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하시나요? 어떤 기록을 시작하는 ‘시간이 쌓인 기록은 그게 무엇이든 귀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삶이란 건 원래 한 사람에게만 일어나는 이야기니까요. 무엇이든 기록해보세요. 매일 기록하는 사람은 하루도 자신을 잊지 않습니다.
그건 곧, 하루도 자신을 잃어버리지 않는다는 말과 같아요.. 그래도 시작이 막막하게 여겨진다면, 먼 훗날 이 기록을 들여다볼 자신을 떠올려보세요. 싸락눈처럼 오랜 시간에 걸쳐 쌓인 어떤 기록 앞에서, 조금 피로하고 차분한 낯빛을 한 내가 혼잣말을 하고 있는 모습을요.
- P211

그해 처음으로 시작하길 잘했지 , 빛선 전염병 때문에 봄이 오고 여름이 가고 또 겨울이 오기까지 네 번의 계절이 통째로 사라진 것만 같은 해였는데, 덕분에 평범한 일상을 자주 들여다보게 되었지.
해가 바뀌어도 상황이 나아지지 않을지 모른다는 낙담 속에서도 고개를 들면 보이던 것은 평범해서 소중한 풍경들, 겨울날 아침의 차고 맑은 공기가, 여름날 저녁의 노을이, 봄날 오후 머리 위로 지던 꽃잎이, 좋다고, 아름답다고, 그러니 이 삶엔 아직 다행한 일이 많다고 생각했었지, 우리가 기억해야 하는 건 다름 아닌 일상이라고, 그래서 이런 기록을 시작할 수 있었고, 지난 시간을 이렇게라도 남겨두어서 정말 다행이야.
- P212

내가 좋아하는 것을, 내게 편한 방식으로 기록하되, 오로지 나의 즐거움을 위해 지속하세요. - P209

그리고 저는 그날, 그동안 듣지 못했던(어쩌면 물어본 적 없어 답해줄 일 없었던) 많은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스물두 살의 엄마가 대구에서 섬유 공장에 다녔다는 것. 못 배운 게 한이 되어서 야학이라도 다니려고 고향집으로 돌아왔을 때, 외할아버지가 나이 꽉 차서 여자가 무슨 공부냐, 시집이나 가라며 아빠와 중매결혼을 시켜버린 것, 공부를 더 하고 싶었던 인숙 씨의 꿈은 그 후 중풍 걸린 시할머니 수발을 들고,
돌아서면 쌓여 있는 집안일과 농사일을 해치우는 사이 영영 멀어져버린 것, 그럼에도 매일 아침 눈을 뜨면 어제의 슬픔을 잊고 새 마음‘으로 다시 시작하려 한다는 것….
- P191

그러고 있으면 먼 미래에서 다 울고 난 얼굴의 내가 그런 생각을 하는 게 보입니다. 나는 두 개의 인생을 살 뻔했다.
고, 할머니의 영상을 남겨둔 인생과 남겨두지 않은 인생. 엄마 아빠의 바지런한 하루를 찍어둔 인생과 찍어두지 못한 인생, 전자가 훨씬 다행스럽지 않으냐고, 그러니까 이제 그만 울고,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하라고, 인생은 늘 그런 식으로우리를 가르치는지도 모르겠어요.
- P184

자신의 관심 분야에서 시작해 이런 기록을 지속해나가면콘텐츠 선점 효과도 있고, 나중에 그것이 어떤 형태로든 자기만의 콘텐츠가 될 가능성이 커집니다. 온라인 공간에 내가 상시로 열어둔 전시라고 생각하면 어떨까요. 이 계정은나의 작은 미술관이고, 내가 전시해둔 것들을 구경하고 둘러보러 사람들이 찾아오는 거예요. 그들은 좋아요를 누르거나 댓글을 남기거나 ‘나도 이런 기록을 한번 해봐야겠다 생각하고 돌아가 자기만의 기록을 시작하겠죠.
- P164

