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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 좋은 방 ㅣ Mr. Know 세계문학 2
E. M. 포스터 지음, 고정아 옮김 / 열린책들 / 2006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20세기 초반, 영국의 신진 상류층 아가씨 루시는 이탈리아 여행에서 사랑을 만난다. 문제는 그 사랑이 '신사'가 아니었다는 점. 하지만 아버지 대에서 상류층으로 편입된 '평민' 가정에서 자라서였을까, 루시는 잘난 척하는 귀족 신사보다 어딘가 청년다운 어두움을 품고 있는, 세련되지 못한 거친 태도를 보이는 조지에게 한 눈에 끌린다. 그러나 그런 감정은 예의바른 '숙녀'가 가져서는 안 되는 감정이기에 애써 그 감정을 부인한다. 그리고, 누구나 결혼하기에 '옳다'고 말할 만한 귀족 신사 세실과 약혼에까지 이르게 된다. 그러나...
"사랑을 비틀고 무시하고 혼탁하게 할 수는 있지만, 그걸 떨쳐 버릴 수는 없어요. 경험을 통해서 나는 시인들의 말이 옳다는 걸 알아요. 사랑은 영원합니다."
이 소설은 내가 읽어본 어떤 소설보다도 로맨틱하다. 고리타분했을 것만 같은 100년 전 영국 남자가 이다지도 로맨틱한 소설을 쓰다니. - 100년 전의 영국 남자가 고리타분했을 거라 생각하는 것은 나만의 편견일 지도 모르지만.
조지의 아버지 에머슨 씨는 당시로서는 정말 급진적인 사람이었을 것 같다. 태도는 '신사적'이지 못하지만, 그 누구보다 인간적이고 다른 사람들을 배려하는 따뜻한 사람이다. 무엇보다 그는 사랑을 믿는 진정한 남자다. 그가 마지막에 루시를 설득하기 위해 내뱉는 대사들은 하나하나가 예술이다. 요즘 드라마와 영화에서 울궈먹는 멋진 사랑의 대사들은 결국, 이런 오래된 소설들에서부터 시작된 것이 아니었을까?
이 소설에서 얻을 수 있는 또 하나의 재미는, 신분 제도가 해체되기 시작한 20세기 초반의 영국 사회의 모습을 실감나게 들여다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어느 나라에서건, 변화가 소용돌이치는 시대, 그것도 아래로부터 시작된 변화가 '위' 사람들을 변화시키는 시대의 모습은 상당히 흥미롭고 나를 흥분시키는 무언가가 있다.
처음 발단 부분 - 이탈리아 여행 이야기만 지나면 그 다음부터는 재미있게 술술 풀리니, 인내심을 갖고 읽으시라 권하고 싶다.
젊은 사람들의 발랄한 사랑 이야기를 들으니 나도 젊어지는 기분. 기분이 좋다. 후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