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밴드왜건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14
쇼지 유키야 지음, 서혜영 옮김 / 작가정신 / 2007년 6월
평점 :
절판


건왜드밴쿄도. 도쿄밴드왜건.

얼핏 보면 그럴 듯하면서도 왠지 생뚱맞은 이름. 1885년에 처음 문을 연 헌책방의 이름이라고. 이 곳엔 4대나 되는 가족이 사이좋게 모여 살고 있다. 이들 각각이 또한 꽤나 독특한 개성과 복잡한 사연들을 갖고 있는데, 이 가족의 또 하나의 특징은 전 가족의 '탐정'화이다. '문화와 문명에 관한 이런저런 문제라면 어떠한 일이든 만사 해결'하기 위해서 갈고 닦은 솜씨. ㅋㅋ

이 책은 이 가족의 1년 이야기를 담고 있다. 계절별로 일어나는 자그마한 미스터리들.(사실 미스터리라기보다는 '소동'에 가깝다.) 이 가족 탐정단은 일사불란하게 이 미스터리들을 풀어낸다. 문 밖을 어슬렁거리는 검은 그림자도, 양로원 노인의 실종도, 사실은 귀여운 진실을 뒤에 숨기고 있다.

키우던 고양이의 목에 어느 모험 소설의 책 페이지가 찢어져 접혀 끼워 있다. 점심 먹을 때에도 밥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모르게 늘 쫓겨 사는 현대의 우리라면? 목에 뭐가 꽂혀 있든 어땠든 아마 알아채지도 못하고 지나버릴 것이다. 하지만 이 가족은 다르다. 그 책 페이지의 의미를 알아내어 마침내 한 생명을 구해 내기까지 한다. 뭐 이런 식의 이야기들. '메이지' 시대의 한가하며 정겨운 생활을 아직까지 꾸려 가고 있달까. 배경은 현대인데 어떻게 보면 현대라 볼 수 없는 그런 시절의 이야기이다. 오 해피 데이!

이야기들이 나름 귀엽고 인간적이긴 하지만, 이런 이야기는 사실 너무 흔하다, 라는 생각이 든다.(일본 만화나 소설을 이미 많이 접하신 분들에게는..) 책 날개에도 있듯이 '이것이 바로 우리가 읽고 싶었던 소설'이라는 둥, '책의 잡지 선정 2006년 상반기 베스트 텐 4위'에 올랐다는 등의 홍보 문구에 혹해서 기대치를 높이신다면? 실망할 것이다. 하지만 북적북적 따뜻한 이야기를 맘 편하게 읽고 싶은 때라면 읽어볼 만한 소설이라 생각한다.

또 한 가지 이 소설은 이미 죽은 증조 할머니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전개되고 있는데 그래서 작품 전체에서 해요체를 쓰고 있다. 이런 부분에 닭살이나 거부감을 느끼시는 분이라면 아마 책 읽는 내내 어딘가 맘이 불편하실 지도 모른다. 주의하실 것! 그리고 '하늘만큼 땅만큼' 같은 일일 드라마를 보면서 이 세상에 저런 가족이 어딨어, 어유, 닭살~ 하면서 투덜대시는 분들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