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다미 넉장반 세계일주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7
모리미 도미히코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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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교토의 다 쓰러져 가는 하숙, 시모가모 유스이 장 201호에 살고 있는 '나'는 환상의 지보인 '장밋빛 캠퍼스 라이프'를 얻고 싶어 하는 평범하면서 약간은 엽기적인 대학생이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 '나'의 주장에 의하면 거의 요괴와 같은 친구 '오즈' 때문이고 - '나'의 대학 생활은 한심하기만 하다. 그래서 '나'는 대학 입학 후 자신이 가입한 동아리(또는 조직)와, 그 모임에서 만난 사람들 때문에 자신이 이렇게 망가졌다고 생각하고, 만일 다른 모임에 가입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상상하기도 한다. 3학년이 된 어느 날, '나'는 지금까지의 한심한 대학 생활을 청산하고 '장밋빛 캠퍼스 라이프'를 다시 획득하기 위해 노력하기로 하는데.. 그래도 '나'는 '나'일뿐!   

이 소설에서 가장 특이한 점은 '나'가 생각한 대로, 처음 선택한 영화 동아리 '계'가 아니라, 다른 동아리 - 소프트볼 동아리 포그니, '제자 구함', 복묘반점 - 에 들어갔다면 어떤 인생이 펼쳐졌을까를 각 장에서 그리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웃긴 점은 '나'의 엽기적인 친구 오즈가 그 네 개의 모임 모두에서 동시에 활동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덕분에 나의 인생은 어느 경우에도 별로 달라지지 않는다. 하지만, 오즈 덕에 결국엔 '아카시군'이라는 매력적인 아가씨와 맺어지는 걸로 결말이 나서, 이 이야기가 끝나는 시점부터 '나'는 아마 조금쯤은 장밋빛 캠퍼스 라이프을 맛볼 수 있었을 것이다. 

네 개의 이야기 중에서 가장 독특했던 이야기는 마지막 이야기였다. 어느 날 '나'는 자신의 다다미 넉장반 하숙방에서 화장실을 가려고 문을 열었다. 그런데 거기에 또 똑같은 자신의 다다미 넉장반 하숙방이 있는 것이 아닌가! 다른 쪽의 창문을 열어도 마찬가지고, 벽을 부수고 나가도 마찬가지였다. 다음 방으로 넘어가서 다시 문을 열어도 역시나 마찬가지다. 즉, '나'는 자신의 다다미 넉장반만으로 이루어진 큐브에 들어가 있는 셈이 되어 버린 것이다. 그래서 나는 자신의 다다미 넉장반 방들을 여행하기 시작한다. 그 와중에 첫 이야기에 나왔던 '나방 사건' 같은 작은 미스터리들이 풀린다. 말하자면 그 큐브는 각각 다른 시,공간대의 자신의 다다미 넉장반이었던 셈이다. 

만약 내가 20대 초반에 이 소설을 읽었다면 정말 재밌어서 어쩔 줄 몰랐겠지만, 나는 이제 능구렁이 30대 중반! 덕분에 그냥 그런 소설로 남았다.. 하지만, 시, 공간을 씨줄, 날줄로 엮은 독특한 이야기 구성 방식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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