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타자에게 매우 의존적인 동물이다. 남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고 대하느냐가 하루하루의 풍경, 내가 살아가는 세계의 색깔을 결정한다. 아무것도 아닌 말이나 표정, 몸짓 하나에 희비가 교차하고 행복과 불행의 화살표가 바뀐다. 우리는 저마다 다른 사람을 해칠 수 있는 치명적인 무기를 갖고 있다. 누구를 괴롭히겠다고 작정한 경우는 물론이거니와, 별 생각 없이 내뱉은 말이나 무심코 지은 표정이 상대방을 죽음으로 몰아갈 수 있다. 죽음에 이르게 하지는 않더라도 사회적인 불구자로 만들어버릴 수도 있다. - P235
아무리 돈을 밝히는 사람이라도 이런 말을 들으면 소름이 돋을 것이다. 절교를 선언할 수도 있다. 그 감정에 깔려 있는 논리는 무엇인가. 내가 친구를 용서하고 화해의 손을 내미는 마음은 돈으로 살수 없는 것이다. 우리가 정말로 소중하게 여기는 것은 시장에서 교환되지 않는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그것은 정체성이나 삶의 의미를구성하는 핵심이기도 하다. 사랑, 배려, 존경, 지혜, 열정 등을 화폐로 저울질할 때 존재는 우스워지고 만다. 앞의 이야기에서 친구가돈으로 용서를 구하려 할 때 느끼는 뜨악함의 본질은 바로 거기에있다. 시장이 모든 것을 지배하는 듯한 세상이지만, 그런 정도의 ‘순수함‘은 거의 모두에게 아직은 남아 있다고 믿어도 되지 않을까. - P2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