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부인의 종교는 믿지 않지만,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는 사람은 믿습니다.-31쪽
사람들은 에덴동산을 예전의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그건 아직 오지 않은 미래의 일입니다. 우리가 우리 몸을 경멸하지 않게 될 때 거기 들어가게 될 겁니다.-155쪽
마침내 실내로 들어간 루시는 버터워스 노부인과 차를 마시면서 미래를 대강이라도 예측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것과 인생은 연습할 수 없다는 생각을 했다. 예기치 못한 배경의 실수 하나, 객석의 얼굴 하나, 관객의 반응 하나에 공들여 준비한 동작은 갑자기 아무 의미 없어지거나 아니면 너무 많은 의미를 담게 된다.-165쪽
루시는 이런 상황에 용감하게 맞섰다. 하지만 루시도 우리 대부분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외부를 둘러싼 상황에만 맞섰을 뿐이다. 그녀는 안쪽을 돌아보지 않았다. 때때로 마음 깊은 곳에서 낯선 환영이 떠오르면 그녀는 모두 예민한 신경 탓으로 돌렸다.-175쪽
인생은 정리하기는 간단하지만 실제로 살기는 혼돈스러우며, 우리는 언제나 <신경>이라든가 다른 피상적인 말들로 내면의 욕망을 가려 덮으려고 한다. 그녀는 세실을 사랑했다. 조지는 그녀를 불안하게 했다. 누가 그녀에게 두 문장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해 줄 것인가?-176쪽
"사람이 서 있으면 그림자가 지죠. 햇빛을 가리지 않겠다고 이리저리 옮겨 봐야 소용없어요. 그림자도 계속 따라오니까요. 그러니까 내가 서 있어도 피해가 가지 않는 곳을 선택해야 해요.... 맞아요. 되도록 피해가 적은 곳을 선택해야 해요. 그리고 거기서 태양을 향해 혼신을 다해 서 있어야지요."-186쪽
"완전한 전망은 하나뿐이래요. 우리 머리 위로 올려다보이는 하늘의 전망 말이에요. 땅 위에서 보는 전망들은 다 그걸 어설프게 흉내낸 거래요."-194쪽
사랑이 돌아왔다. 우리의 육체가 요구하고 우리의 마음이 찬양해 온 사랑, 우리가 만날 수 있는 가장 진실한 것인 사랑이 지금 세상의 적이 되어 돌아왔다. 그것을 틀어막아야 했다.
지금 닥친 문제는 사랑과 의무의 싸움이 아니었다. 그런 싸움은 아마 이 세상에 없을 것이다. 그것은 진실과 가식의 싸움이었고, 루시의 첫 번째 목표는 자신을 무찌르는 것이었다.-198쪽
나는 음악이 아무리 아름답다고 해도 그런 것에 숨 막혀 죽고 싶지 않아요. 왜냐면 사람이 그보다 훨씬 아름다우니까요.-212쪽
계단 꼭대기에 잠시 멈춰 선 그는 체념한 자의 굳센 표정으로 그녀를 보았고, 그 모습은 잊을 수 없을 만큼 아름다웠다. 폭넓은 교양을 쌓았지만 세실은 근본적으로 금욕주의자였고, 사랑을 떠나는 순간만큼 그에게 어울리는 사랑의 순간은 없었다.-214쪽
"내 말을 믿어요. 허니처치 양. 인생은 눈부시지만 또 힘든 거요." 그녀는 계속 침묵했다. "한 친구가 이런 말을 쓴 적이 있어요. <인생은 바이올린 연주회와 같다. 그런데 그 연주법은 연주를 해나가는 무대에서 익혀야 한다>고 말요. 적절한 비유라고 생각해요. 사람은 살아가는 현장에서 살아가는 능력을 익혀야 해요...... 무엇보다 사랑하는 능력을."-247쪽
"충격받았구려. 하지만 충격을 주려고 한 말이에요. 때로는 충격밖에 희망이 없으니까. 다른 방식으로는 아가씨한테 접근할 수가 없으니까. 아가씨는 결혼해야 해요. 안 그러면 인생을 허송하는 거야. 이제 아가씨는 물러나기에는 너무 멀리 갔어요. 나한테는 이제 시간이 없어. 그래서 사랑이나 우정, 시같이 세상에서 정말 중요한 것들, 아가씨가 결혼을 통해 얻는 것들을 누릴 수가 없어요. 분명한 건 조지하고 함께라면 아가씨가 그런 것들을 찾으리라는 것, 그리고 아가씨가 녀석을 사랑한다는 거예요. 그러니 아들놈하고 결혼해요. 벌써 아가씨 마음속 한 자리를 녀석이 차지하고 있지 않소? 아가씨가 그리스로 달아나도, 다시는 녀석을 안 봐도, 그 이름조차 잊어도 조지는 죽을 때까지 아가씨 마음 속에 있을 거요. 사랑하는 사람들은 헤어질 수 없어요. 그럴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겠지요. 사랑을 비틀고 무시하고 혼탁하게 할 수는 있지만, 그걸 떨쳐 버릴 수는 없어요. 경험을 통해서 나는 시인들의 말이 옳다는 걸 알아요. 사랑은 영원합니다."-248쪽
열기가 필요한 전투에 나설 때는 냉정해져야 해요. 자신이 만든 혼란 속에 몸을 던져야 해요. -251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