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택의 교단일기 - 살구꽃이 피는 학교에서 김용택의 섬진강 이야기 8
김용택 지음 / 김영사 / 2006년 5월
구판절판


제대로 선생 노릇 해야겠다. 사람을 만들어야지.... 기죽이지 말고 의젓하고 마음이 풍요로운 사람을 길러야 한다.-12쪽

아이들에게 진실과 정직을 보여주자. 그 중에서 내가 지금 제일 먼저 준비해야 할 것은 아이들에 대한 성실함이다. 잊지 말자. 명심하고 다짐하자. 성실함.-12쪽

지루한 일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활기차고 생동감 넘치는 날들이 되어야 한다. 선생은 자기 자신과 아이들에게 늘 새로운 사람이어야 한다. 그래야 삶도 스스로에게 빛을 발하리라.-14쪽

나무랄 때도 절대 감정을 앞세워선 안 된다. 교단은 자기 인생을 수업하는 고난도 수련 도장이다. 교사는 스스로 위대한 인격자가 되려고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17쪽

나는 무엇이든지 결국은 바르게 고쳐왔다.-25쪽

선생이 선생다워야 한다. 선생답게 행동해야 아이들이 내 앞에서 자유롭다. 내 앞에서 아이가 아이다운 행동에 제약을 받는다면 내 잘못이다.-29쪽

선생은 가르치면서 동시에 배운다.
가르치는 게 내 공부가 되어야 한다.
선생은 늘 새로 태어나야 한다.
아이들 앞에 늘 새로워야 한다.
아이들 눈처럼 세상이 늘 새로 보여야 한다.
그게 사랑이고 감동이고 삶이다.
사랑과 감동은 한 몸이다.
사랑만이 세상 모든 것을 다 담는 큰 그릇이다.
나는 날마다 사람 앞에 서 있다.
-39쪽

진보의 개념을 다시 써야 한다. 경제적인 부를 찾는 것을 진보라고 할 수 없다. 안락과 편리한 생활은 대량 생산과 대량 소비를 부르고 그것은 자원 고갈을 부른다. 이로 인해 죽어가는 자연과 인간성을 진보라고 말할 수 없다. 역사란 인류가 행복을 찾아가는 길의 기록이어야 한다.-42쪽

내가 사람을 존경하고 귀하게 대할 때 내 마음도 편하고 나도 귀한 사람이 된다. 품위 있고 품격 있는 인간성도 나에게서 나옴을 알라.-77쪽

부부는 그 얼마나 많은 일들을 겪어내며 살까. 부부는 가장 위대한 관계다. 관계를 아름답게 가꾸는 일은 그 둘의 몫이다.-79쪽

아이들은 어른들의 거울이다. 사람들은 늘 자신의 부끄러운 모습을 알지 못하고 아이들에게 모든 잘못을 뒤집어씌우려 든다. 부끄러운 짓을 하고도 부끄러움을 모르는 파렴치한 사회에서 아이들한테만 곱게 자라라고 말할 자신이 없을 때가 있다.-81쪽

나는 척박한 땅에 핀 작고 진한 빛을 가진 꽃이고 싶다.-84쪽

몸으로 힘을 써서 무언가를 이루는 일은 위대하다.-87쪽

정말 공부할 것들이 참 많다. 새로운 것들을 깨닫고 터득하는 요즘 자꾸 심호흡을 하게 된다. 독서의 즐거움, 세상을 깨달아가는 기쁨, 진리를 터득해가는 이 서늘함이 좋다. 사랑과 감동 희구는 끝이 없다. 근본, 원칙, 진리, 진실, 인류, 나 혼자 우뚝 서는 도도함이 갖는 깨끗함, 두려움과 부러움 없는 맑은 정신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철학이 바탕에 깔려 있어야 한다. 나는 아직 젊고 시간이 많다. 정진하라. 내려앉아라. 퍼져라. 존재의 진실과 진리에 닿아라.-90쪽

