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 대체 뭐란 말이야.참을 수 없을 정도로 가볍다는데 글은 대체 왜 이리 무거운 거야. 반말 죄송. 읽으면서 계속 마음 속으로 이런 말을 했다.인간의 삶이나 인간이란 존재를 설명하기 위해 굉장히 다면적이고 복잡한 구조로 그러나 가벼운 농담을 섞어 쓴 책이라는 느낌이다.이 책에서 배운 것: 현대식 변기는 키치이다. 인간은 소의 기생충이다. 이런 부분들이 마음에 들었다.책의 뒷부분에서 키치란 개념이 등장하는데,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그런 의미의 키치는 아닌 것 같다. 내가 이해하기에 이 책에서 ‘키치‘란세상의 모든 일이란 것이 단면적이고 천편일률적으로 같은 것이 하나도 없음에도사람들의 머릿속에 자리잡은 ‘당연히 그래야만 한다‘라는 생각이다.틀 안에 갇힌 개념이랄까.(그러고 보니 베토벤의 그래야만 한다와도 연결되네!)‘사랑‘으로 예를 들어본다면, 실제 사랑의 모습은 다면적이다.테레사, 토마스, 사비나, 프란츠에게 있어 사랑은 다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고 이들 각각은 사랑을 서로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느끼게 된다.그럼에도 ‘사랑한다면 어떠어떠해야 한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이런 생각이 키치가 되는 것이다.테레사의 사랑에 대한 키치적인 생각 때문에 테레사는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고통받았고,토마스의 사랑을 증명하기 위해 자신과 토마스를 파멸로 몰아넣는다. 작품의 결말 부분에서 테레사는 토마스가 늙어버린 모습을 보고 마침내 이 사실을 깨닫게 된다.체코의 ‘프라하의 봄‘에 이어진 소련의 강제 점령과 그 후의 공산주의 사회를 배경으로 하기 때문에 전체주의에 대한 신랄한 비판이 많이 보였다. 그렇지만 그 당시 체코 사회의 모습을 그린 이 소설을 읽으며 지금 우리 나라 사회와 어쩜 이리 유사한 부분을 많이 발견하게 되던지.. 그리고 사람이란 것이 한꺼풀만 벗기면 얼마나 한없이 약해질 수 있는, 살과 피와 뼈와 똥덩어리의 결합인 아무것도 아닌 존재라는 생각을 요즘 이런저런 소설들을 읽으며 계속 하게 된다. 벌레와 인간은 별반 다르지 않고, 결국 사람 사는 거 별 거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