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자스 - 프랑스 어느 작은 시골 마을 이야기
신이현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재작년 초쯤인가.. 몇 권의 여행 서적과 함께 사 뒀던 책을 이제서야 읽었다.

새해가 되면서 뭐 읽을 책 없나, 하고 책장을 둘러 보다가 이 책이 눈에 쏙 들어왔다.

처음 이 책을 살 때에는 <나의 프로방스>나 <토스카나, 달콤한 내 인생> 같은 이방인의 유럽 시골 정착기려니, 했었다. 우리 나라 사람이 쓴 이런 책도 있군. 하면서..

 

그런데 읽어 보니 그런 정착기가 아니라 일종의 <프랑스 시골 시댁 방문기>였다. 즉, 저자가 시골에 정착해서 주민으로 산 것이 아니라 가족으로서 시골집에 방문을 거듭하면서 알자스라는 시골과 친해진 이야기였다. 그런데 이야기의 초점이 주로 음식과 포도주에 맞춰져 있다. 울랄라~

크게 별 것 아닌 소박한 음식들인데.. 고기 요리, 야채 요리, 빵과 과자 정도.. 그렇기에 더 맛보고 싶고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제일 맛보고 싶었던 음식은 숲에 지천으로 열려 있는 까치밥 열매로 만들었다는 파이다. 그 색깔이 얼마나 곱던지.. 사진을 보니 침이 절로 흐른다. 그리고 겨울까지 따지 않고 마르고 언 포도를 수확해서 담궜다는 그... 뭐시기더라 하는 포도주. 현지에서 맛보고 싶었다.

 

그리고 주로 저자의 시댁 식구들이긴 하지만 소박하고 평범한 프랑스 시골 사람들의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특히 운신을 제대로 못할 만큼 늙었을 때를 걱정하는 시부모, 시도 때도 없이 투닥거리는 이 노부부의 모습을 꾸미지 않고 그대로 묘사해서 마치 우리 부모님을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집에 돌아갈 때에 바리바리 먹을 거리를 가득 싸 준다든가.. 며느리는 염두에 없고 오직 아들만 걱정하는 시엄마라든가.. 옛날 물건 하나하나 버리지 않고 잘 간수하고 있다가 며느리가 가져가 쓴다고 하면 기뻐하며 내어 주는 모습이라든가.. 머나먼 유럽 사람들이지만 역시 사는 모습은 우리와 별로 다르지 않구나, 하며 정말 재밌게 읽었다.

 

아.. 그리고 너무 부러웠던 거.. 우리 나라에선 감히 상상할 수 없는 일.^^ 시엄마가 음식 준비하는 동안 며느리는 아페리티프나 홀짝거리다가 밥 꼬박꼬박 얻어 먹는 것..

 

쿨하고 야단스럽지 않게 편안하게 써 내려간 정이현의 문체도 돋보였다. 음식 얘기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특히 추천하고 싶은 사랑스러운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