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멈춰선 파리의 고서점 - 셰익스피어 & 컴퍼니
제레미 머서 지음, 조동섭 옮김 / 시공사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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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사회부 사건 기자로서 강력 사건들을 다루며 워커홀릭으로 살아온 어느 젊은이가 어느날 알고 지내던 범죄자로부터 협박을 받고 무작정 파리로 도피한다. 가진 것 없고 미래에 대한 전망도 없는 그에게 1951년에 세워진 서점 Shakespear & Co.는 새로운 삶과 새로운 전망을 제시한다.

  Shakespear & Co.라는 서점에 대해 처음 들어본 것은 헤밍웨이의 <파리에서 보낸 10년> 이라는 책에서였다. 그래서 이 책에 관한 얘기를 들었을 때에는 실비아 비치의 그 서점이 아직까지도 보존되며 운영되고 있다는 것인 줄 알고 큰 관심을 가졌었다.

  하지만, 이 책에 나오는 Shakespear & Co.는 조지 휘트먼이라는 영국인이 세운 서점으로, 실비아 비치의 서점을 좋아했던 주인이 이름을 '르 미스트랄'에서 그렇게 바꿔 지은 것이라고 한다.

  이 서점을 운영하는 '조지'는 공산주의자다. 그리고 지독한 구두쇠인데, 그렇게 사는 이유는 돈에 얽매여 살지 않기 위해서이다. 그래서 그가 서점을 운영하는 이유는 '이윤 추구'에만 있지는 않다. 서점 구석구석에 침대를 놓고 지나는 '과객'(주로 글쓰기를 업으로 하거나 책을 내고 싶어 하는 사람들)들을 무료로 재워준다. 서점 운영 역시 이 과객들의 일손에 의해 이루어진다. 대부분 몇 개월에서 1년 정도 지내다 서점을 떠나가지만 5년이나 서점에 머물고 있어 골칫거리가 된 노시인도 있다.

  조지는 80대 후반의 노인이라기엔 너무 정력적이고 아직도 사랑에 빠지는 순수함을 갖고 있다. 그리고 공동체의 힘을 믿으며, 그것을 실천하고 사는 대단한 사람이다. 하지만 1년 동안 함께 지내면서 이 글을 쓴 제레미 머서는 그의 인간적인 부족함과 슬픔에 대해서도 알게 된다.

  이 책은 너무나 매력적인 책이다. 책을 읽고 있으면, 미로와 같은 파리의 한 고서점과 그 곳에 있는 오래된 책들의 냄새라도 맡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서점 곳곳에서 불쑥불쑥 나타나는 괴짜 젊은이들과 머릿속에서 맞닥뜨리게도 된다.

  반공산주의 교육을 받으며 경쟁만을 강조하는 학교에서, 사회에서 자라난 나로서는 이런 사람들, 이런 공동체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저 놀라울 따름이었다. 공산주의 국가들이 붕괴된 후 세상이 자본주의, 즉 돈 하나에 의해 지배되고, 그에 따라 엄청난 부작용이 일어나고 있는 요즘의 세계에서, 조지라는 독특한 사람과 그의 실천하는 삶은 큰 의미를 지닌다고 본다.

  논픽션이지만, 정말 흥미진진하고 한 번 들면 손에서 놓기 어려운 책이었다.

   
 

 사람들은 다들 일이 너무 많다고 불평해. 돈을 더 벌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요점이 뭐야? 가능한 한 적은 돈으로 살면서 남는 시간을 가족과 함께 보내거나 톨스토이를 읽거나 서점을 운영하면 왜 안 되는 거지? 전혀 말도 안 되는 불평이야. - 149쪽, 조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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