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원래 그래 같은 말은 정말 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게 믿어야만 살아남을 수 있고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감각을 아직 떨쳐 내지 못했다. 나는 어떤 말을 들으며 자랐는가. 사회는 전쟁터라는 말, 함부로 사람을 믿지 말라는 말, 착하면 손해라는 말, 만만하게 보이면 안 된다는 말. 약육강식, 각자도생, 승자독식, 바이러스가 세상을 뒤덮기 전에도 숱하게 들어온 말들, 그런 말을 비난하면서도 이용하던 사람들. - P133
바이러스는 아직도 진화하는 중일까. 겨우 백신을 만들어도 바이러스의 진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고 했다. 그래도 누군가는 계속 연구를 하고 있을 것이다. 인간은 그런 종족이다. 사명감이나 책임감 같은 이상한 감정이 탑재되어 있다. 세상이 이렇게 망하도록 내버려 둘 수 없다며 고군분투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또 한편에는 이 재앙을 살인과 광기의 축제로 만들어 버리는 사람들이 있다. 내개는 책임감도 광기도 있다. 그 두 가지가 전혀 다른 것이라고 말할 수가 없다. - P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