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노동자의 아들로 태어나 책벌레로 살아온 마이클 더다, 그의 독서기록은 한 사람의 지적 성장기이자 흥미진진한 지적 모험담이다.

처음에 유년 시절 이야기를 할 때에는 지루하고 공감도 가지 않았다. 집에서 신경질을 부리는 아빠, 그런 아빠의 눈치를 보는 엄마와 아들과 딸들.

그러다가 초등학교 시절을 지나 중, 고등학교 시절의 이야기가 펼쳐질 무렵부터는 열심히 몰입해서 읽었다.

책벌레일 것만 같은 글쓴이가 각종 아르바이트, 육체 노동 등을 하면서 세상을 배워 나가고 육체를 단련하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오스카 와오의 짧고 놀라운 삶>의 오스카 와오도 왠지 모르게 떠올랐고..
제임스 미치너의 <소설> 속 인물인 평론가 칼 스트라이버트도 떠올랐다.
또한 <서재 결혼시키기>의 작가 앤 패디먼의 아버지 얘기도 나와서 흥미로웠다.

문학과 역사, 인문학에 대한 저자의 꺼지지 않는 관심과 열정이 감탄스럽고 또 부러웠으며,
나는 중, 고등학교, 대학교 시절에 대체 뭘 했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동시에 나의 독서 경험들도 떠올랐다.

어린 시절 아빠가 사다 주시던 소년 생활 칼라 북스.

<기암성>,<15소년 표류기>,<삼총사>,<몽테 크리스토 백작> 같은 모험 소설들을 나도 매우 흥미롭게 읽었으며
<집없는 천사>,<서커스의 소녀>,<소공녀>,<비밀의 화원> 같은 고아 아이들이 씩씩하게 자라나는 성장담도 매우 좋아했다.

중학교에 올라가서는 
금성출판사에서 나온 한국 문학 전집하고 세계 문학 전집(청소년용으로 나온 축약본)을..
전집을 다 읽는 걸 목표로 열심히 읽었던 걸 보면,
자녀들에게 전집을 사 주는 것도 나쁜 일인 것만 같지는 않다.
 
누런 종이에 2단, 세로쓰기 배열의 전집이었는데..
기억 나는 건 퍼얼벅의 <대지>,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 오헨리의 <마지막 잎새>, 스탕달의 <적과 흑>, 솔제니친의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 지드의 <좁은 문>,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등등의 소설들이다.
그 당시엔 이 책들이 축약본이라는 것도 모르고 그냥 읽었다.
나중에 <카라마조프의 형제들>이 400페이지가 넘는 책으로 두 권은 족히 된다는 걸 알고 놀랐던 기억도 있다. ㅎㅎ

고등학교 다닐 때에는 당시 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하던 언니가 꾸준히 사 보던 <문학사상>을 읽었었는데..
마침 그 때 마광수 선생님이 거기에 <즐거운 사라> 던가? 그 작품을 연재하고 있었다.
약간의 죄의식을 갖고, 언니 모르게 훔쳐보는 재미도 쏠쏠했는데..
그리고 언니가 사 두었던 이상문학상 수상작품집도 열심히 읽었던 것 같다.
기억에 남는 작품은 임철우의 <붉은 방> 정도..?

그리고 댕기라는 만화 잡지도 기억난다. 이름이 댕기 맞나?
잡지가 나오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특히 강경옥 만화를 좋아했었는데..
강경옥의 <두 사람이다>라는 만화가 연재될 때 진짜 무서워하면서도 좋아했었던 기억이 있다.

대학교 시절엔 친구들 몇과 독서 클럽을 만들자 어쩌자 하면서 읽었던 책이 고작
<살아 남은 자의 슬픔>,<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나 베르베르 베르나르의 <개미> 같은 베스트셀러 소설들이었다.
 
<오픈 북>을 읽으며 내 삶을 돌아봤을 때 가장 후회가 되는 것이 대학 시절의 일이다.
왜 그 때는 그렇게 공부를 안했을까? 노는 것이 마치 대학생의 특권이라도 되는 것마냥
그저 빈둥거리며 놀기만 했던 것 같다.
심지어 전공 공부도 제대로 안 하고 시험 들어가면 맨날 구라나 치면서 말이나 지어내고...
그렇다고 책을 열심히 읽은 것도 아니고-
내 인생 중에 제일 돌리고 싶은 시절이 있다면 바로 대학 시절이다.
뭐든 할 수 있는 나이에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는 게 너무 한심하다. ㅎㅎ  

요즘엔 이렇게 지적인 자극을 주는 책이 좋다. 다음에는 이 작가의 <고전 읽기의 즐거움>을 찜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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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내가 읽은 책
    from 깊은 산 속 옹달샘 2009-07-15 23:22 
    양아줌마님의 글을 읽고 나에게 떠오르는 글들을 두서없이 써서 남긴다.     한글을 익힐무렵 떡 하니 맞닥뜨린 글자 <읽>.  생애 처음으로 겹받침 글자를 만난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융통성이 없는 나는 집에 계신 다른 어른들께 여쭈어도 좋았으련만 그 책의 임자인 언니가 학교에서 어서 돌아오기를 애타게 기다렸다.  표지에 <국>자와 <
 
 
2009-09-24 15: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9-24 15:2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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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20 12:0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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