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뜨시오, 당신은 이미 죽었습니다 - 세계의 젊은 작가 9인 소설 모음
올가 토카르축 외 지음, 최성은 외 옮김 / 강 / 2006년 5월
품절


그들은 거의 아무런 대화도 나누지 않고, 다른 테이블에 앉아 있는 사람들을 쳐다보며 무료한 시간을 때웠다. 계산을 치르고 나서 C는 화장실에 갔다. 그녀는 손을 씻으면서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어쩜 이렇게 평범할까...... 그 사실이 문득 새삼스럽게 느껴졌다. 예전에는 미처 깨닫지 못했었다. 만약 그녀가 자기가 아닌 다른 사람이었다면, 이런 흔해 빠진 아줌마에게 주의를 기울이거나 관심을 가지는 일 따위는 없을 것이다. 반쯤 세어버린 머리카락을 잿빛 섞인 금발로 염색한 채 애써 감추고 있는 볼품없는 중년 여자. 게다가 전형적인 사무직 여사원을 떠올리게 하는 따분하기 짝이 없는 옷차림은 또 어떤가. 문제는 그녀가 바로 그 흔해 빠진 사무직 여사원이라는 점이다. 평범함 그 자체인 블라우스와 재킷, 싸구려 귀걸이, 팔찌 모양의 손목시계. 아무런 특징도 없는 흐리멍덩한 립스틱 빛깔. 그것은 색깔의 잔영, 색채의 흔적에 불과했다. 생기를 잃어버린 창백한 눈동자. 비만이라는 표현에서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투실투실한 몸매. 그녀의 나이쯤 되면 가볍게 나온 아랫배는 얼마든지 허용될 수 있는 사항이었다. 걸어 다니는 무관심의 대상. Mrs. Nobody.-6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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