어떤 점에서 눈길이 갔는지, 왜 좋다고 생각했는지 의견을 덧붙여서요. 나중에 내가 하는 일에서 어떤 발상이나 기획을 해야 할 때 도움이 될 것 같은 점을 저축하듯이기록해두는 거예요..
트위터의 마음함이나 인스타그램의 보관 기능도 이런 방식으로 쓸 수 있지만, 내 의견을 덧붙여둘 수 없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정확히 이 포인트에서 좋았다. 다음에 이런 방식으로 응용해볼 수 있겠다, 하는 의견을 덧붙여두지 않으면 나중에 보았을 때 왜 저장해둔 것인지 잘 생각나지 않기도 하거든요.
때문에 이런 경우에도 내가 보관하거나 캡처해둔 것을 ‘영감 노트‘ 계정에 따로 올리는 과정을 거치는 게 좋습니다.
중요한 것은 같은 종류의 기록을 한군데에 모아두는 것입니다. 어떤 기록을 활용해야 할 때 서랍 여러 개를 뒤져서 찾는 것보다야 한 개의 서랍 속만 찾아보면 되는 게 효율적이니까요 - P156

제가 쓰는 방법은 1번에서 끼적여둔 메모를 주로 쓰는 노트 앱의 각 카테고리에 분류해 넣는 것입니다. 몰아서 하면 양이 쌓여서 더 하기 싫어지기 마련, 매일 밤 자기 전의 루틴으로 삼고서 조금씩 정리하는 것도 좋고, 일요일 밤에 한주의 메모를 정리하며 작은 성취감을 느끼는 것도 좋습니다. 글감을 줍는 과정은 어느 가을날 열매가 구석구석 떨어져 있는 산을 누비는 일과 비슷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야무진 다람쥐들이에요. 알밤을 주웠다면 알밤 바구니에, 도토리를 주웠다면 도토리 바구니에, 호두를 주웠다면 호두 바구니에 넣어야겠죠. 그렇게 나눠 담은 바구니를 가지고 집에 돌아와 내 곳간을 채워둔 다음, 겨울을 나는 동안 필요한 식량을 꺼내 먹는 것입니다.
- P136

이 기록이 습관이 되면 좋은 점은? 책이든, 노래 가사든,
누군가의 블로그 일기든, 인스타그램에서 본 짧은 글이든,
내가 읽는 모든 것에서 글감을 주울 수 있다는 거예요. 어떤 책의 첫 장을 넘길 때마다 ‘나는 이제 막 바닷가에 도착했다‘라고 생각해보세요. 이 해변에서 마음에 드는 조개껍데기 하나를 주워가야지, 마음먹으면 모래 위의 모든 조개껍데기가 함께 집에 돌아갈 수도 있는 ‘후보‘가 되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우리가 읽는 모든 것에서 글감을 찾을 수 있어요.
- P134

‘나만의 반복되는 역사‘를 쌓아보세요.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기록의 시작은 ‘적을 것‘과 ‘적을 곳‘을 분명히 하는 데 있거든요. - P83

저 역시 그렇게 생각해요. 우리는 항상 무얼 시작하기 전,
허튼 데 낭비할 시간 같은 건 없다는 듯 이유와 쓸모를 찾지만, 사실 기록의 쓸모란 기록 그 자체에 있는 걸요. 그러니 시작 전에 알 수가 없습니다. 오로지 기록을 시작한 사람만이, 그리하여 눈앞에 자신만의 기록을 쌓아가는 사람만이 기록의 쓸모는, 또 아름다움은 기록 자체에 있다고 말할수 있으니까요.
- P82

이 같은 기록은 ‘나만의 반복되는 역사‘를 쌓아가는 일이에요.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 해도, 자신의 삶을 기록하는 건 멋진 일일 수밖에 없습니다. 내가 나로 살아서 할 수 있는 기록이자, 나밖에 할 수 없는 기록이니까요. 그래서 종종 비슷한 마음에서 출발해 다른 종류의 기록을 하고 있는 사람들을 발견하면 속으로 반가움의 하이파이브를 합니다.
- P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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