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자와 죽은 자 1
제라르 모르디야 지음, 정혜용 옮김 / 현대문학 / 2006년 10월
평점 :
절판


20년쯤전 <38공장 노동자>-제목이 정확한지는 장담하기 어렵다.-라는 책을 읽었던 게 기억난다. 3조3교대 8시간의 노동 속에서 기계의 부품화가 되어가며 인간적인 삶을 잃어가는 프랑스 노동자의 삶을 그려낸 작품이었다.

그리고 지금 구조조정과 직장폐쇄라는 경영자들의 행위에 맞서 싸우는 프랑스 노동자들의 모습을 본다. IMF 사태 이후 우리나라도 구조조정이다 노동시장의 유연성이다 해서 '오륙도', ;사오정', '삼팔선'이란 신조어가 만들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이야기로 다가온다.

홍수로 인한 침수의 위기 속에 목숨을 걸고 공장을 지기며 자신들의 삶의 터전을 지켜온 '코스'의 노동자들에게 경영진은-자본은- 효율화라는 이름으로, 구조조정이란 이름으로 그들의 목숨과도 같은 일자리들을 뺐어간다. 끊임없이 더 큰 이윤을 추구할 수 밖에 없는 자본은 생산과정의 혁신과정 속에 흘린 노동자들의 피와 땀마저도 저버리고 직장폐쇄라는 결정을 내린다. 누가 주인인지도 모르고, 도지사나 정부는 눈앞에 닥친 선거를 위해 그저 단순한 일시처방만을 내리는 과정 속에서 '코스'를 지켜내려는 눈물 겨운 싸움이 시작된다. 노동의 결과물에 의한 소외뿐만이 아니라 파업과 직장폐쇄의 과정에서 등장인물 각각이 겪는 소외는 우리가 살아가는 과정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에서 조차도 가족과 친지들 속에서 소외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로르켕이 플로랑스를 향해 열정을 품었던 것이나 달라스가 겪었던 갈등들이 모두 우리네가 살아가면서 만날 수 밖에 없는 외로움이 아니었을까 싶다.

책을 읽는 내내 내 가슴을 짓누르는 답답함이 있었다. '코스'처럼 여러 개의 노조가 인정되고 각각이 조합원들의 이해를 대변-물론 제대로 대변했는지는 두번째 문제지만-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닌 곳이 많은 우리 현실, 주35시간 노동은 커녕 아직도 주40시간 노동도 적용되지 않아 남들 쉬는 토요휴무일에도 출근하며 자녀들에게 능력없는 아빠로 비춰지는 많은 분들, 선거용이든 아니든 고용보험 등 국가의 사회보장 제도로 부족하나마 위로금과 재취업을 위한 교육의 기회를 보장 받는 그들의 모습, 3D업종에서 일하는 동남아출신 노동자를 업수이 여기는 우리의 시선에 비해 조금의 충돌과 갈등은 있지만 알제리출신의 노동자들과 동류의식을 가지고 살아가는 모습, 지금은 사문화 되었지만 국회의원의 의원직도 박탈할 뻔한 '제3자 개입 금지법'이 우습게 보이는 프랑스의 상급단체의 조정 지원과 인근 공장 노조의 지원, 그리고 나날이 정규직보다는 자신의 권리를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는 비정규직이 늘어나는 우리의 현실.

우리는 이러한 현실을 어떻게 풀어가야 할 것인가? 삶의 보장이라는 당위성만으로 공장의 존속을 주장하고 강제할 순 없는 상황에서 어떠한 대안을 가지고 실타래처럼 얽힌 문제들을 하나씩 풀어가야 하는가? 공허한 구호가 아니라 모든 이들이 납득하고 뜻을 모을 수 있는 해결 방법을 하루라도 속히 찾아나서야 할 것이다.

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고 그 목숨과도 같은 직장을 잃은 후에 '코스'의 노동자들은 해외 취업으로 공무원 시험으로 또 여러가지 모습으로 살아가게 된다. 이책을 읽는 동안 난 루디의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봤는데 끝무렵 그의 아내 달라스의 관점으로 읽었다면 더욱 많은 것들을 더 느낄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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