글을 쓰는 일은 세상을 자세히 보고, 보고 생각한 것을 정리하고, 정리한 내용을 조직해서 논리를 세워 표현하는 일이다. 글쓰기의 기본인 우리가 사는 세상을 자세히 봄으로써 사물이 나와 무슨 상관이 있는가를 알게 된다. 그 상관성을 알면 자연스레 그게 옳은지, 그른지, 이 세상과 무슨 상관이 있는지 가치 판단을 하게 된다. 이렇게 글쓰기를 통해 자기 나름대로 가치를 따져 철학적인 사고방식을 터득할 수 있다.-112쪽

아내가 그런다.
"저 고운 단풍 속에 녹색이 있으니 참 곱네."
그렇구나. 그렇다. 단풍이 물들지 않은 녹색잎이 있어야 단풍이 물든 산이 곱다. 그 산에서 본 푸른잎은 정말 차란하게 푸르렀다.-136쪽

함께 더불어 행복을 만들어가는 공동체적인 삶을 학교에서 맛보도록 해야 한다. 시험에 따른 등수로 사람을 평가하지 말고 저마다 타고난 사람다움으로 세상을 꾸며가야 한다. 그게 이루어질 수 없는 이상이라고 해도 사람들은 적어도 그런 이상을 향해 나가야 한다. 너 죽고 나 사는, 추악한 경쟁을 제일로 삼는 세상은 사람이 살 세상이 아니다. 하지만 우리가 추구해야 하는, 이루고자 하는 세상을 찾아보기가 무척 힘들다. 이 꿈 없는 삭막한 세계를 우린 그냥 무력하게 살아간다.
우리 아이들에게 우린 지금 무엇을 가르치는가. 어떤 사람이 되라고 가르치고 어떤 세상을 이루라고 가르치는가. 지금 우린 어디로 가는가. 채워지지 않고 헛배만 부른 부유함을 어찌할 것인가.-138쪽

아내에게서 늘 새로움을 발견한다. 내 아내는 이렇게 넓고 깊은 사람인가 보다. 아니, 사람은 다 그렇다. 다만 우리가 습관처럼 눈을 감고 살기에 느끼지 못할 뿐이다. 아내가 내게 처음처럼 새로워지면 그게 사랑이다. 아내에게 느낀 이 한없는 사랑이 내 아이들과 세상으로 아름답게 번져나가고 스며든다. 아내에게 깊이 다가간다. 사랑은 아름답게 번지는 꽃물결 같다. 아내에게 느꼈던 바위 같은 믿음과 사랑을 잊지 말자. 그 사랑의 길로 나는 세상을 갈란다.-155쪽

아이들에게 글쓰기는 진실을 표현하는 공부다. 우리가 사는 주위 사물을 자세히 보는 일이 글쓰기의 시작이다. 자세히 보고 그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면 생각이 많아진다. 그 생각을 정리하여 체계적이고 논리적으로 표현하면 글이 되고 그림이 된다. 공부란, 우리가 사는 세상을 섬세한 눈으로 자세히 보는 일, 볼 수 있도록 하는 일이다. 보고, 생각하고, 그 생각을 논리적으로 조직하고 정리하여 표현하는 일을 거듭하다 보면, 나중에 생각이 확대되고 조직하는 능력이 저절로 생겨 논리적인 사고를 하게 된다. 이게 철학적인 삶의 태도가 아닐까?-190쪽

살을 다 발라버린, 가시만 남은 고기처럼 마음이 앙상하게 초라해질 때가 있다.-206쪽

사람이 어떻게 사느냐가 중요하다. 한 사람이 세상을 사는 동안 무엇을 얼마나 이루겠는가. 또 무엇을 이룬다 한들, 그 이룸이 우리 인간에게 얼마나 오래오래 빛을 잃지 않는 가치로 남을 것인가. 먼 곳을 바라보며 진정성을 잃지 말아야 한다. 진정성이야말로 지금을 사는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말이다. 한 점 부끄러움 없이 살려고 노력해야 한다.
일상에 성실하고 똑바른 행동이 허위와 거짓 없는 진정성임을 다시 다짐하라.-221쪽

