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내신 성적도 어느 정도는 집안 소득 수준과 연관되어 있다. 그러나 SAT 점수는 그 연관성이 더욱 크다. 그것은 부분적으로 오랫동안 위원회에서 주장해온 것과는 달리, SAT는 과외를 통해 점수를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사설 과외를 받으면 분명 성적이 오른다. 그리고 그 점수를 높일 편법과 꼼수를 고등학생들에게 가르쳐 주는 사업은 큰 호황을 누리고 있다. - P261

성별, 인종, 민족적 차이에 대해 훨씬 관용적인 태도를 보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능력주의 엘리트는 유동적이며 계층 이동이 활발한 사회를 못 만들어냈다. 대신 오늘날의 학력주의적, 전문직업인 위주 계층은 그들의 특권을 어떻게 자녀에게 물려줄 수 있을지 감을 잡고 있다. 그것은 자녀들에게 막대한 재산을 상속해 주는 방법이 아닌, 능력주의적 사회에서 성공을 결정하는 입지를 마련해 주는 것이다. - P263

"우리는 아이들의 성공에 너무 집착하게 되어 버렸다. 그래서 부모 노릇이라는 게 마치 어떤 생산물의 생산 과정처럼 되고 말았다." - P280

"사소한 문제에 흥분하며, 그들 다수는 우울하고, 불안하고, 분노에 차 있었다. 그들은 부모, 교사, 코치, 동료의 말에 지나치게 복종적이었으며 어려운 일만이 아니라 일상적인 문제까지도 남들의 말에 무조건 따르는 모습을 보였다." 이들의 문제가 삶의 어려움에서 소외되었기 때문인 건 아니었다.
매들린은 이들이 ‘풍요로움과 지나칠 정도의 부모 간섭 때문에 불행하고 깨져 버리기 쉬운 인간이 되었음‘을 차차 알게 되었다.
《물질적 풍요로부터 내 아이를 지키는 법 The Frice of Priniege)》이라는 책에서 레빈은 그녀가 ‘특권층 젊은이들에게서 나타나는 정신질환 증후군‘이라 부르는 문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심리학자들은 ‘일촉즉발‘의 젊은이는 도시 빈민굴의 불우한 청소년들이라고 생각했다. 어렵고 용서할 수 없는 환경에서 자라나야만 했던 아이들 말이다. 물론 그런 사람들도 괴롭다. 그걸 부정하는 건 아니지만 레빈은 "미국에서 나타난 새로운 일촉즉발의 젊은이 집단은 부유하고 잘 교육받은 집안의 아이들" 이라고 지적했다.
- P281

부유한 출신 젊은이들이 과도하게 감정적 스트레스를 겪고 있는 까닭은 무엇일까? 해답은 능력주의적 사명에서 찾을 수 있다. ‘뭘 해내라‘, ‘뭘 이뤄라‘, ‘뭘 성공해라‘ 하며 끊임없이 떨어지는 사명. 투라는이렇게 썼다. "부모와 자식 모두 언제 어디서나 들려오는 메시지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것은 그들의 생애 초기부터 들려오던 것이며 행복으로 가는 길은 오직 하나밖에 없다고 가르치는 목소리다. 돈을 많이 벌어라. 그러기 위해 명문대에 들어가라." 
능력의 전장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은 승리자다. 그러나 상처 입은 승리자다. 나는 그 사실을 내 학생들을 보고 알았다. 그들은 오랫동안 불타는 고리를 뛰어 통과하는 일을 거듭해왔고, 그 습관을 쉽게 버리지 못한다. 많은 아이들이 아직도 분투하고 있다. 생각하고, 탐구하고, 나는 누구이며 나는 무엇을 해야 가치 있게 살아갈 것인가 숙고하면서 대학 생활을 보내지 못하고, 싸우고 또 싸운다. - P282

이런 병리학적 상황을 넘어 심리학자들은 이 세대 대학생들의 보다 미묘한 정신적 문제점을 찾아냈다. ‘완벽주의라는 숨은 전염병‘이다.
몇 년 동안이나 불안 속에 분투해온 결과 젊은이의 마음은 약하디 약한자부심, 그리고 부모, 교사, 입학사정관, 궁극적으로 자기 자신의 냉혹한 한 마디에도 산산조각 날 자의식으로 채워져 버렸다. "실적과 지위와 이미지만이 한 사람의 쓸모와 가치를 정할 수 있는 세계에서, ‘완벽한 자신‘이라는 비이성적 생각이 의미 있는 게 되고 말았다." 4만 명이상의 미국, 캐나다, 영국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물의 공저자 토머스 쿠란과 앤드류 힐의 말이다. 이들은 1989년부터 2016년까지 완벽주의가 가파르게 증가하는 것을 보았다. 사회적인, 그리고 부모의 기대에 매인 완벽주의의 증가세는 32퍼센트에 달했다.
완벽주의는 능력주의의 대표적인 병폐다. "젊은이들이 끝도 없이 학교, 대학, 직장에 의해 선별되고, 구분되고, 등급이 매겨지는 과정 속에서 신자유주의적 능력주의는 현대 생활의 한복판에서 싸우고, 실적을 내고, 업적을 이루도록 강요한다." 성취 요구에 따라, 성공하느냐 실패하느냐는 개인의 능력과 스스로에게 부여하는 가치를 결정한다. - P2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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