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
조너선 사프란 포어 지음, 송은주 옮김 / 민음사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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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내가 가장 사랑하던 사람, 어쩌면 나의 존재 자체를 떠받쳐 주고 있던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죽음을 맞이하여 내 주변에서 영원히 사라져 버린다면?
상상조차도 하기 싫은 일이다. 그런데 이런 일을 당한 사람이 이제 아홉 살이 된 어린 소년이라면 어땠겠는가? 게다가 그 죽음은 죽음 자체에 아무런 의미도 부여할 수 없는 재난이었을 뿐이며, 나는 그 죽음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눈치챘음에도 아무런 일도 할 수 없는 무력한 존재에 불과하다는 것을 몸서리쳐지도록 잘 알고 있었다면?

생각만으로도 너무나 가슴 아픈 일이다. 비록 내가 직접 겪은 일은 아니지만, 이 소설의 첫 장을 펴고, 이런 설정의 이야기임을 알게 되자마자 가슴이 뻐근해지고, 눈에는 눈물이 차올랐다.

이런 상황에서도 남은 사람은 하늘이 무너질 것 같은 상실감을 등에 엎고도, 일단은 계속 살아가야 한다. 밥도 먹어야 하고, 이웃을 만나면 웃어주어야 하고, 직장이든 학교든 꼬박꼬박 나가야 한다. 아무리 사랑하는 사람이 죽어버린다 해도 세상은 결코 무너지지가 않는 것이다. 소년은 그 아픔을 극복하기 위해 - '행복한 보통 소년'이 되기 위해 참으로 기상천외하면서도 눈물겨운 노력을 한다.

이 소설이 2001년의 9.11 참사를 시간적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는 읽기를 많이 주저하였었다. 공포 영화에서 끔찍한 장면을 볼 때 차마 지켜보지 못하고 눈을 가리는 것처럼, 수많은 사람의 목숨이 마치 파리처럼 희생된 그 사건의 생생한 현장의 모습을 차마 들여다 볼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 소설은 예상과는 꽤 달랐다. 9.11 참사를 배경으로 했다고 해서 그 사건이 일어난 현장을 그리는 데 집중한 것이 아니라, 개인에게 가해지는 대책 없는 폭력과 그로 인한 개인의, 가족의 고통을 그리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소설에서는 2차 세계 대전에서 민간인이 사는 마을에 가해진 독일의 융단 폭격, 미국의 일본에 대한 원자 폭탄 투하 등의 이야기를 함께 한다. 그런 폭력으로 개인의 삶이 얼마나 무기력하게, 또 무참히 깨부숴지는지 - 죽은 사람에게나 살아남은 가족에게나 - 를 이야기하고 있다.

구성면에서 보면 두 세대의 이야기를 번갈아가며 교차하여 엮고 있으며, 소년이 아버지 방에서 발견한 열쇠의 비밀을 풀어간다는 점에서 미스터리적인 요소도 있어서 아주 참신하고 흥미로웠다. 스페인 소설 <바람의 그림자>와 약간 비슷한 느낌. 소년이 주인공이기 때문에 고등학생이나 독서 능력이 있는 중학생에게 권해 줘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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