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가 치밀었다. 이어 분노에 물든 생각이 수없이 떠올랐다. ‘진짜 말도 안 돼! 고문이야 뭐야! 멀쩡한 음식을 이렇게 버리다.니! 불교의 핵심은 자비라면서 이게 자비로운 짓이야? 일부러 자기 돈 들여 아이스크림을 사온 저 멋진 남자는 어쩌라고! 저 남자 기분이 어떨지는 생각도 안 하나?‘ 그 가운데 몇 가지 생각은 가실 기미가 없이 마음을 뒤흔들었다. 나는 그런 생각에 휩싸인 채 느릿느릿 기계적으로 손을 움직여 숟가락을 움직이며 녹고 있는 아이스크림을 안타까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내게는 헤드스페이스도 알아차림도 없었다. 마음챙김은 고사하고 자신의 생각만 계속해서 파고들었다. 그렇게 생각에 지나치게 골몰한 나머지 분노의 진짜 원인은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한 나 자신‘이라는 사실을 알아챌 수 없었다. 어쩌면 애착인지도 몰랐다. 간절히 원하던 것을 얻지 못하면 우리는 저항하고 싸운다. 그렇다. 나는 싸우고 있었다.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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