자기 자신을 위한 삶이 되도록 해야 한다. 나는 늘 지금을 사랑했다. 나는 늘 지금이 좋았다. 항상 지금의 내가 제일 좋았다. 어제의 일이나 내일의 일을 나는 크게 생각해보지 않았다. 나는 다만 내가 딛고 있는 지금 나의 일상을 잘살았다. 내 현실이야말로 내 스승이었다. 나를 내가 귀하게 가꾸지 않으면 그 누구도 나를 귀하게 생각해주지 않는다. 우리 어머니는 늘 그러셨다. 우리 집 개를 우리가 예뻐해야 동네 사람들도 예뻐한다. 내가 나를 귀하게 가꾸라는 말이었다. 교육의 기본은 자기를 알고 자기를 귀하게 가꾸는 데다 두어야 한다. 그래야, 자기가 귀하고 소중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아야 남도 귀하게 생각해줄 줄 안다.-233쪽

삶이 도대체 무엇인가. 삶이 때로 부질없고 덧없을 때 삶은 새로이 아름답다. 나는 참 단순하게 산 셈이다. 부러울 것도 무서울 것도 없다. 조금은 외롭고 조금은 쓸쓸했다. 그 쓸쓸함과 외로움이 소금처럼 나라는 사람을 간간하게 해주었다. 살자! 살아보자!-245쪽

선생은 위대하다. '선생'이라는 말을 나는 사랑한다. 진정한 선생은 가르치면서 배운다. 매 순간, 하루하루 사람을 상대로 해서 지내는 선생은 가르친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종합적으로 배운다. 사람이 커진다.
나는 아이들과 공부하면서 때로 내가 훌쩍 성숙해지는 느낌을 받는다. 선생이 위대한 것은 상대하는 교육의 대상이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 자체가 위대한 일이다. 아이들을 대하다 보면 나는 늘 잘못을 저지른다. 그 잘못을 진심으로 반성하는 일은 자기를 성숙하게 만드는 일이다. 반성함으로써 스스로 성숙해지는 일은 자기의 인격을 완성해가는 일과 같다. 내가 먼저 훌륭한 인격자여야 사람을 가르칠 자격이 있지 않겠는가. 끊임없이 인간 자격을 갖추는 일을 해야 한다. 가르치는 것은 수양이고 인간적인 자기 교육이다. 그래서 '선생'이라는 말에서는 성스러운 느낌마저 묻어난다. 나는 정말이지 그런 선생이고 싶다. 선생은 가르치면서 더 많이 배운다.-252쪽

지성인은 '자기 일이 아닌 남의 일에 뛰어드는 자'이다. 무엇이 지성인으로 하여금 남의 일에 뛰어들게 하는가? 대답은 간단하다. 정의와 자유, 선과 진실, 즉 인간 사회의 보편적 가치가 유린당하거나 문제될 때, 지성인은 방관자의 자세를 버리고 남의 일을 자기 일로 간주하고서 정의와 자유를 지키기 위해, 선과 진실의 승리를 위해 투쟁에 나선다.

어느 신문기사에서 따왔다.-263쪽

길을 잘못 든 사람이 걸음을 재촉한다는 말이 있다.
명심하라.-264쪽

반성한 것을 또다시 반성하는 반성의 반복은 안 된다.-284쪽

오래된 나무에서 피는 몇 송이 꽃들은 고졸하고 소담스럽고 빛이 더욱 아름다워 고색창연해 보인다. 사람도 저래야 한다. 나이가 먹을수록 드문드문 아름다운 꽃을 피워야 한다. 사는 자세가 저렇게 빛나야 한다. 선생의 자세도 나이 먹어갈수록 저러해야 하리라.-321쪽

자신의 잘못이 사람에게 가 닿고, 사람을 아프게 하고, 따라서 자기 자신을 아프게 하기 때문이다. 선생은 자기 잘못을 늘 반성하고 자기를 아이들 앞에 바로 세우려 노력할 때만 선생이다.-32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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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9-17 00:4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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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9-17 00:4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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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9-17 09:2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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