다.

파리스라는 철없는 왕자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헬레나의 이야기를 중국의 역사에 옮겨놓으면 경국지색(傾國之色)이란 말로 요약이 되겠지만 10년간의 전쟁에서 싸우며 목숨을 잃은 영웅들과 올림푸스의 신들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누가 인간이고 신인지조차 구분하기 어렵다. 신들이 정해준 운명엔 힘없이 쓰러지는 영웅들이지만 그들이 살아서 싸우는 동안은 신들조차 두려움에 떨게 만드는 용맹함을 보여주었으니. <일리아스>가 주는 매력과 미덕은 방대한 내용의 전쟁 속에 벌러진 영웅들의 무용담이 아니라 그속에서 신들과 인간들이 보여주는 다양한 모습 속에서 우리들이 살아가는 삶의 모습을 찾을 수 있어서가 아닌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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